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이미 잠재적 가해자였다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사건(N번방 사건)', 그 너머의 이야기
N번방 가입자들중 10대 청소년들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이 '10대'만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누군가는 또 다시 부실한 교육 시스템을 탓하고 형사 미성년자의 빈틈을 탓하며 학교와 제도로 그 화살을 돌려두고 털어내려 하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남 탓으로 돌리면 이 씁쓸함과 찝찝함이 깨끗이 사라질 것만 같았는가.
물론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은 여전히 부실하고 형식적이다. 물론 N번방의 10대 청소년들중 누군가는 미성년자라는 자신의 지위를 믿고 그런 불법적 일탈행위를 보다 쉽게 자행한 악질들이었을 수 있다. 맞다. 구조도, 당사자도 다 문제다.
그러나 그렇게 마침표를 찍어버리지는 말자. 결국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여전히 사라지지 못한 남성 문화의 폭력적 구조가 대물림되어 텔레그램이라는 현대적 양태로 발현된 것이다. 물려주지 않았을지라도 물려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 침묵하고, 용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작위는 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불합리한 위계 구조의 상부에 위치한 존재는 부작위만으로도 그 불합리함을 용인하는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N번방은 곧 우리 모두의 문제다.
탓하기만 하며 나 혼자서 정의로운 건 비겁한 회피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구조가 개선되길 원한다면 성찰하고, 바뀌자. 그간 당사자성이 부족하단 이유로 관련 사안에 유독 소극적이었던 나부터 다시금 뼈저리게 반성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이 '지옥'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