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푸의 여행 Dec 28. 2018

동화처럼 살아요9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

지난주 처음으로 헤이리를 다녀왔다.

막연히 카페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들이 많다는 검색 정보를 보고 뒹굴거리는 가족을 모시고 갔다.

장난감, 동화, 악기, 도자기 프린팅 박물관.

애들은 먹고 뛰고 놀고 하는 건 꼭 여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 가족과 어딜 갔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헤이리박물관에 대한 내 평가다.

그런데 애들은 모르겠고 아내와 나는 기대에도 없던 악기 박물관이 돈값은 했다고 평했다.(어쩌면 어른 입장에선 당연한지 모르겠다)

세계의 다양한 악기들을 보고 몇 가지 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전 강릉 소리박물관(이전하기 전)에서 느낀 감동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 스틸드럼은 음악이라곤 도레미 밖에 모르는 내가 황홀한 연주를 했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뭐랄까? 전생에 내 것이었다고 할까? 아니면 갑자기 내가 신동이라도 되었다고 할까?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배우지 않더라도, 꼭 정해진 음표를 따라 하지 않더라도, 혼자 심취해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야금 이후 느끼는 악기 욕심이었다. 양철 조각을 두드려 만든 악기니 나도 하나 사 볼까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관장님이 중남미 어딘가에서 피아노 3대 값을 주고 구하셨단다. 피아노 3대 값이야 어떻게 한다지만 중남미 어딘가는 물건의 구매가 아니라 보물을 찾아떠나는 인디아나존스처럼 막연하게 들렸다. 그러니 저건 피아노 3대 값이 아니라 내가 가질 수 없는 뭔가였다.

왠지 악기 소리가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듯 아련했다.     

 



아쉽다.

자주 듣는 말 중에 도대체 뭐했냐인데, 남들처럼 잡기가 없다. 학교 때 당구를 배운 것도 아니고 담밸 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또 요즘 다하는 골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 다 키운 자식들 난 이제 꼬물꼬물하고 있으니, 도대체 뭐 했냐는 질문에 그냥 웃고 만다. 뭐 그리 기죽을 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절반을 넘고 있는 이제 가끔 뭘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기는 하는데 그것도 그저 지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악기는 무척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학원은커녕 학교와 농사일이 전부인 생활에 학교 외에 돈을 주고 뭔가 배운다는 건 호사도 아닌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수영도 돈 주고 배웠겠는가! 쌍방울 흰팬티가 곧 수영복이었고 동네 앞 시퍼런 냇가가 수영장이었으니 이것도 놀이 중 하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잘하는 게 많다.

냇가 수영, 나무에 올라 열매 따기, 작살을 만들어 물고기 잡기, 야산 타기, 버섯 채취, 썰매 만들기, 산토끼 사냥, 매 키우기, 약간의 농사일.

거의 김병만님이네^^

넌 할 줄 아는 게 뭐냐?

...어...그러니까? 그러니까...사냥??

그래서 그냥 수영은 할 줄 안다고 한다.

자세는 곁눈으로 배워 어색하지는 않다.


얼마 전 동종업계 선배들과 모임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이*장은 당구 얼마나 치냐는 질문을 받았다.

못 친다니 그럼 뭐 잘하냐고 묻는다.

특별히 하는 게 없다니, 그럼 주말에 뭐 하냐고 묻는다. 아이 셋 아빠가 뭘 하겠는가?? 애보지.

그 사정이야 모르는 사이니 친절하게 '시간 나면 책이나 보고 뭐. .'하고 말을 했더니 일행 모두가 박장대소를 한다. 어쩌다 책 읽는 것이 이렇게 웃긴 이야기가 됐는지, 지금 생각하니 나도 헛 웃음이 난다. 아저씨들아! 그렇다고 숙맥은 아니올시다. 군대선 씨름왕에 사격 대표까지 한사람(군부심)입니다. 아이구, 여기서 웬 변명이람^^


그래서 난 할 줄 아는 게 무엇이 있나? 를 넘어 난 가진 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답을 먼저 말하면 

사랑하는 내 삶이다

난 사랑하는 삶을 가졌다.

물론 이 보따리를 풀어보면 그 안에는 고농도의 직장 스트레스와 성욕을 비롯한 끊임없는 욕구, 그의 형 욕심(특히 돈), 무력감과 우울, 불법행위, 오만....를 비롯하여 사랑하는 가족, 그림자(싸라 있네), 안정적인 직장, 집과 차, 친구, 고향, 소소한 능력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더하고 빼 남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늘 행복하길 원하지만, 그렇지만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랑하는 삶인가?

삶은 행복해서가 삶이 아니다. 끊임없이 행복 찾아, 사랑 찾아 사는 게 삶이다.

삶은 사랑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무에 가깝다.

태어남이 내 의지가 아니듯 삶을 사랑해야 하는 것도 태생과 함께한 부록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 솔직한 내 자랑은 절망 속에서도 놓지 않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내 어머니에게 배웠다. 말을 다 할 순 없지만, 그 끈질긴 어머니의 삶에 대한 집념에서 배웠다. 

잘난 사람은 무수히 많다. 늘 그들이 부럽고 내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인간은 늘 실수하고 늪에 빠지고 슬픈 일들이 따른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난 사람이 있어야 내 주변이 반짝인다. 적어도 내게 돈을 빌려 달라든가, 도와 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고, 

실수를 하지 않고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 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늪이 있어냐 내 내면을 다질 수 있고 슬픔이 있어야 내가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분명 빛은 어둠을 배경으로 한다.


난 무엇을 가졌는가?

난 사랑하는 내 삶을 가졌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이야기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