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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푸의 여행 Jan 10. 2019

동화처럼 살아요 10

두통




누구나 경험은 있지

뇌가 쪼그라들어 기억들이 튕겨가고

남은 기억은 새로운 자리를 찾는 순간

세포는 터진 석류의 벌건 집처럼 헐렁해지고

상처를 호소하는 외침에 귀는 윙윙이고

석류에 뿌리를 둔 눈알은 힘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그 두통

45해를 겪고야 눈치를 챘다

시간은 달력에만 있는데 왜 노화는 마디를 두고 넘어가는지

지난 가을, 밤 떨어지듯 기억도 젊음도 후두둑 가는구나

그래, 그 밤나무에도 달력은 없었지


어릴적 이 홍역같은 두통은

아버지의 기억을, 앞 집 친구의 기억을,

여름 두꺼비의 기억을, 겨울 불놀이의 기억을

비좁은 세포에 담기위해 두통이 왔을거야

이제 여러 집이 빈 집이 되고

오늘은 그 정리를 위해 두통이 온거지

그래, 네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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