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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Mar 19. 2021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사랑의 열병은 운명의 장난이 아나라 도파민의 장난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 어떻게 보면 정말 무더운 한여름 밤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우당탕탕 사랑 이야기 한 편을 유쾌하게 감상한 느낌이랄까?

정말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연극 두 편을 감상하는듯한 기분이 드는 이 끔찍 발랄한(?) 희곡에 대하여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그런 행복한 고민이 머릿속에서 행복한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약간의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야 한다.

그것은 이 작품의 배경이 고대 아테네이기 때문이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아테네의 왕이 크레타의 미궁 라비린토스에 갇혀 있는 황소 머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아테네의 영웅이자 왕이 된 테세우스이다. 그리고 서로 엇갈린 젊은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할 땐 오비디우스의 아폴론과 다프네의 슬픈 신화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한여름 밤의 꿈'안에서 공연되는 극 중의 극은 오비디우스의 피라무스와 디스비의 이야기로 이는 차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명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재창작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야기가 어느 옛날 아테네 왕국에서 있었던 일들인지라 플루타크의 영웅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당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하는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이 희곡이 공연되는 되는 곳이 유럽이기에 우리네 콩쥐팥쥐나 주몽 이야기처럼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플롯이 진행되기에 그런 부분에서 사전 지식이 반드시 있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요즘 인터넷에 모든 것이 나와있기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식도 좀 넓힌다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검색을 하며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기도 한다. 그러니 무조건 재미없다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느린 호흡으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테네의 젊은 연인인 라이샌더와 허미아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그의 아버지는 드미트리우스와의 혼인을 딸에게 강요한다. 결국 왕인 테세우스에게 찾아가게 되고 당시 아테네 법에 따라 허미아에게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드미트리우스와 결혼을 하던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결혼을 할 수 없는 수녀원으로 들어가던지 양당 간의 결정을 내리라고 판결한다.

이에 자신의 선택으로 결혼을 하겠다는 다소 계몽주의적(셰익스피어가 한여름 밤의 꿈을 집필할 당시인 16세가 후반 한창 르네상스의 기운이 돌던 유럽의 경향) 입장에서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아테네로부터 도망쳐 함께 살기로 하고 그날 밤 아테네 근교 숲 속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때 드미트리우스를 흠모하는 허미아의 친구 헬레나를 만난 허미아는 그 둘의 계획을 말하게 되고 드미트리우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둘 역시 숲으로 향하게 된다.


마침 숲 속에서는 아테네 왕의 결혼식 축하공연을 위하여 아테네 기술장인들이 모여 연극 연습을 하게 되는데 때마침 숲 속의 요정 오베론과 그의 여왕인 티타니아가 시종을 두고 갈등을 겪다 마침내 티타니아에게 마법(잠자는 동안 큐피드의 황금화살과 같은 역할을 하는 팬지 꽃 즙을 눈 밑에 발라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처음으로 마주치는 자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마법)을 걸어 처음으로 보는 누군가에게 열열한 사랑에 빠지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종에게서 관심이 멀어지게 하여 그를 얻을 요량으로 마법을 쓰고 그런 티타니아는 연극 연습 중 오베론의 부하 요정인 퍽이 쓴 마법으로 당나귀에 머리로 변해버린 바틈에게 반하게 되고 오베론은 원하던 시종을 얻게 된다. 오베론은 처음 시종을 얻을 계략을 모의하던 중 숲 속에 온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를 보게 되고 여자의 구애를 뿌리치는 드미트리우스의 모습에 반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퍽에게 아테네 복장을 하고 자고 있는 남자에게 팬지 꽃 즙을 바르게 하여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하려 하나 엉뚱하게 같은 아테네 옷을 입고 숲 속에서 자고 있던 라이샌더에게 묘약을 발라 아침에 일어나 처음 보게 되는 헬레나에게 열렬히 구애하게 된다.

이쯤 되면 인간과 요정이 뒤죽박죽 되어 내가 아침 한여름 열대야로 인해 비몽사몽 잠을 설치며 꾸는 꿈인지 생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야기는 좀 잡수 없을 것처럼 먼 곳을 향해 치닫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무렵 모든 상황을 인지한 오베론은 모든 것(티타니아와 라이샌더에게 팬지 꽃잎의 마법을 원상태로 돌리는 디아나 꽃 즙을 발라 콩깍지를 벗게 한다)을 원상 복구하려 하나 여자의 구애를 뿌리치는 드미트리우스만은 그대로 두어 헬레나를 사랑하게 한다. 허미아에 대한 드미트리우스의 포기는 기존의 라이샌더와 허미아 커플뿐만 아니라 자연히 그 둘 연인의 사랑도 이루어짐에 따라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자신을 포함하는 세 쌍의 합동결혼식을 명령하고 합동결혼식이 끝난 후 숲 속에서 연습하던 아테네 기술 장인 무리들의 피라무스와 디스비의 연극을 공연을 허락하고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며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연극은 끝을 내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오베론이 그 세 쌍에게 축복을 내리며 극은 마무리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은 복잡한 플롯을 가진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자니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이 해괴망측한 연애 이야기가 르네상스 당시 나 현재까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허미아와 라이샌더의 대화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들은 다른 무엇이 선택한 사랑보다는 자신들의 이성으로 판단한 대상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하고 아테네를 떠나 함께 사랑하며 살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숲 속의 요정인 오베론의 마법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허미아를 열렬히 사랑했던 라이샌더는 팬지 꽃 즙을 바르고 일어나 처음 본 헬레나를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하게 되고, 구애하는 헬레나에게 갖은 협박을 하던 드미트리우스도 마법에 녹아 여지없이 헬레나에게 구애하다 마침내 이 둘은 이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이 희곡이 쓰인 16세기 후반이나 고대 그리스나 지금의 우리 조선반도에서도 그렇고 현재의 열렬한 사랑은 매우 이성적이며 현재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사랑하며 산다.

하지만 그 사랑은 어느 순간 다른 대상에 미쳐버리면 이전의 사랑은 내가 왜 그를 사랑했나 싶을 정도로 아득히 먼 과거의 미친 열병으로 여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다만 현재는 그 열렬한 사랑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생리적 현상이며 그 또한 길어야 2년이라는 허무한 몽상임을 알고 있으며 도파민 중독에 걸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또다시 영원할 것 같은 현재의 사랑을 찾아 열병에 걸린 듯 구애하며 또 사랑하며 산다. 그것이 자신의 이성적 판단에 기인한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명언을 만들어 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파민 분비라는 신체 과학의 비밀을 몰랐던 과거에는 요정의 요술처럼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한여름 밤의 꿈같이 끈적한 무언가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완전 꿀 잼 희곡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무언가 아주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엇갈린 젊은 연인들을 통하여 사랑이라는 열병이 무더운 여름 열대야 때문에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그 밤에 꾸는 비몽사몽 같은 그런 일들처럼 만들면서도 당시 사회적으로 남자가 구애하고 여자가 받아들이는 이상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상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오락 희곡인 것이다.(물론 지중해 기후인 아테네의 한여름밤은 서늘하여 시원하게 단잠 자기 좋은 밤일 것이다. 하지만 마법에서 풀리고 나서 주인공들이 단잠을 못 자 꾼 해괴한 꿈으로 여기는 것을 보고 우리 식으로 끈적한 열대야 밤에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꿈자리가 사나운 것으로 나름 재해석해 보았다)

아무튼 글이 쓰인 르네상스 시기 사랑에 대한 유럽의 시대적 인식에 대하여 조금 느낄 수 있는 그런 유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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