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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Mar 26. 2021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읽어보면 압니다 이 작품은 도파민 중독 방지 캠페인용이라는 것을

젊은 청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이야기 것이 있다면 모름지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으뜸으로 꼽힐 것이다.

하지만 왠지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는 이미지 보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1968년 개봉한 올리비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30대 이상에게는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의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각각 기억되어 있는 것 같다.

비극적인 이야기와 두 배우의 이미지, 연기 등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에 희곡이 아닌 그러한 영화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굳어진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도 그럴 것이 1977년생인 나 역시 1996년 당시 디카프리오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젊은 세대들은 누구나 열광하면서 보았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그저 영화 작품 딱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봉인 처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신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미지는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인가요? 올리비아 핫세인가요?

이런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제 40대 중반이 되어 처음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접하게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우리는 영화를 통해 뻔히 다 알고 있는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 읽기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 그것은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보기 좋게 깨지라고 있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읽기에서 그간 몰랐던 신선한(?) 내용이랄까? 다소 놀랐던 부분을 조금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선 로미오의 첫사랑은 줄리엣이 아니었다.

작품 처음부터 로미오는 로잘린이라는 여성에게 요즘 말로 뻑이 간 상태였다.

심지어 줄리엣을 처음 만나는 캐풀렛가의 가든 파티도 로잘린이 초대자 명단에 있기에 그곳에 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로미오가 그 파티에서 캐풀렛가의 젊은이들에게 발각되나 캐풀렛이 평소 품행이 단정하고 그곳에서 신사답게 행동하는 로미오를 칭찬하고 파티를 즐기도록 한 점(철천지원수 지간이라 숨 쉬는 것조차 화가 나 으르렁거리던 극단적인 사이까지는 아닌 것 같고 특히, 극의 마지막에선 이 둘의 비극적 종말로 두 가문은 마침내 화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로미오가 캐풀렛가의 티볼트와 로미오의 정략 약혼자 파리스 해서 두 명을 단칼에 죽인 최고 수준의 검객이었다는 점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서 간단히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16세기 말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철천지원수 지간인 두 가문이 있었는데 바로 캐풀렛가(家)와 몬터규가(家)이다. 이들 가문의 젊은 남자들은 19세기 초까지도 유럽에 만연했던 신사도 정신에 입각한 결투를 당연지사로 여기며 언제든지 한 목숨 바쳐 상대 가문과 싸울 기세가 넘쳐났기에 늘 태풍의 눈 속에서 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몬터규가에는 다소 감성적인 사내가 있었는데 바로 몬터규의 장남 로미오였다.

로잘린이란 여성에 반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나 번번이 실패하던 중 캐풀렛가의 가든 파티에 그녀가 초청받은 것을 알고 가문의 친척이자 친구들과 가면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로미오는 줄리엣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런 로미오에게 역시 한눈에 반한 줄리엣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결혼을 약속하며 이내 평소 알고 지내던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 로렌스 수사의 주례 아래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며 서로 남편과 아내가 된다.


그렇게 행복을 꿈꾸던 둘에게 불행이 닥치니 결혼 다음날 베로나 거리에서 캐풀렛가와 몬터규가의 젊은이들이 마주치게 되고 시비는 어느덧 피가 낭자한 싸움이 되었고 캐풀렛가의 티볼트가 휘두른 칼에 몬터규가의 머큐쇼가 죽고 그 와중 그들을 말리던 로미오는 티볼트를 죽이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로미오는 베로나 공작에게 추방형을 받게 되고 남편을 볼 수 없음에 실망한 줄리엣은 눈물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그런 줄리엣이 안타까웠는지 그의 아버지는 베로나 군주의 아들인 파리스를 줄리엣의 배우자로 정하고 줄리엣에게 결혼은 강요하게 된다.


남편의 추방형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난데없이 결혼을 하라고 하니 이에 실망한 줄리엣은 로렌스 수사는 찾아가 삶을 마감하고자 한다는 고해성사를 하게 되고 이에 놀란 로렌스 수사는 잠시나마 죽음의 효과가 있는 물약을 주고 결혼식 아침 죽은 사람이 되어 장례를 지내기 위해 묘지에 안장했을 때 깨어나면 로미오를 불러 함께 줄리엣의 유배지로 도망가게 주선해 줄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로미오에게 그런 사실을 전하러 갔던 존 수사가 그곳에 당도하지 못하고 반대로 줄리엣의 죽음 소식만을 전한 몬터규가의 하인으로 인해 로미오는 그저 줄리엣이 죽은 것으로 알고 베니스로 돌아오게 된다.

이 사실을 알리려 했던 로렌스 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어긋나 로미오는 독약으로 줄리엣은 로미오의 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묘지를 방문했던 파리스와 로미오는 서로 간에 오해를 하다 싸움으로 번져 파리스 역시 로미오의 칼에 죽음을 당하고 이렇게 베니스의 젊은이 다섯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끝나게 된다.

여담이지만 영화 '피끊는 청춘'의 이세영 배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와 너무 닮았다. 모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ㅋㅋ

작품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건 ' 거 참 16세기 말 이탈리아 베로나의 젊은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 호르몬 과대 분비에 분노조절장애자가 많았구나!' 하는 점이다.

제아무리 젊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만나서 그 다음날 자기들끼리 결혼식을 올려 부부의 연을 맺고 자중할 시기 신랑은 패싸움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에 추방령이 내려지자 서로 자살을 생각할 만큼 극단적으로 슬퍼하게 된다. 이를 본 여자 측 부모의 성격은 한 술 더 떠 슬퍼하는 딸에게 무언가 힘이 되어주고자 단 이틀 만에 결혼식을 하라고 강요하고 이를 거절한 딸은 이틀 전에 결혼한 남자를 찾아가기 위해 자살 촌극을 벌이다 어긋나 둘 다 자살로 마감하는데 걸린 시간 딱 나흘인 이 희극적 비극인 희곡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로 난감했다 아니 맷돌을 돌리려 하는데 어이가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전문가나 아마추어 블로그 평 모두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한 명작으로 평하며 이 비극을 통해 절제되지 못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을 통해 삶을 바르게 정화하고자 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연극 또 현대에 이르러는 영화라는 극적인 매체를 이용하는 점을 상기하니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자극적인 것에 대해서만 반응하고 수용하는지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만약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사는 보편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면 과연 이 작품에 이렇게 오랫동안 열광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래된 가문 간의 감정을 해소하고자 서로 정략결혼의 대상자로 만나 결혼을 약속하는 어쩌면 지금도 더 보편적인 사회적 계약에 가까운 결혼제도에 입각하여 서로 만나게 되었다면 과연 이렇게 극도로 도파민이 분비되는 극단의 이야기로 치달을 수 있을까?

아마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우리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어차피 가문 간의 정략결혼이기에 그 둘 사이는 권태의 문제가 부각될 것이고 로잘린이나 파리스는 불륜의 대상으로 등장하여 또 다른 의미의 도파민 호르몬 분비와 분노조절 장애적 스토리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고귀한 사랑 이야기의 대명사 '로미오와 줄리엣'을 나만 나락으로 몰고 가는가 아닌가 싶지만 우리는 이성이 배제된 폭발적 사랑의 감성을 이렇게라도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의 카타르시스는 절제되지 못한 감정으로 인해 벌어진 비극에 대한 비장미가 아니라 우리의 억압된 감성의 대리 표출 및 만족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삶의 권태가 느껴져 정화되지 못한 감정을 터트려 도파민에 젖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올 때 그것은 당장에 불화살 같은 열정에 휩싸인 삶이 될지라도 도파민의 유효기간이 끝났을 때 더 큰 불행의 불씨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일상에 만족하고 싶다면 영화든 연극이든 희곡이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풀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는 나만의 생각을 하게 만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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