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누구나 경험은 있지
뇌가 쪼그라들어 기억들이 튕겨가고
남은 기억은 새로운 자리를 찾는 순간
세포는 터진 석류의 벌건 집처럼 헐렁해지고
상처를 호소하는 외침에 귀는 윙윙이고
석류에 뿌리를 둔 눈알은 힘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그 두통
45해를 겪고야 눈치를 챘다
시간은 달력에만 있는데 왜 노화는 마디를 두고 넘어가는지
지난 가을, 밤 떨어지듯 기억도 젊음도 후두둑 가는구나
그래, 그 밤나무에도 달력은 없었지
어릴적 이 홍역같은 두통은
아버지의 기억을, 앞 집 친구의 기억을,
여름 두꺼비의 기억을, 겨울 불놀이의 기억을
비좁은 세포에 담기위해 두통이 왔을거야
이제 여러 집이 빈 집이 되고
오늘은 그 정리를 위해 두통이 온거지
그래, 네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