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가 글을 작성하고 있는 日 IT&비즈니스 뉴스레터 'KORIT'에 업로드 예정인 글입니다. 그로 인해 사례나 글의 내용이 일부 일본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작성된 내용이 있습니다. 큰 흐름은 읽는데 지장이 없지만 읽으시는데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시작하며...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고작 채 반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지금 Chat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OpenAI가 만든 이 생성형 AI(Generative AI,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내는 인공지능)는 아이폰 이후의 최대 혁신이라는 찬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ChatGPT를 만들어 낸 OpenAI의 그 누구도 지금의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초거대 언어 인공지능 모델은 오직 OpenAI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언어 모델이 출시되어 있었고, ChatGPT는 그저 2020년에 만들었던 초거대 언어 인공지능 모델 GPT-3을 기반해 개량한 GPT-3.5에 약간의 수정을 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지난 글에서 ChatGPT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ChatGPT를 대하는 한국의 분위기를 이야기해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한국에서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지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AI로 인해 시작된 직업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은 지금 : AI 활용 사례
한국 시장은 ‘빨리 빨리의 민족’ 답게, 생성형 AI에 있어서도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한국의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에 ChatGPT를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들로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업스테이지 사의 ‘Askup(아숙업)’과 ‘뤼튼테크놀로지스(이하 뤼튼, wrtn)’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Askup은, GPT-3.5와 텍스트와 이미지를 인식하는 OCR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2023년 3월 28일 현재 카카오톡 채널친구(가입자)가 43만명을 돌파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뤼튼 서비스 랜딩페이지 화면
두번째로 뤼튼(wrtn)에서 만든 ‘챗 뤼튼(Chat wrtn)’은 ChatGPT의 최신 버전인 GPT-4.0을 적용한 대화형 챗봇으로, 사용자가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뤼튼의 서비스들에 이미 수익화 모델을 도입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비즈니스 글의 초안을 작성해주는 서비스부터 AI 글쓰기 튜터, 사업보고서와 같은 전문 영역의 글쓰기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특히 뤼튼은 아시아 지역 최초로 생성형 AI 관련 컨퍼런스를 이미 올해 1월 진행했고, 5월 중에도 공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AI 산업의 리더로 나서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위의 두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ChatGPT를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행 서비스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에서는 ChatGPT를 활용한 AI여행플래너 서비스를 런칭하여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맛집, 명소, 날씨, 여행 팁 등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가 실시간으로 가능합니다.
실제 채용공고를 기반으로 예상 면접 질문을 정리해주는 원티드의 'AI면접코칭' 서비스
둘째로, 에듀테크(Edutech) 스타트업 ‘스파르타코딩클럽(Spartacodingclub)’에도 교육생들이 학습과정에서 짠 코드를 스스로 체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그외에도 한국의 채용 플랫폼 ‘원티드(Wanted)’에서도 AI면접코칭 서비스를 시작하여 채용공고를 기반으로 예상 면접 질문을 생성해주고, 사용자가 답변을 하면, 구체적인 피드백과 함께 보완 가이드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큰 규모의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지난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카카오와 네이버는 ChatGPT처럼 개별 LLM(대규모 언어모델)인 ‘코(Ko)GPT’와 ‘하이퍼클로바 X’를 출시 예고했습니다. 특히 고유의 언어인 한국어에 특화된 AI 언어모델 출시를 예고했기에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한국의 메신저와 웹 포털사이트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만큼, 어떤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지 저 또한 기대가 됩니다.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LG전자의 생성형 AI ‘엑사원(EXAWON)’을 통해 ‘새싹이 움트는 봄(Newly sprouting scenery)’라는 키워드를 이미지로 만들어 3편의 신문 광고를 제작했고, 그 광고는 ‘올해의 광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새싹이 움트는 봄(Newly sprouting scenery) 이미지 광고 / 출처 : LG
이외에도 국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업무 솔루션인 ‘한글과컴퓨터(Hancom)’도 자사 서비스에 ChatGPT를 연말까지 적용할 예정임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3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의 Office 제품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코파일럿(Copiliot)’을 출시한 대응으로 보여집니다.
이처럼 산업을 가리지 않고 생성형 AI는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되고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같은 시간에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저 또한 직접 사용해 본 입장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생성형 AI로 인해 우리의 삶의 질이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ChatGPT의 긍정적 요소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에서는 또다른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AI가 인간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인간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은 일어날 것인가?
출처 : Wikipedia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영국의 직물 공업지대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이자 노동자들의 인권 회복 운동입니다. 잠깐 역사 이야기를 하자면, 산업혁명 전까지 영국의 주된 산업은 숙련공들이 조직을 이뤄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제 수공업이었습니다.
18세기 후반 발생한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 지속적으로 개량되면서 방직기 등이 대량으로 보급되었고 그로 인해 상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전의 공장제 수공업을 고수하던 숙련공들은 하루 아침에 직업을 잃고 자본가들이 도입한 방직기를 돌리는 한 명의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점점 악화되었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빈부격차는 점점 크게 벌어지면서 결국 최초의 노동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역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산업혁명이 소규모 제조 기반의 ‘블루 칼라 노동자들의 종말’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면, 현재는 ChatGPT의 등장으로 인해 많은 학자들과 언론들이 기존의 지식 노동자인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hatGPT를 한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같은 시간에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인간이 절대로 같은 시간에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효율적입니다. 특히 지식을 통한 단순 반복, 패턴화, 규격화 할 수 있는 업무들은 AI의 생산성을 절대로 이길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또한 생성형 AI를 통해 정보와 서비스, 콘텐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언어 장벽을 허물며, 보다 개인화된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AI가 그린 이미지, 말도 안될 정도로 잘 그린다.
최근에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그림, 음악, 영상, 글쓰기 등 예술의 영역에도 AI가 접목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일정 수준의 예술 작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들에게 직업(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시대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길 일자리의 변화와 대응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부 직업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인력은 다른 분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 등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생성형 AI의 발전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긴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코딩 교육을 기본 교육으로 채택하여 가르치고 AI 중심의 기술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더 이상 평생 직업은 없다는 한국의 트렌드와 접목되어 최근에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에 입학하거나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직을 준비하고, IT 산업으로의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출처 : 에듀인 뉴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직업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미 최근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 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생성형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위에서 언급했던 ‘뤼튼테크놀로지스’에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책정하면서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그만큼 AI가 만들어 낼 부가가치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앞으로 지식의 시대가 아닌, 지혜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식은 ChatGPT에서 너무나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예술의 영역은 다양한 예술 분야의 생성형 AI가 만들어줍니다.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생성형 AI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기회비용을 사실상 0원에 가깝게 획기적으로 절감시킨다는 것입니다. 생성형 AI는 내가 알지 못하던 다양한 지식과 정보, 예술의 진입장벽을 월등하게 낮춰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예전처럼 내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담고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던 시대는 곧 안녕을 고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무한에 가까운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활용해서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그런 방향으로 고민하고 노력한 사람들이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일본 닛케이 신문에서는 보도를 통해,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이슈가 뜨거운데, 아직 일본에는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ChatGPT가 초대형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 다소 잠잠한 것은 한국에서 바라보는 제 입장에서는 한국에 비해 디지털 요소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다 연결되어 있고, 그만큼 삶 속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끊임없이 활용되고 있지만, 일본은 전통을 잘 지키는 문화가 있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이러한 기술이 없더라도 삶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에 둔감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기시다 총리가 ‘마이 넘버 카드’ 정책 등 공공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물론 이 정책에 대하여 일본인들 사이에 약간의 논쟁이 있는 것은 어느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마이 넘버 카드를 통해 국민들의 데이터를 규격화하고 균일화하는 것이 디지털 사회를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이 이 분야(디지털 전환)에 있어서는 사회 인프라가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에 중요한 협력 요소 중 하나로 언급되었던 것이 ‘디지털 전환’이기도 했죠.
이유야 어찌되었든, ChatGPT가 불러온 세상의 변화는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맞춰가느냐, 흐름을 역행하느냐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다만, 이 흐름은 그동안 쌓아온 것들과는 상관없이 우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동아줄을 내려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