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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May 29. 2023

유명 관광지의
Overtourism(과잉관광) 문제

오버투어리즘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여행이 되려면



일본 가나자와현 가마쿠라 / 출처 : live japan


얼마 전 한국 미디어에서는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일본 가나자와현 가마쿠라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 현지 주민들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되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얼마 전 개봉했던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지역이라 더욱 눈길이 가는데요.


기사 내용에 따르면 건널목에 철도가 지나갈 때마다 기념 사진을 남기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거나 지나가는 차량을 임의로 통제하기도 하고,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은 주민들의 거주 지역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북촌 한옥마을 - 출처 : 호텔스닷컴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건물들이 많이 있는 유명 관광지인 북촌한옥마을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며 주민들과 충돌이 발생하는 등 가마쿠라와 비슷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관광지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관광객들이 몰리게 될 때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현상을 Overtourism(이하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 관광이라고 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유명 관광지들마다 오버투어리즘 현상이 벌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가 코로나가 어느정도 잠잠해진 지금, 다시 해당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버투어리즘 현상과 관련하여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없는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은 과유불급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교토나 가마쿠라의 경우 2018년, 그 다음 해인 2019년에도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다만 최근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개봉과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해 관광 수요가 겹치며 일본으로 향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본 내에서 해당 이슈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 마르코 대성당 - 출처 : tripsavvy

일본과 한국 외에도 전통적인 관광 도시인 이탈리아도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 연간 약 3천만 명이 방문하는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도 길거리 취식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거나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면 4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모티브를 주었던 주민 778명의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마을 할슈타트에서는 2019년 기준 일일 약 1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마을 주민들의 일상이 완전히 파괴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방문함으로써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교통이나 숙박 등 인프라가 발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관광객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문화를 훼손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오히려 원래 살고 있던 지역 주민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 북촌한옥마을이 있는 종로구 가회동 인구는 2023년 2월 기준 약 3,900명으로 2011년에 약 5,500명에 비해 약 30%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종로구 전체 감소 폭인 16%에 비하면 해당 지역 인구 감소폭이 2배 더 많은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각 나라의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관광세를 걷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을 하거나 별도의 관광세를 받는 직접적인 방법은 관광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보다 창의적인 관광 전략 구상이 필요합니다. 저는 인프라 구축과 관광 상품 개발이라는 2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기존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관광객이 몰려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지속적인 통계 분석을 통해 교통이나 숙박, 수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인프라 확충을 해야만 합니다. 


또한 IoT 등의 기술들을 활용해 혼잡도를 분석하고 사전에 예측하여 해당 지역에 경찰을 사전 배치하거나, 관광 경비원이나 안내원을 예상 관광객 수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일부 관광객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제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인프라를 무제한 늘릴 수도 없고,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관광객들은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단기 여행객의 경우, 한 지역에 반나절 혹은 하루 정도의 시간을 두고 2~3곳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여 사진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만큼 특정 시간이나 지역에 관광객들이 과도하게 몰릴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는 현지 주민에게는 과도한 불편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관광 상품들을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 체류형 관광, 체험형 관광 등 지역만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관광객이 방문하는 시간대를 분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한 관광 스팟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신규 개발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러한 영역에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3년 현재 '한국 관광의 날'을 새롭게 설정해 K-POP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와 연계, 2023년 관광객 3,000만 명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관광의 질보다 관광객 숫자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관광 정책에서 하고 있는 큰 실수이기도 합니다.


출렁다리 예시 - 출처 : 레저신문

또한 전국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똑같은 음식점과 카페, 흔한 관광지보다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연계한 스토리텔링 투어 상품들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지자체에서 유행하며 지금까지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특별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전국 200여 개의 출렁다리의 실패 사례는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 결과 한국의 젊은 청년들은 제주도나 부산 등의 국내 여행보다는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가입국 중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공정여행)


사실 제가 생각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상식의 부재와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 부족 때문입니다. 가마쿠라만 봐도 그렇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으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입니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관광지라는 이유로 현지 주민들의 삶을 존중해야한다는 상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라고 고민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의미가 없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여행자와 여행대상국의 국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정여행이란 현지의 주민들과 문화, 자연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공정여행은 2000년대에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로 환경 보호의 목적으로 여행을 바라보는 개념이었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북촌한옥마을 사례를 거치며 여행에 있어서도 지역의 공동체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파리기후협약 이후 환경 문제가 본격적인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면서 한국인들의 공정여행(지속 가능한 여행)에 관심도가 많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인 부킹닷컴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2개 국가의 약 3만명의 여행객에게 설문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2022년 지속가능한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74%가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정여행(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기업들의 활동들이 조금씩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최근 가장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은 사회적 기업인 ‘공감만세(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Fair Travel Korea)’입니다. 


이 기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청소년 여행학교나 일본 히로시마현의 산골 마을인 시이노모리 지역의 오래된 민가를 수리, 개조해주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관광은 정책적으로 국가의 수출 상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 보니 부득이하게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나온 개념인 공정여행(지속 가능한 여행)은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근자열 원자래(近者說遠者來)라는 말과 같이,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올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


이러한 지속 가능한 관광은 오버투어리즘 문제의 대안으로 많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부 NGO의 사회운동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등 최근에는 주민에게도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참여형 사업으로 형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후현 - 출처 : Green Destinations

국제 공인 지속 가능한 관광 인증 기관인 그린 데스티네이션(Green Destinations)으로부터 일본 기후현의 시라카와 마을과 나가라가와 강 유역은 '세계 100대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지속 가능한 관광에 대한 인식도 낮고,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은 정부의 정책 설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광객들의 의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의 삶이 소중한 것처럼, 관광지 주민들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어딜 가더라도 관광객들 스스로가 그 나라의 얼굴이라는 인식이 동반되어야만 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은 여행자들의 욕망을 컨트롤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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