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사가 적성에 맞을까요?

교사의 적성은 '칭찬 잘 하는 사람'

by 홍차




천성이 교사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교사가 적성에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은 구분된다. 적성이란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이라면, 교사의 적성은 바로 '칭찬 잘 하는 사람'이다.




며칠 전, 우리 반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열었다. 나는 반갑게 맞이하며 "무슨 일이야?"하고 물었다.



"저, 2학기 임원 선거에 나가려고요."



후보자가 한 명이라도 느는 건 반가운 일이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학생이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반갑게 맞이했다.



"잘 생각했어! 우리 00이라면 선생님이 엄청 든든하지!"



공약서 양식을 내어주곤 나도 모르게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00이는 착하고 조용하며 해야 하는 일을 제때에 하는 아이였다. 따라서 29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담임으로선 손이 안 가는 고마운 아이였다.


후보자 등록 기간 내내 조회 시간마다 "실패하면 경험이 되고 성공하면 경력이 된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 도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으면서 나도 모르게 몇몇 특정한 아이를 염두에 두었다. 대개 목소리가 크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었다. 00이는 그런 점에서 전혀 떠올리지 못한 학생이었다.


드디어 임원 선거날, 00이는 발표문을 성실하게 적어왔다. 교탁 앞에 서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부터 했고, 정석대로 공약을 차례차례 발표했다. 목소리는 좌중을 휘어잡을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꼼꼼하고 성실한 태도가 물씬 느껴졌다. 투표를 했고 후보자 3명 중 공동 1위였다. 재투표 끝에 2학기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박수와 함께 자치 시간이 끝나고 청소까지 마무리한 뒤, 조용한 교실에서 임원선거 후보자로 나온 학생들 보호자에게 한 분 한 분 전화를 드렸다. 학생이 임원선거에 용기 있게 나왔거나 교내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 보호자와 꼭 축하의 마음을 나누자는 게 나의 몇 안 되는 신조 중 하나다. 00이의 어머니께 임원 당선 소식을 알려드리자 무척 기뻐하시며 말씀하셨다.



"어머, 임원선거에 나갔는 줄도 몰랐어요. 안 그래도 00이가 2학기 첫날 집에 와선 임시반장이 되었다고 신 나서 얘기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인사 잘 한다고 칭찬도 하셨다고, 엄청 기뻐하더라고요. 그래서 '00아, 반장선거도 나가봐'라고 말했더니 생각해본다고 하긴 했었거든요."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그제야 무심코 지나갔던 하루를 떠올렸다. 임원선거를 하기 전 일주일 동안 번호순으로 임시반장을 지정했었다.


처음엔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습관일 뿐이고, 사실 담임 교사로서 봉사 역할을 할 학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해두는 것이다. 2학기 첫날은 5번이고, 나는 5번인 00이에게 임시반장을 부탁했다. 역할은 수업 시작할 때 '차렷, 공수, 경례'하고 구호 외치기, 그리고 매시간 칠판 청소다. 봉사 역할이므로 칭찬도 호들갑스럽게 하는 걸 잊지 않는다.


습관적인 임시반장 지정이 나에게는 반복되는 학기초 루틴이었을 뿐인데 이 한 명의 아이에게는 놀랍고 뿌듯한 사건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처음 임원선거에 자원까지 하였으며, 준비해온 공약을 발표하고, 부회장으로까지 당선된 것이다.


나는 말의 힘, 특히 칭찬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존재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 명 한 명을 발견하고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교직이다. 그리고 존재를 발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칭찬이다. 인사를 하면 맞받아치는 것에서 나아가 '인사 잘 한다!'라고 엄지를 치켜들고, 친구랑 놀고 있으면 '에너지가 넘치네'라고 말 건다. 분명 그 순간은 찰나였음에도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그때 그러셨잖아요'라고 놀랍도록 기억하여 칭찬을 돌려준다.


따라서 교사 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그리고 교사 생활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칭찬 잘 하는 사람'이다. 나의 한 마디가 너에게 가닿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칭찬을 잘 한다'는 별 것 아닌 나의 장점이 아이들 덕분에 특별해진다.


나로 인해 네가 발견되고, 너로 인해 내가 발견되는 그 순간, 교사 생활이 애틋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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