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전문직도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얼마 전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의 국가공무원 9급(제일 낮은 급수) 채용 경쟁률이 2022년 말 기준 29.2대 1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지원율이 감소하고 있어 공적 영역에서의 인재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 섞인 보도를 했습니다.
물론 지원율은 꾸준히 하락세였지만, 코로나 직전 까지만 해도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망하는 직업으로 꼽기도 하고,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며 가고 싶은 기업 1순위로 꼽기도 한 것을 보면 짧은 찰나에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세무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등 고소득 전문직 지원율은 공무원 지원율과 반대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합격 인원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학생들만의 주제가 아닙니다. 직장인들 또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의대나 약대를 지원하여 최대 약 670: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트렌드를 넘어 ‘광풍’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전문직에 도전하는 과정을 Vlog 형식으로 담아 공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에 도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왜 전문직에 도전하고 있는 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경제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국 사회가 전문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비교적 안정적인 직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정적’이라는 말은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직업적 안정성을 말합니다.
2020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직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지속적인 고용 보장’을, 직업 생활의 성공 조건으로 본인의 노력과 성실성과 같은 능력 중심의 직업 성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직장인들이 권고사직을 당하는 모습들을 미디어를 통해 접하면서 청년들은 보다 더 보수적인 관점으로 본인의 커리어를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지속적인 고용 보장과 본인의 노력과 성실성에 따라 평가받는 두가지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직업이 바로 전문직인 것입니다. 또한 일정 경력 이상이 된다면 직장인보다 많은 수입과 함께 전문직으로 얻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또한 장점입니다.
그리고 기업이 문을 닫거나, 경기 불황 등 사회적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본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개업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은 청년들이 전문직에 도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청년들이 전문직을 도전하는 두번째 이유는 고용 시장에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OECD 가입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처우 수준이 많이 차이가 납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기업의 월 평균 소득은 563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인 256만원에 비하면 약 2배에 달합니다. 대기업의 다양한 복지제도까지 소득에 포함한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6.6%(약 424만 개)에 불과하고, 최근 대기업 공채마저 거의 사라지고 있고, 한자릿수 채용과 함께 수시 채용, 경력 채용으로 직원 채용이 주로 이루어지다보니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OECD 1위인 한국 청년들의 대학 진학율도 현재의 전문직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대학 수준을 떠나 고등교육을 받은 만큼, 그들이 원하는 일정 수준의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거기에다가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의 미스매치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 산업은 IT,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이공계 학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청년들은 경영, 경제, 언론 등 인문계열(사회과학) 중심의 학과들이 선호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들이 대학을 졸업했던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한국의 고용 시장은, 경영지원이나 마케팅 등 인문계 학생들이 직무 또한 이공계 학생들을 뽑는 경우가 많아 대학 교육과 채용 시장의 미스매치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진로를 고민하는 지인에게 전공을 추천해준다면 이공계를 추천해주겠다는 비율이 85%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습니다. 기업에서 채용 과정에 인문계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가 이공계에 많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활발하게 일자리를 구해야 할 청년들이 채용시장에 나오지 않으니 기업들은 뽑을 사람이 없고, 구직자는 갈 만한 기업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가 심했지만,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현재 한국의 산업구조와 맞지 않는 전공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과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려는 직장인 등 여러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구직자들에 대한 직업 교육 수요로 인해 교육 관련 산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인 교육은 대부분 취미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커리어를 성장시키기 위한 IT, 디자인, 자격증, 창업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성인 교육 콘텐츠 기업으로 유명한 ‘패스트캠퍼스(fastcampus)’는 2021년 기준 매출 130억, 누적 매출 800억을 기록하며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물론이고 기존 직장인들 또한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본인의 업무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것도 시장 성장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성인 교육 시장의 확대는 한국의 인구학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학령인구는 줄고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나니 자연스레 성인 교육에 포커스가 맞춰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현재 성인 교육 스타트업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의 전문직 관련 교육에 대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영역은 기존에 있던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트렌드에 맞는 IT 기술 교육과 커리어 성장을 위한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이 채워주며 성인 교육 시장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변화는 우리가 누군가나 무엇, 혹은 후일을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이고 우리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의 전문직 열풍을 바라보면, 사실 한국 채용 시장의 어려운 현실이 느껴집니다. 저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 중 한명이기에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하는 한국 청년들의 부던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다 목표한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그 노력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이 될 것이기에 힘들지만 청년들의 내일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