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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하루 Jun 12. 2023

나를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 걸까

질문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일생을 순리대로 살아왔습니다.

내 옆과 앞의 사람을 좇으며 그게 맞다고 확인하면서 살았습니다. 좇기 위해 찾아든 곳에는 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의 이들이 있었죠. 그래서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옅어져 가는 것이 정답이려니 말입니다. 내 눈앞에 켜켜이 줄지어 서 있는 다른 이들의 뒤통수를 보고 세상살이가 원래 그런 거라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갈히 줄 맞추어 잘 따라가고 있을 때에는 스스로가 이처럼 뿌듯할 수가 없었고, 열에서 튀어나온 이들이 한심스럽기만 했습니다만, 앞, 뒤 사람에 치이거나 또는 나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인해 줄지어 가던 행렬에서 우뚝 멈추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앞서 말한 그 한심스런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맨 앞 줄은 고사하고, 끝 줄에만 가지 않으려고 발 버둥치면서 말이에요.


놀이공원에서 인기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길고, 길고, 기-인 줄에 동참하다 보면, 한 눈 판 새에 바로 옆 자리에 대기하던 사람이 나도 모르게 멀찌감치 앞 쪽으로 가버린 경우가 있습니다. 발견 직후 호다닥 공백을 메꿀 때면 대체 언제 이만큼 차이가 났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곤 하잖아요. 저는 그게 새삼 잘 가던 인생이란 줄에서 탈주한 제 상황 같아 보이더라고요. 놀이공원 줄에서 먼발치 앞 서 간 사람을 바라보며 가만히 멍이라도 때리고 있게 된다면, 내 뒷사람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선 이내 수군거릴 겁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제 앞으로 앞질러 가겠죠. 왠지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는 이런 비슷한 느낌을 여러 번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맞는 건가? 생각을 하기에는 나의 주변이들이 모두 그리 살고 있으며,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하는 연유를 물어올 겁니다. 나 자신을 고찰하는 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었습니다. ‘굳이,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말자.‘라고 단념하며 언제나 같은자리에 있는 나에 대해 바라보는 시간은 인생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여겼습니다. 내 앞 줄을 겨우 따라가고 있는 내 상황에 방해만 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옆이라도 보았다간 한눈판다며 호되게 혼나던 게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일상이었으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종종걸음 치며 어찌어찌 따라와 보았습니다.


마법의 단어 ‘굳이?’를 마음에 새기며 스스로를 물어보려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따라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줄을 따라가는 법만 알게 되었습니다. 잠깐 줄을 나갔다가 다시 뒷줄에 스는 방법이라던가, 다른 줄이 또 있나 하며 구경삼아 놀이공원을 어슬렁 거릴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멈추다 못해 넘어지게 된대도 훌훌 털고 일어나 그 길을 다시 뚜벅이 걸어오는 게 맞다지만, 넘어지면 안 된다는 말만 들어온 저는 일어서거나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모르는, 한 번 넘어지면 그 자리에 앉아 엉엉 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미 놓쳐 버린 앞자리 공백과 넘어진 틈을 타 앞으로 나를 질러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입니다. 나의 뒤에 있던 하찮은 이들이 앞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악으로 깡으로 반발심에 힘을 내는 건 한계가 있었습니다. 처음이야 객기와 도전이지, 같은 도전에 여러 번 실패를 겪다 보면 잿속 불씨만도 못한 열정으로 사그라들게 됩니다.


저스트 두잇, 나에 대해 먼저 알아보세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어떤 성격을 가졌나요,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으세요,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가던 길마저 잃은 이들을 이끄는 목자를 방구석에서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사업가의 브랜딩일 뿐이라며 의미를 일축하는 이들도 있지만, 포장된 말뿐이라 하더라도 일어서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걸 테지요.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가며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강연과 문장을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화이팅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듣기는 했는데, 실천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행동력과 게으름보다는 정말 뭘 어떻게 하는 줄 몰라 영상과 책에서 본 내용만 반복하다 효과를 느끼지 못해 그만둔 거죠. 사실 당연한 순리입니다. 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조차 몰랐는데, 혹은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만 들어 본 상태라 미심쩍은 마음만 가득한데 어찌 베스트셀러 저자나 유명 강연자와 같은 실천이 될까요. 나에게 질문하는 것조차, 다른 이들이 경험했던 간증글을 보고 따라 할 뿐입니다. 질문을 컨닝하던 와중에 언듯 보았던 다른 이의 답변 내용이 내 마음인 줄 아는 경우도 있으며, 아무도 모는 이 없는데 그럴싸한 답을 추리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는 거죠. 따라서, 저는 이들에게 성인이라면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익숙한 질문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설정한 질문의 상황은 ‘면접’입니다. 왜 우리 회사를 지원하였으며,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는 지원동기 질문에 ’그냥 돈 많이 벌고 싶어서요.‘라고 답하고 싶다는 자조 섞인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근데 맞잖아요. 그냥 답하는 겁니다. 답변은 하되 정답은 없습니다. 눈치 볼일 없이 어딘가든 써도 좋습니다. ‘O기업에 재직 중이던 때, OO대학교 3학년 시절에 말입니다.’로 시작하여 경험 + 성과로 마무리하고, 숫자와 퍼센티지(%)로 수치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와 ‘저’와 같은 나를 가리키는 말을 재차 써도 좋고, ‘음..., 어..’와 같이 자소서와 면접에서 금기시되는 단어를 사용해도 물론 좋아요. 군대에서의 경험과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님이 있는 가족이야기도 좋습니다. 오직 ‘면접’이라는 상황에서 나올만한 질문이라는 점만 같습니다. 그 외에는 마음 가는 대로 써보거나, 말로 해보는 거예요. 글과 말 중에 편한 방식을 택하되, 기록만 하면 됩니다.


외면해 왔던 ‘나’를 바라보며, 멋있는 글보단 진심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쓰는 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여기에 동참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는 저의 좁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저부터 스스로 답해보려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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