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는 VC(벤처캐피털)의 투자 축소,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몇 개월 전,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들은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는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이슈로 인해 채권시장 또한 얼어붙게 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투자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왔다고 움츠리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적극적인 투자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고, 스타트업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국가들을 말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마침내 새로운 스타트업 신대륙을 찾아내게 됩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아시아의 역동적인 스타트업 시장, 그곳은 바로 베트남입니다.
✔️ 스타트업 하기 좋은 베트남
우선 베트남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하면서도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 매력적인 국가 중 한 곳입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 수교 30주년으로, 작년 기준 무역규모는 약 807억 달러로, ASEAN 국가들 중 한국과의 교역·투자 모두 1위의 경제협력 국가입니다.
또한 베트남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생산 허브이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이미 한국 기업과 제품에 익숙합니다. 이외에도 K-POP과 같은 한국 콘텐츠의 확산으로 전 세대에 걸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존 제조업 생산 거점이었던 중국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또한 베트남 국민들의 46.5%가 모바일 기기에 친숙한 20~40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시장 진입을 하기에 용이하고, 시장 수요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베트남 스타트업 시장 신규 투자액 (출처 : 한국일보)
베트남 정부도 스타트업들에게 우호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조업 중심(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뛰어넘어 2030년까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인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연구센터인 '스타트업 블링크'가 발표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ASEAN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미 베트남은 4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 또한 적극적입니다. 특히 베트남 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21년 기준 스타트업 투자규모가 13억 달러로 역대 최고에 달했습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적 흐름과 제도 개선, 그리고 시장의 수요, 풍부한 자금력까지 스타트업이 사업을 펼치기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베트남의 '잘 나가는' 한국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 베트남 성공 사례 - OKXE (출처 : baodaufu.vn)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 베트남 시장에 이미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이전부터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OKXE'를 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만 거래되던 오토바이 중고거래를 온라인화하여 9조원 규모의 중고 오토바이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OKXE는 2019년 서비스 런칭하여 시리즈 A 투자 규모로 총 105억 원에 달했습니다. 베트남 기반 스타트업에서는 기록적인 규모입니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는 앱 이용자가 7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로컬 기업인 '쇼피'와 '라자다'에 이어 업계 3위의 시장지위를 확보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베트남 성공 사례 - Go2Joy (출처 : jobsgo.vn)
또한 한국의 '여기 어때', '야놀자'와 같은 숙박 예약 서비스가 베트남에서도 있었습니다. Go2Joy가 그것입니다. 이 숙박 서비스는 베트남의 젊은 커플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국 기준 1~3★급의 숙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반일 숙박(Overnight) 제도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제도는 전날 밤 9시에 체크인을 해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체크아웃을 하는 12시간짜리 예약입니다. 교통이 끊겨 집에 가지 못한(?) 젊은 커플들이나 지역 이동 중 잠깐 숙박을 취하려는 여행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그 결과 Go2Joy는 Agoda 같은 글로벌 기업과 차별점을 둘 수 있었고, 베트남 시장 1위의 OTA(Online Travel Agency)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제2의 아마존, 베트남의 쿠팡을 꿈꾸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식자재들을 빠르게 배송하는 서비스인 '마켓사이공'은 2019년에 서비스를 런칭하여 현재는 한국 배달 앱 1위인 '배달의 민족' 베트남 법인과 온·오프라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무역협회의 기사에 따르면, 교육 서비스 '콴다(Quanda)'의 베트남 지역 활성사용자 수(MAU)는 2022년 4월 기준 한국의 2.6배인 47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처음 서비스를 런칭 한 2019년 말 대비 15배 이상 성장한 수치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핀테크, 이커머스, 뷰티, 부동산, 건설, 미디어, 에듀테크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처럼 한국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최근 한국에서도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에서 2013년부터 진행되어 온 베트남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Startup Wheel'에 올해는 스타트업 5곳이 본선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제2의 'OKXE'나 'Go2Joy'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더 벤처스' 박은선 심사역의 말에 따르면, 베트남은 "한국(인)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성공사례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베트남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베트남은 일당 독재의 '공산국가'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경제와는 약간 다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여러 리스크를 '뒷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근하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출된 새 공산당 지도부는 '행정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철저한 서류 증빙이 요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베트남 시장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중국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선 규모부터 키워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는 없지만, 한국이나 중국에서 성공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막연히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심동준 마켓사이공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IT 기기 활용에 능한 전문 인력의 인건비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현지인들의 니즈를 해결하는 아이템이 아닌 과거 성공에 기댄 아이템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OKXE나 Go2Joy, 콴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분석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베트남 현지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 베트남은 황금향(黄金郷)이 될 수 있을까?
과거 한국은 중국으로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극적인 성장을 거두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이슈와 중국의 '굴기(屈起)'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 중국'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벤처캐피털 등의 글로벌 자본은 인도와 멕시코, 그리고 베트남을 새로운 '황금향'으로 낙점하고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과 육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 이전에 있어 유리한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애플의 '에어팟' 물량의 3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도 베트남 내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승진 후 첫 행보로 베트남을 선택할 만큼 베트남의 시장 중요성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베트남이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아직은 시장의 의문이 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내수 시장이 작고, 물류 환경 또한 중국에 비해 열악합니다. 하지만 많은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베트남도 큰 기회의 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기업이 과거 중국 시장을 통해 큰 성장을 했던 것처럼, '넥스트 차이나'를 꿈꾸는 베트남이 상상 속의 '황금향'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황금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베트남에서 더 많은 성공신화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