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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못하면 너도 못할 거란 걸 알아

by 디어싱클레어

2호점과 함께 대외활동을 막 시작한 우리 브랜드는 브랜딩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해 보게 됐다. 주변에 브랜딩을 잘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나 역시도 따로 그런 서적을 찾아서 읽거나, 만나는 모임마다 그런 이야기를 꼭 주제로 두곤 했다. 그렇게 지은 내 결론은 브랜드는 나와 우리 구성원들이 만든 하나의 인물과 같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생기는 이 인물의 역사들이 우리의 브랜드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하는 방식들이 브랜드의 성향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나중에 다루면 밤새도록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도 생각을 많이 하는 부분이지만 마침표는 찍을 순 없었다. 아직 우리 브랜드는 5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것들이 변할지 모른다.


브랜딩을 고민하면서 누구는 브랜드의 슬로건이 중요하고, 누구는 제품의 가치가 중요하고, 누구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에게 브랜드는 구성원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본인의 역할에 진정성을 갖고 일해야 하고, 그들과 함께 고민한 방향성이 대중들에게 잘 전달되는 그 과정 모두 나 혼자보다는 우리라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구성원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하는 업무환경에 대해서 더욱 예민하게 신경 쓰려고 했다. 그때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의 반복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부분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도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았다.

요식업 서비스업무 환경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어떤 희망이 없는 쳇바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닌 곳들도 있겠지만 다수의 개인매장) 나는 서비스업을 그렇게 10년을 했고, 다시 10년을 하라고 그러면 못할 것 같다. 경험했던 10년도 지나와보니 10년이었던 거지 10년일 줄 알았으면 진작에 도망쳤을지 모른다. 그래서 최소 분기에 한번쯤은 설레는 일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는 작은 회사이므로 사업연계성을 빼놓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업종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대회를 나가고 함께 핫플레이스 시장조사를 했다.


주변에 많은 대표님들과 대화해 보면 인자한 모습 뒤에 직원들을 조심하라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그들도 직원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사람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과 분위기를 잘 만들어두면 개개인의 성향보다 전체의 분위기가 더욱 커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메시가 나가도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강팀으로 남아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했다. 나는 사람 개개인도 믿지만 우리라는 구성원이 만든 사회를 믿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 간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개개인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을 좀 더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 혹은 제빵사들이 긴 호흡으로 나와 같이 이 브랜드의 미래를 그리기를 바란다. 그들이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핵심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선 글에서 말한 것 처럼 혼자 하는 것보다 팀으로 하게 되면 이루는 성과에 대한 기쁨이 배가 된다고 항상 믿는다!


Ps) 누군가 내게 우리 브랜드는 첫 이미지는 별로지만 알고 보니 진국인 브랜드 같다고 했다. 단순히 인간관계라고 했을 때는 이게 좋은 표현일 수 있지만 브랜드로 바꿔서 말하면 사실 내실보다 보이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 하나라도 나쁘지 않게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우리가 진국이라고 느낀 누군가는 다시금 우리를 찾는 우리의 팬 혹은 단골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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