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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안 May 28. 2020

짧은 머리는 Steady Pick

귀밑 3cm 형태의 동경




1993년 어느 여름날, 엄마와 언니와 함께 놀이동산에서.jpg





언젠가 엄마와 함께 사진 앨범을 보다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언니는 어릴 때 파마도 하고 이쁘게 꾸며줬던데, 난 왜 온통 바가지머리야?"


그리곤 엄마는 나를 쓰윽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네가 딱 지금 같아서 그랬지."





장녀만의 특권이 패션에도 적용됐나 싶어 화르륵 투정을 냈던거지만, 사실 93년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짧은 머리는 27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엄마 말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나는 머리에 달린 작은 실핀 마저도 불편해했다고 한다. '이쁜 선머슴'이라 불렸던 작은 딸의 별명에 속이 상해 머리를 길러 묶으려하면, 잡초를 뽑듯 머리끈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바가지머리로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성인이 된 지금은 불편함보단 동경으로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일명 '귀밑 3cm 형태의 동경'.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의 여주인공 '고은찬'을 기두로, 해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짧은 머리의 여성들을 보며 커트머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결국,

짧은 머리는 태생적 불편함에서 시작되어

멋진 여성 서사를 꿈꾸는 나의 흔들리지 않는 Steady Pick이다.









P.s 여름이 성큼 다가오니 은찬이가 다시 생각나는 요즘.

풀냄새가 감도는 시원한 여름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힘차게 자전거를 타던 그녀를 기억하며!










#사연있는_물건 #짧은머리 #귀밑3cm형태의동경 #steady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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