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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Jan 08. 2025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인테리어 현장이란 끊임없는 변수의 연속이다. 

작은 변화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나란 인간은 늘 이 변수라는 놈한테 쫓기는 악몽에 같혀 살 수 밖에 없다. 아마도 10년 전, 아니 5년 전 이라도 나와 이 일의 속성간의 메워지지 않는 간극을 알아 챌 수 있었 더라면 5만8천%로 나는 이 인테리어라는 일을 떠났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허나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잘 몰랐고 이 일도 잘 몰랐다. 하물며 이제는 정 좀 붙이고 제대로 해 보자고 굳게 마음 먹었으니 어떻게든 극복 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하지만!! 매 번 준비를 해도 비집고 튀어 나오는 이 변수란 녀석은 여지없이 나를 침몰시킨다. 


고객의 변심은 고객이 책임을 진다. 본인이 고른 타일을 붙여놓고 보니 원했던 그림이 아니라고 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없게끔 지겨울 만큼 잦은 협의과정이 있기야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란게 딱딱 칼로 무 베듯이 될 수 있겠는가. 꽂혀버린 마음은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시공팀엔 큰 행사가 일어난다. 배분된 스케줄을 변경 시켜야 하고 여기저기 연락을 넣어 고개를 조아리며 사정해야 한다. 스케줄 맞추기 힘든 외부팀의 일정과 겹쳐 버리면 그야말로 머리가 터져버리는 대형 사고가 일어남은 자명하다. 


 이렇듯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매 순간순간이 조심스러운게 인테리어 현장의 스케줄과 인력 관리이고 하필 내가 하는 일인 걸 생각하면 전생에 나라까진 아니어도 뭔가를 팔아먹긴 했을 것이 분명 하다. 

 

 결국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건 도망치거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한 번 해보자는 식의 두 갈래 길인데 도망치지 않기로 했으니 뭐 어쩌겠어? 잘 해내는 수 밖에. 나는 모든 걸 의심해야 한다. 쉽게 쉽게 넘어가자는 말도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다는 것도 다 왔다는 것도 잘 한 것 같다는 말도 모두 의심해야 한다. 마지막 날 내 손으로 문을 닫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끝난 공정은 눈에 불을 키고 감리하고 들어올 공정의 날짜배분과 인원수, 자재의 종류와 수량까지 달달달 외우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 할 수 없다면 매 공정마다 교차검증해야 한다. 


 쉬는 건 죽어서 쉰다는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작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고 넋 놓고 있으면 또 어떤 변수가 툭 튀어 나와서 잠도 못 잘 만큼 속 시끄럽게 괴롭히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겪어왔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정신 차리자. 

검증 또 검증! 검수 또 검수!!! 확인 재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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