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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빛나 Apr 04. 2016

예술가의 비애

꽃이 피는 겨울 창틈 사이로 스미는 그리움에 새기는

스승님 접니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겨울입니다 스승님이 머무르셨던 창가에 앉아 편지를 그립니다 아마 그리는 도중 멈출 것입니다 서른의 입김들이 스승님에게 모두 전해지지 않는다면 마른 하늘이 안쓰러워 입김들을 거둔 것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어느 조각이라도 사라진다면 어찌 아름답다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기억에 발을 담굴 수 있는 날을 많지 않습니까 가끔은 원망스럽습니다 어둑한 새벽이면 서서히 차는 발 아래의 호수도 묵묵히 헤엄치는 잉어들도 모든 것이 흑백입니다 흔들리는 물결 사이를 가만 보고 있으면 스승님 얼굴이 번집니다 고운 색들이 곳곳에 남았다는 것은 제가 살며시 놓은 기억들입니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자세히 보기 위하여 몸을 웅크립니다 방의 모퉁이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짙어지더군요 나는 새벽을 외로이 보냅니다 비록 조각의 범고래이지만 나는 괜찮았습니다 외롭지 않다 호수는 차갑지 않다 무엇보다 따뜻한 겨울날의 호수이다 폐를 향해 늘 외쳤습니다 아주 춥고 시린 날이었습니다 그림자를 머리 끝까지 덮어도 수많은 고함들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먹이 눈가에 칠해졌습니다 어두운 바다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매섭게 몰아치는 파도가 나를 깎으려 하였습니다 나는 절벽이 아니기에 흩어지는 나의 존재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구름을 잡으려 했습니다 소금기가 썩어가는 심장을 건드렸습니다 미끄러지고 미끄러졌습니다 손을 뻗으면 달을 엮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내가 하늘에 손을 묻지 않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유난히 스승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수천의 조각이 되어 스승님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순간 처절한 울음이 들렸습니다 그 울음은 모든 바다를 울렸습니다 파도의 움직임이 뭉툭하게 그려졌습니다 서서히 짙어집니다 어둠이 닥칩니다 나를 삼키려 했습니다 나의 숨결이 닿을 때마다 그것은 옅게 흩어졌습니다 숨을 들이킬 때는 거품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삼켰어요 눈을 감고 귀를 닫으니 울음이 들렸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것은 함성이었습니다 스승님이 그러셨지 않습니까 심장으로 부르는 것은 심장으로만 느낄 수 있다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심장을 문질러라 처음에는 겁이 났었습니다 스승님도 들으셨던 겁니까 이 수많은 절규를 그렇기에 스승님은 범고래가 되어 많은 이들을 머금고 계셨던 겁니까 모두 흑백입니다 스승님 끝을 알 수 없는 심해에 닿이기만 하면 검게 변합니다 나는 이미 잠겼습니다 나의 파편들이 스승님 주위를 감쌌습니다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파편들이 찌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프지 않으셨는지요 나는 그 모든 울음이 스승님에게서 나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더군요 그 짙고 서툰 울음은 방랑자들을 울음이었습니다 그들은 스승님을 갉아먹고 있습니까 그래서 나를 밀어내는 겁니까 자세히 보니 스승님 눈가에 먹칠이 된 것 같습니다 괴로우셨던 것입니까 외로움을 밀어내려 받아들인 그들이 스승님 정체성을 앗고 있었습니까 그래서 느린 새벽이면 나를 찾아온 것입니까 전날 보았던 색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그림자만 남으셨습니까 나는 스승님을 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외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가려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스승님 저는 외로움을 뱉어내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나의 뇌와 폐를 채우고 심장을 썩어가게 한다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외로움에 중독되었고 내가 얻은 것은 고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스승님 나는 그들의 무리가 되어 사랑하면 되는 것입니까 저는 사랑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혼자 있는 다는 것이 무서워요 아아 범고래가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옅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스승님의 입을 막은 것입니까 세상을 흩뜨린 것입니까 가만 나의 발을 보니 녹고 있군요 손으로는 검은 액체들이 잠식하고 있군요 나는 지금도 깊은 심해에 있는 것입니까 크고 위엄을 물고 다니던 범고래는 어디에 숨고 내가 이 깊은 심해에 있습니까 나의 심장에서 자라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 ... 그들이군요 물거품들이 헤엄을 치는 게 전쟁처럼 보입니다 나의 입술을 잔기억들이 막아내고 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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