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과정
4년 차 프리랜서, 디자이너, 극작가, 에디터, 기획자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말은 많다. 메인은 디자이너지만 우연찮은 기회에 문화기획과 뮤지컬 극작가로 살아보기도 했고 에디터로 살아보기도 했다. 지금은 메인 업무에 충실하고 이것을 더욱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다양한 커리어들을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4년 차에 접어들자 이제는 똥줄이 탔다. 잘 나가는 디자이너들은 너무 많고 지금의 나에서 치고 올라가는 방법은 나를 상품화시키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퍼스널 브랜딩이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그동안 디자인했던 작업 물들을 포트폴리오로 잘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던 일 중 가장 영양가(?) 없는 일을 정리하고(이건 곧 다음 달의 수입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나를 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책도 무더기로 사서 머리맡에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브랜딩 강의도 하나 둘 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나와있는 수많은 선배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듣고, 넷플릭스에서는 디자인 관련 다큐를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예술경영아카데미에서 퍼스널 브랜딩 아카데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무려 무료로!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신청사유를 적어 신청서를 내면 그중 20명만 들을 수 있었다.
공고를 발견하고 바로 신청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의 특성상 나를 꾸미고 있어 보이게 하는 작업들이 익숙하고 너무 많이 해왔기에 이번 신청서에는 꾸밈없이 내가 고민하던 부분을 적어냈고, 며칠 후 수강생으로 뽑혔다는 연락이 왔다.
웨비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강의는 총 5주의 걸쳐 5번의 강의로 구성된 커리큘럼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앞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툴깃"을 보내주었다.
너무 정갈한 패키지에 감동하고,
알찬 구성에 두 번 감동했다.
툴깃의 자세한 설명은 강의 맡아주신 필로 스토리에서 이전에 진행한 텀블벅을 남겨두겠다.
tumblbug.com/personalbrandingtoolkit
수업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강사님의 정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강의를 들으며 참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첫 강의를 들어보면 그 강의의 전반적인 느낌이 올 때가 많다. 아, 이게 나에게 맞는구나.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보다..! 하는 식으로.
첫 강의를 듣고 난 정말 솔직한 후기는 "재미있다."가 정확할 것 같다. 뭔가 더 꾸며낼 말은 좋지 않다. 흥미로웠으며 재미 있었고, 나에게 꼭 맞는 워크숍이라는 느낌이었다.
강의 시작 전 자신이 지금까지 활동했던 영역이 어느 곳에 많이 치우쳤는지 체크할 수 있는 표를 전달해주셨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창작자 중심의 활동 / 향유자 중심의 활동, 산업성 / 공공성 인지의 축을 기준으로 체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 같은 경우는 산업성이 있는 창작자 중심이 활동을 많이 해왔다. 같은 프로젝트라고 해도 자신이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는지에 따라 어떤 성향의 활동이었는지가 나뉜다. 예를 들면 내가 체크한 프로젝트 중 창작 뮤지컬 <행궁동 사람들>을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 진행한 재단의 입장에서는 향유자(관객) 중심의 프로젝트였겠지만 나는 실제로 만들어가는 배우, 스텝들이 어떻게 하면 더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던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창장자 중심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가시화된 지난 흔적들을 보니 나는 확실히 사업성 있는 창작자(생산자) 중심의 활동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앞단에 여러 가지 사례들과 인터뷰, 글들을 보여주며 퍼스널 브랜딩을 설명해주었는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퍼스널 브랜딩은 쉽게 말해 인플루언서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됐다면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예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장기하"이다.
(사실 나는 그냥 넘어간 부분인데 강의 끝에 장기하의 이야기가 기억엔 남는다는 얘기를 많이 해서 관심이 갔다.)
"장기하"라는 인물이 스스로를 브랜딩 하기 위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를 집중에 그것을 파고들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 넷플릭스 디자인 다큐 중에 <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 중 인스타그램의 디자이너 이언 스폴터를 다루는 <이언 스폴터 : 디지털 경험과 디자인>에 나오는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이 다큐를 보며 가장 뇌리에 꽂히는 문장 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이 든다.
다재다능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 안에서 사실은 전문성이 더 필요하고 돋보인다는 것. 멀티태스킹이 잘하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그것은 업무효율을 낮춘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강의가 끝난 후 유튜브에 들어가 "장기하 부럽지가 않어"를 검색해 봤다. 노래는 얼핏 들어봤지만 그때 그의 뮤직비디오를 처음으로 봤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장기하라는 브랜드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의 댓글들이 보였다.
<타이탄의 도구들> 이란 책에서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다.
"1000명의 진정한 팬을 확보하라"
그리고 앤디 워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당신이 유명해지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정말 사회에 똥을 뿌리고 다닐 수는 없지만, 그만큼 나라는 사람을 브랜드로 보고 신뢰하는 대상들이 생긴다면 잘된 퍼스널 브랜딩의 예시가 되지 않을까.
강사님의 말대로, 뒤의 세대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도록 차근차근 나를 정립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