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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너머 Dec 02. 2020

엘리트주의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그들에게

'전공의 총파업과 전교1등 카드뉴스 사건', 그 너머의 이야기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낸 카드뉴스를 보았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라며 낸 문제의 선택지에는 "매년 전교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라는 표현이 담겼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저런 표현을 문제의식 하나 없이 당당하게 써서 게시물로 올릴 수 있는 그들의 사고 구조가 궁금해졌다. 일단 여론의 집중포화가 이어지니 지금은 의협 측에서 관련 게시물을 아예 내려버린 것 같다.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전교1등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실력을 인정 받을만한 자랑스러운 지표이긴 한가. 다들 내신 공부 해봤고 수능 공부 해봤겠지만, 그때 그렇게 개처럼 공부했던 것들이 과연 대학에 와서 피와 살로 남아있기는 했는가. 과연 그 학창시절의 '성적'이라는 것이 실력 좋은 의사와 실력 나쁜 의사를 가려낼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설령 그 성적이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만이 전교1등에게 더한 사회적 인정과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정 받고 보상 받으려고만 공부했는가.

 기능론과 능력주의의 성지라 하는 미국에서조차 엘리트주의 프레임은 이미 200여년 전(앤드류 잭슨의 당선과 휘그당의 노선 변경)에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수명을 다한 '죽은' 프레임이다. 속 마음은 잘 알겠지만 19세기에 이미 죽은 프레임을 가지고 21세기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보겠다고 하는 그들의 작태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우리 모두의 무절제한 욕망으로 쌓아올린 이 나라의 천박한 교육 시스템이 자꾸만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누구나, 당장 나부터도 누군가에게 언젠가 괴물이었을 수 있고, 앞으로 언제든 괴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괴물을 때리기만 해서 해결될 것이 아닌,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결국 그 본질에는 '교육'이 있다.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아본다.


#참고기사. 황예랑 외, <의사만 '전문가'라는 우월의식... 대안 안내고 강경투쟁만>, 한겨레, 2020.08.31.,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599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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