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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은 Jun 30. 2024

많이 싸워본 디자이너가 더 강해진다

디자이너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

개발자가 다수인 조직에서 사용자 중심 관점을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 디자인 실력이 모자란 탓인지,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스스로를 탓하다보면 마침내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럴 때 가장 큰 위안이 된 것은 링크드인이었다. 구글 UX 디자인 리드인 김은주님이 쓴 글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그는 일이란 의견을 맞추고 타협하는 과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중, ‘함몰’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타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중 하나가 ‘함몰’이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디자인이 산으로 가거나 아이디어가 리젝되었을 때 크게 상심할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다음 프로젝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제품은 실패했을 수 있지만 나는 성장할 수 있다. 그럼 성공한 거다.”


그의 말을 되새기며 지난 회의들을 돌이켜 보았다. 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뭔가를 잃었다거나 싸움에서 진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준 그에게, 용기를 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돌아온 메시지는 더 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구글처럼 큰 회사에서도 디자이너는 혼자서 PM과 개발자와 충돌할 수 있다. UX 관점을 전달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싸워본 디자이너가 더 많은 내공을 쌓게 된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서로 다른 관점과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주 충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같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사용자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개발자의 기술적 한계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제품의 실패 또는 타협의 실패를 나의 실패와 연결짓지 않는다면, 디자이너는 맞닥뜨리는 갈등의 수만큼 성장할 수 있다.


선배들이 갈고닦은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워 디자이너로서 먹고 산다. 하지만 힘들어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선배들의 지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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