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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Mar 22. 2020

나의 옛날이야기

어릴 땐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




커서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몰랐던 모습을 재발견할 때가 있다. 에게는 나의 아버지가 그렇다.


나의 본가는 부산이기도 하고 아버지도 워낙 강한 이미지기에 는 아버지를 소위 말하는 상남자로 생각했.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오히려 감수성이 풍부하고 굉장히 감성적인 분이다. 몇 해 전 할머니께 직접 손 편지를  적어 드렸던 아버지의 편지 내용이 무척 서정적이기도 했고….


아버지를 떠올려보면 수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그중 오래전 아버지 모습 하나가 나에겐 빛바랜 흑백의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남아있다.



아버지는 비가 오는 걸 좋아하셨다. 좀 더 정확하게는 비 오는 소리를 좋아하셨. 당시 는 유치원생이었고 우리 집은 주택에 살았었다. 비 오는 주말이면 아버지께서는 거실에 누워 지붕으로 튀는 빗소리를 즐겨 듣곤 하셨. 어린 가 뭘 하는지 물어보면 아버지는 나지막이 '쉿'하고 손가락을 입에 대셨다.


그러고는 자세한 대답 대신 조용히 창문을 가리키실 뿐이었다. 어린 는 동그랗게 토끼 눈을 뜨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창문? 아무것도 없는데….'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토닥토닥' 이윽고 지붕 위로 비 튀는 소리가 들렸다. 경쾌하고 청명한 빗소리가 한여름의 공기 가운데 퍼져나갔. 아버지는 참 듣기 좋지 않냐며 눈을 감고 감상하셨다. 어린 는 아버지 품에 안겨 빗소리를 들으며 스르륵 낮잠에 빠져들었.



그 기억 때문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비 오는 날 신발이나 바짓단이 젖는 건 싫어하지만, 실내에서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거나 빗소리를 듣는 것은 여전히 좋아다. 회상할 때마다 애틋하고 기분 좋은 기억….


누구나 이렇게 평범한 듯 소중한 사진 한 장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산다. 여러분의 기억 속 나의 옛날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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