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만의 특권이 패션에도 적용됐나 싶어 화르륵 투정을 냈던거지만, 사실93년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짧은 머리는 27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엄마 말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나는 머리에 달린 작은 실핀 마저도 불편해했다고 한다. '이쁜 선머슴'이라 불렸던 작은 딸의 별명에 속이 상해 머리를 길러 묶으려하면, 잡초를 뽑듯 머리끈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바가지머리로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성인이 된 지금은 불편함보단 동경으로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일명 '귀밑 3cm 형태의 동경'.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의 여주인공 '고은찬'을 기두로, 해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짧은 머리의 여성들을 보며 커트머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