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년 Feb 19. 2024

나를 온전히 가진다는 것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성실하다고 말한다. 나는 시간약속을 어겨본 일이 없고 거짓으로 꾸며대며 일을 먹어 적이 없다. 나는 사회적으로 미련할 만큼 성실한 사람임에 틀림 없다. 다만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일에는 유독 끈기있게 나아가질 못하는 나쁜 습성이 있다. 나 스스로를 돌아 보는 일은 나의 사회적 자존심과 체면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중 가장 바램으로 절실하지만 이루어 적이 없는 것이 바로 운동과 다이어트다. 내 몸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를 온전히 컨트롤 하고 있다는 반증임에도 불구하고. 물론 성과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깨 부상을 입기 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20킬로그램 가까이 감량해 적이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임했던 적이 있다.(요요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안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부상을 포함한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그만두었고 이는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러닝도 마찬가지인게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이 불가능 같아 시작한 러닝으로 10km 달리기까지 있을 만큼 상태를 끌어 올렸지만 일이 바쁘고 저녁이 힘들고 빨리 자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하는 핑계로 흐지부지..모든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어느샌가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법도, 스스로를 온전히 가지는 법도 잊어 버리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조심스레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조심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장황하게 나대거나 거창하게 떠들어 대다가 또 제 풀에 지쳐서 그만둘 것이 무서워서다. 이번 만큼은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다기 보단 천천히 평생동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사실 이 마저도 용두사미, 작심삼일이 될 까봐 조심스럽긴 하다.) 굳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달리지 않고 끝나면 편하게 산책하자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실패가 아닌 중도포기가 너무 두려워서 비중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이 성미가 급하고 금방금방 결과물을 받아내려 하는 류의 인간이란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같이 달리러 나가다가 3주 하고 풀에 지칠까봐 겁이 나는 까닭에 '지금 나갈까? 지금 나가고 싶은가? 억지로 무리해서 뭔가 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아뿔싸, 바깥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딱 세번 째 달리기 하는 날인데 내리는 비를 핑계삼아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달리지 못할 것 같았다. 비는 맞으면 그만이고 옷은 빨면 그만이고 운동화는 말리면 그만이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함이 아닌 나의 꾸준함과 지속하는 습관을 기름에 있어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기 위함임을 스스로에게 어필했다. 


 정말 내가 열정적이 영혼을 가두기 위한 게으른 육체를 얻은 것이라면 그 둘 사이의 합의점을 원만히 찾아내기 위해 좀 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 하기로 하며 공원에 들어섰다. 사각사각 바람막이의 마찰음과 터벅거리는 내 발걸음과 거칠지만 일정하게 뱉어 내려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오늘따라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어디에 부딪혀 어떤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삐걱거리며 뒤뚱거리는 내 몸뚱이를 볼 때 다른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빌어먹을 생각은 얼른 구겨서 한 켠으로 내다 버리며..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텅 비어 있는 고요한 마음으로 이 길을 달리게 될 수 있는 그날을 잠시 상상해 보며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늘의 충족감을 채운 것 같다. 


상쾌한 러닝이었다.


부디, 내일의 나에게도 오늘과 같은 결심과 행동이 이어지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위대한 발걸음은 아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