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삶 속에 들어와 있는 푸드테크 기술
2022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진행되었습니다. CES는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로, 최신 업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단한 규모의 행사입니다.
일본의 소니와 캐논, 일본 드론 기업 Skydrive 외에도 한국의 삼성과 LG, SK와 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CES 2022에서는 핵심 테마 중 한 가지인 '더 나은 삶(Better life)'의 세부 기술로서 푸드테크가 선정되었습니다. 푸드테크는 말 그대로 'Food(식품)'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식품 관련 산업에 IT 기술을 융합시킨 형태의 산업구조를 말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기업들은 비건 푸드와 대체 고기, AI와 로봇기술을 활용한 레스토랑의 자동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솔루션 등 다양한 푸드테크 제품들과 기술들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푸드테크는 원재료의 생산부터 유통, 가공, 서비스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 2,720억 달러(약 37조 2,000억 엔) 수준으로, 2027년에는 3,600억 달러(약 49조 2,000억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푸드테크라고 한다면, 농업에 유전학을 접목해 유전자 변형 식물(GMO)을 만드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유전자 변형을 넘어 생물 내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일부 교정하여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푸드테크는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 트렌드에 따라 생산과 가공 부문의 산업이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게 되면서 유통과 서비스 부문에서도 푸드테크 기술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는 '반려(伴侶)식물'이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식물을 친구처럼 여기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분재나 난초 등을 키우는 문화가 생기며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를 출시했습니다.
물과 빛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바람, 낮과 밤 개념까지 적용해 식물이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만큼 노동력도 거의 필요하지 않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가정을 넘어 기존 농업에도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농업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철저한 노동 집약적 산업이었던 농업이 이제는 기술의 힘을 빌려 첨단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일컬어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이제는 남극에서도 채소를 재배해서 먹고, 사막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스마트 농업 시장규모는 글로벌 시장규모에 비해 약 1~2% 수준으로 아직은 시장이 작습니다. 일본 또한 스마트팜 시장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일본 시장 전문 조사기업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일본에서 스마트팜으로 생산한 채소 출하금액이 약 129억 엔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농업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노령화로 인해 노동력도 저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스마트팜 시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세계적으로 채식을 하는 인구가 어느덧 1억 8,00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채식은 유별난 소수의 문화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에 따른 소비형태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는 동물 도축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채식을 합니다. 그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의 고기를 대체할 대체 고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고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콩이나 밀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만드는 '대체육', 그리고 줄기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키워서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이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다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아직 시장에서 비건이나 환자식 등에 적용되어 시장규모가 작습니다.
아직 한국의 대체육과 배양육 시장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건 인구가 적고, 최근 들어서야 투자와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CJ와 대상 등 한국의 식품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대체 고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 한 만큼 시장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식탁 문화를 가장 많이 바꾼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새벽배송 시스템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AI, 빅데이터, 로봇 등 푸드테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사용해 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한국 푸드테크의 정수, 바로 새벽 배송입니다.
사실 새벽배송은 특정 기업(Coupang)의 유통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유통 대기업들도 참여하여 새벽배송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도 새벽배송이 가능해졌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동네에 있는 작은 자영업자들이 파는 음식이나 물건을 새벽배송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노동력을 활용한 노동 중심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새벽 배송 업체에서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구매패턴을 예측하고 납품업체에게 미리 물건을 물류센터로 공급을 받습니다. 이후 주문 마감과 동시에 AI가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한 동선대로 로봇들이 물건을 옮기고 빠르게 포장을 합니다.
잘못된 예측을 한다면 물건들이 재고로 남고, 신선도가 떨어져 판매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업의 손해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은 AI의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역량, 로봇 기술의 고도화 등 다양한 IT기술들이 극한으로 고도화되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 '풀필먼트' 시스템은 한국에서 굉장한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기업인 '마켓컬리'는 2021년 한 해 동안 단 4개의 물류센터로 1조 6,000억 원의 매출을 내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인 사티야 나델라는 "코로나로 인해 과거 2년 간의 디지털 전환 진척이 단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산업의 전환은 IT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산업에서 엄청나게 빠른 산업의 융합과 혁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시간은 멈춰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기술과 환경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기술과 환경의 변화 속도를 인간이 쫓아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목처럼 이제는 필(必)환경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푸드테크는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무한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우리 식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또 어떤 기술의 변화가 일어날지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