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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Apr 13. 2023

9년 만의 애플페이 한국 상륙, 왜?

애플페이를 바라보는 복잡한 속내와 간편결제 시장의 현재와 미래




시작하며

 

애플페이 국내 출시!  출처 - 연합뉴스


2014년 9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발표된 애플페이는 무려 9년이 지난 2023년 3월 21일, 드디어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이른 바 ‘다음 달 페이’라고 불리는 등 애플 사용자들의 애간장을 녹였는데요. 국내 애플 사용자들은 드디어 ‘지갑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서비스되면서 약 1,100만 명 가량의 아이폰 이용자들은 편리함을 얻게 되었지만, 그 파급효과는 단순 간편결제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된 것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이유들도 있겠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삼성페이가 주도하고 있던 간편결제 시장에 새로운 글로벌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처음 애플페이가 출시된다고 국내에 발표된 지난 2월 초, 유튜브와 언론보도, 관련 커뮤니티 등 거의 모든 매체에서 관련 내용이 메인 주제가 될 만큼, 한국인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극성 매니악한 고객들이 삼성페이의 결제방식과 애플페이의 결제방식을 비교하며, 특정 서비스를 비하하는 경우도 있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 애플과 현재 안드로이드를 둘 다 이용해 본 입장에서는 사실, ‘이정도로 애플페이가 열광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반 고객들에게는 애플페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왜 애플페이가 9년이 지나고서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로 인해 벌어질 한국의 간편결제 시장의 미래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왜 애플페이는 9년이 지나 시장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애플페이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지 9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서비스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오프라인 카드 가맹점의 결제 단말기 호환 문제였습니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국내에서 NFC(디바이스를 서로 근접시켜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 단말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NFC 방식의 카드 단말기의 보급율은 전체 카드 가맹점(약 280만 개)의 1.07%(약 3만 개)에 불과합니다.


삼성 스마트폰을 활용해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모습  출처 - Samsung Newsroom

반면에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약 39%가량을 차지하는 삼성페이는 기존의 카드 결제 단말기에 호환 가능한 MST(모바일 기기의 자기장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수수료 문제였습니다. 애플페이는 결제 건마다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가 애플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애플이 전 세계에서 애플페이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금액이 무려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페이는 결제 수수료 없이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었지만, 애플페이가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에게 부과하면서, 삼성페이도 최근 결제 수수료에 대해 ‘검토’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페이의 이용자가 약 1,6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금액을 카드사가 지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현황  출처 - 머니투데이방송


뿐만 아니라 국내 카드사는 이미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 받고 있어 결제 수수료율에 상한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가맹점의 매출에 따라 최소 0.5%에서 최대 2.3%입니다. 그로 인해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사업’은 2018~2022년 중 2021년을 제외하고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 토스, 페이코 등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의 최소 2배 이상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오히려 신용카드사의 역차별 문제로 확대될 여지도 있습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 현황  출처 - 머니투데이방송

그렇기에 이번에 애플페이를 국내로 들여온 현대카드의 선택은, 약 280만 개에 달하는 가맹점에다가 개당 약 2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보급 문제, 그리고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가 될 것이라는 논란도 있는 상황입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 인스타그램 캡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현재 서비스하는 카드사는 공식적으로는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마케팅적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페이 출시 첫 날 오전에만 애플페이 가입자가 17만 명, 이후 출시 3주 만인 4월 11일, 가입자 수는 200만을 돌파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신규 발급율이 약 41%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간편결제 시장의 미래

 

메기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유럽의 어부들이 신선하게 생선을 운반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수조에 메기를 넣어 다른 물고기들이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움직여서 신선한 상태로 생선을 운반했던 것처럼, 시장에서도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다른 경쟁자들도 살아남기 위해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때 ‘메기효과’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합니다.


2014년 출시 이후 9년 만에 한국에 상륙한 애플페이는 등장만으로도 한국 간편결제 시장에서 충분히 메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쟁자인 삼성페이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고, 기존 전자금융업을 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의 수수료에 대한 공시 및 상한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카드사의 수수료 제한 폐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 갈리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에서는, 삼성페이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아이폰을 구매하면서 애플페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애플페이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이번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을 계기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도 늘어날 것이라는 거죠.


실제로 2015년 당시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도입하면서 자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삼성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구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바꿔 말하면 애플페이가 도입된다면, 아이폰으로 넘어가게 될 소비자도 있다고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며 수익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카드사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애플페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해 3분기만 해도 업계 4위였던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루머만으로도 4분기에는 3위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업계 2위를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카드사 간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아 애플페이를 도입하여 각 카드사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한국은 삼성 스마트폰을 66%가량 사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삼성페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특히 기존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는 QR코드나 바코드 방식으로 결제를 하는데 반해, 삼성페이는 화면에서 스와이프 한번이면 바로 결제창으로 넘어갈 수 있어 UX 측면에서도 훨씬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애플페이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016년 일본에서는 애플페이가 도입되었지만, 소프트뱅크의 ‘PAY PAY’에 완전히 점유율이 밀리며 2022년 기준 애플페이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8위에 불과합니다. 중국 또한 QR코드 방식의 ‘Alipay’가 시장의 80% 이상을 주도하고 있어, NFC 방식의 애플페이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의견과 생각


저의 생각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한국은 QR 방식의 결제보다는 삼성페이로 인해 비접촉 결제 방식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애플페이가 무난하게 시장에 안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한국은 서비스를 사용할 때 효율, 그리고 사용성(편리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기 때문에 애플페이의 결제 방식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낯선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통신이 가능한 환경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와 달리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편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애플페이가 시장 1위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저 또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해야 할 영역은, 기존의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로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가지의 서비스 모두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이고, 애플페이 상륙 이전 아이폰 이용자들이 많이 활용했던 서비스였기 때문에 애플페이가 상륙한 이상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페이 서비스의 수수료율 인하가 주요 공약 중 하나였고, 국회에서는 간편결제사업자(전자금융업자)의 수수료율을 의무 공시하고, 신용카드사처럼 영세・중소사업자에 우대 수수료율을 의무 적용해야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빅테크 기업의 실적도 개선되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수수료 인하 압박이 심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업계 1위인 네이버페이와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1위인 삼성페이가 최근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애플페이 영향도 있겠지만, 각각 온오프라인의 업계 1위 사업자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간편결제 시장은 점점 더 확대될 것입니다. 실제로 2022년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금액은 매 분기마다 상승세로 약 7,231억원에 달했습니다. 단순 계산을 해도 연 263조 원 규모입니다.


4월 5일, 니혼케이자이신문(일본경제신문)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 비해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일본에서도 2022년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111조 엔(약 1,098조 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 등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정책과 이어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캐시리스(Cashless) 사회의 도래는 시간문제가 될 지 모릅니다.


다만, 디지털 인프라가 익숙치 않은 노인세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나 정책의 보완점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업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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