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 한국이 되기 위해
현재 국내 스타트업은 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스타트업들은 시장 전체가 침체되면서 현재는 옥석 가리기(玉石を選り分ける,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섞여있는 상황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 골라내는 한국의 관용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인 CJ를 포함하여 총 93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지난 해 6월 투자를 받고 단 5개월 만에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결국 5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당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특히 해당 기업은 2022년 외식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아기 유니콘(10년 이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선정되며 지난 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했기에 더욱 충격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가장 창업이 활발했던 2020년에 비해 2023년의 창업 비중은 16.5% 감소한 약 123만 8천 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창업 기업 3곳 중 2곳은 창업 후 5년 내에 폐업한다는 다른 통계도 창업의 어려움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정부에서는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했고 그 결과로 2023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력을 다시금 증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발표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성장기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다양한 도전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발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종합대책에서는 자금 지원은 물론, 그동안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외국인의 국내 법인 설립, 그리고 한국인의 해외 법인 설립 지원 등 국내에 외국 자본 유치 및 국내 창업자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유인책과 지원책을 동시에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있기도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창업지원법 관련 글에 이어 2번째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특히 시드 단계부터 시리즈A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장성을 검증받는 것은 물론 기술 실증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기 떄문입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나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아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J-Curve 성장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에서 총 10조 원에 이르는 스타트업 성장단계별 지원책에 이어 이번 종합대책에서는 2027년까지 민관이 함께 출자해 약 2조 원의 창업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전과 달리 보조금 형식에서 벗어나 R&D와 투자 및 융자 개념으로 지원 방식을 변경하여 해당 금액을 다시 회수하여 재투자 할 수 있도록 정책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창업 지원정책은 내국인의 국내 창업에 한정되어 왔습니다.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외국인들의 국내 창업은 물론 내국인들의 해외 창업에 있어서도 다양한 지원정책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외국인들의 창업 및 취업비자제도를 대폭 개선하였습니다. 기술창업비자(D-8), 기술창업활동비자(D-10)는 물론 외국인 전문인력비자(E-7)의 취득요건을 완화(또는 점진적 추친)했습니다. 그동안은 창업비자 발급 건수가 고작 100건 내외에 불과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또한 학생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활동 허가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외국인들의 기술 기반 창업(국내 법인) 시 최대 2억 원의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1년간 무료로 제공되는 사무 공간과 함께 법률, 회계, 세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혁신성이 비자 심사의 근거인 경우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은 실적과 수상경력을 기반으로 한 비자 심사, 비자 발급을 위한 사전교육 등 초기 단계의 해외 기술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한국의 IT 인프라와 반도체, 전기차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한국에 진출했던 Mirabook과 Miradock을 만든 Miraxess처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 뒤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나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해외 법인 설립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한국인 창업자에게는 최대 3억 원의 지원금과 함께,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스타트업 창업 센터를 개설하여 현지 시장 조사, 마케팅, 법률 및 세무 상담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외에도 기존 TIPS(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를 바탕으로 Global TIPS 프로그램이 신설되었습니다. Global TIPS는 해외 VC 등으로부터 20만 달러 이상 자금을 유치한 경우, 최대 3년 간 6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TIPS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투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했던 만큼, Global TIPS 또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됩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2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스타트업 육성 방안(スタートアップの力で社会課題解決と経済成長を加速する)과 방향성이 같습니다. 민간 벤처 투자 확대, R&D 지원, 인재 발굴, 창업 지원 거점 마련 등 많은 부분이 큰 맥락은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통해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 사회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 또한 비슷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경제 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공통된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어버린 국내 시장 상황과 최근 사회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발표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은 이러한 흐름에 알맞은 정책이기도 하고, 그동안 꾸준히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온 한국 시장이 해외 스타트업에 시장의 문을 개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게 될 지 많은 기대를 안게 됩니다.
* 일본 뉴스레터에 기고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