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내가 기어이 농사를 짓는구나

by 연필소년

"반대편 가지를 들어."

"스티로폼 박스는 이렇게.."


공선장(공공선별장? 뭐 그 줄임말 인듯)에 갈 복숭아와 직접 택배로 보낼 복숭아, 쓸 수 있는 것과 도저히 쓸 수 없는 것, 동네 사람들께 나누어 드릴 것 등등을 구분해서 담고 크기별로 무게별로 또 구분해서 노란 박스와 택배 박스로 나눠 담는다.


물론 이건 집으로 복숭아를 수확해서 가져온 이후에 할 것 들이고 사실은 수확의 과정이 더 힘들다. 다치지 않게 살살 따서 박스에 담아 비탈길을 오르 내리며 운반기에 담아 그걸 또 옮겨서 차에 실어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이 뿐 만이면 해 볼만 하다 생각 하겠지만 그 복숭아를 따기 위해서 1년 내도록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적과, 전지, 꽃 따주기, 비료, 거름, 방충, 길 닦기, 봉지 씌우기 주변의 잡초 제거 등등등...그렇게 온 계절에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해 여름 한철 (편하게도 아님) 버는 게 복숭아 과수원이다.


이 긴 넋두리를 늘어놓는 이유는 내가 지금 이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절대 절대 네버! 농사는 짓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결심을 하면서 살았다. 하여 아무리 타지 생활이 고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조금만 힘들다고 하면 "내려와서 농사나 지어" 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또 한 사랑해 마지 않았던 할머니께서 한 평생 농사를 짓다가 (남편도 없이) 정말 힘든 말년을 보내신 걸 알기에 그걸 또 아버지가 이어서 하고 있기 때문에 농사라면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입장 인지라 차라리 빌어 먹을 지언정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건만..


지나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 결국은 이 곳으로 오고야 말았다.


좋은 점도 있다. 오랜 시간 타지 생활을 하며 모든 걸 혼자 해결 했어야 했고 그다지 섬세하거나 꼼꼼한 스타일이 아닌지라 대충대충 하고 살자는 마인드로 망가진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있다는 점?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 사는게 육체적 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나은 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두번째 좋은점은 부모님의 안위와 건강 문제 및 생활 전반에 있어 따라가지 못해 느끼는 불편함 들을 보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스마트 폰 부터 시작 해서 온 갖 예약과 전자 시스템..그 뿐인가 바로 옆에서 있으니 특히나 건강과 노동 피로도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게끔 도움을 드릴 수있다는 점이 제일 좋은 점 되시겠다.


내가 좀 더 움직이면 두 분이 좀 더 편하게 일 할 수 있고 농사일에 직접 뛰어 들은 만큼 아버지께 그동안의 노하우를 큰 공을 안들이고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은 점이다. 함께 계획하진 않았지만 어찌보면 나의 창조주로서 분신인 아들의 미래를 위한 아냅로 밤농사를 짓기로 결정하신 것 또한!!! 굳이 좋자고 하면 좋은 점 일 수도?!!!


하여, 군 생활 포함 24년의 긴 외박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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