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과정
2주 차 워크숍이 있던 날, 오전 미팅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10분 정도 늦게 수업에 참석했다. 노트북을 켜고 줌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워크숍 단톡방에는 지난 과제였던 '닮고 싶은 레퍼런스 인물을 찾기'를 하며 각자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 짤막하게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부리나케 줌에 입장해보니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 서울로 오가는 길에 읽었던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김해리 지음]에서 필로 스토리의 공동 대표이자 2주 차의 강사님이었던 채자영 강사님이 1주 차의 강사님이었던 김해리 강사님에게 던진 질문이 인상 깊던 참이었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해리야, 넌 요즘 욕망이 뭐야?"... 내가 바라본 자영 언니는 자기 마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내가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가고 있지는 않나', '바깥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나'. 힘차게 달려가다가도 주기적으로 멈추어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았다. 그러니까 그건 스스로 보내는 점검의 질문에 가까웠다... 내게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하는 것. 나만의 답을 찾아 나가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김해리 저) 中>
욕망이라 하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을 연상시키기 마련이다. 한때 "욕망 아줌마"로 유명했던 방송인 박지윤을 떠올려봤다. 다른 남성 연예인, 혹은 일반 남성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 커리어를 쌓는다고 해서 그 행위를 욕심이나 욕망을 치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지윤 MC는 아이 출산 후 연이은 방송 행진에 "욕망 아줌마"라고 불리며 '특별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욕망은 대체적으로 과하다는 시선을 담아 대상을 바라보며 그들을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날은 욕망이라는 단어가 조금인 신선하게, 그리고 긍정적이게 다가왔다.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충동, 힘, 의지, 활동성, 비정형성의 감각 등을 욕망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그리는 무의 (최진석 저) 中>
책의 문장을 인용하여 욕망을 설명해줬는데 그 문장이 꽤 인상 깊었다. 욕망은 생각보다 단편적이지 않고 다채롭고 입체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간의 과제에서 대부분의 수강생들처럼 나도 총 세 명의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특징을 적고 키워드를 뽑아봤다. 자신이 찾은 인물이 너무 비슷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쓰다 보니 비슷하더라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나는 세명의 특징과 키워드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왜 다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단어 자체를 보기 보단 그 단어가 가리키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다.
일에 몰입하는 · 통찰력 있는 · 전문성 · 자신감 · 타깃의 니즈를 알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사로잡은
내가 세명에게 매료된 이유다. 현재 내가 관심이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레퍼런스로 꼽았다.
1주 차 강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이 너무 좋았다. 프리랜서의 특성상 혼자 성장하기에 한계가 많다. 그래서 롤모델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레퍼런스라면 말이 다르다. 보통 하나의 디자인을 하려면 기본 50-100가지의 레퍼런스를 찾는다. 목적이 부합한 레퍼런스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각자의 장점을 하나씩 가져와 내 것에 맞게 리메이킹 하면 또 다른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나는 레퍼런스 인물을 찾는 것이 굉장히 기뻤다.
레퍼런스를 찾는 과정은 스스로 원하는 방향성을 인지하고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행위는 인생을 살아가다가 길을 헤맬 때마다 한 번씩 해보며 리마인드 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2주 차에는 실전(?)으로 들어갔다. 자신에 대한 100가지 키워드를 스토리맵을 통해 작성하고 그것을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대표 키워드를 찾는 과정이었다. 100가지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친절하게 질문 카드도 툴깃에 포함되어있다.
질문카드는 총 5가지의 키워드로 50가지의 질문이 담겨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 이 질문카드를 통해 50가지의 키워드를 써내려 가다 보면 100가지를 생각보다 쉽게 채울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카드에 답할 필요는 없다.
모두 작성한 후에는 적은 키워드를 보며 비슷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을 자기만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분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문자로 나열하고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해보니 내가 요즘 관심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가 정리되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움"이라고 했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키워드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로부터 뽑아낸 키워드다. 이것들은 나를 브랜딩 해줄 지표들이라고 생각된다.
채자영 강사님은 현재 스토리 젠터로 활동하는데, 이 이름도 스스로 지은 것이라 했다. 스스로 지은 타이틀을 가지고 활동했을때 사람들의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베스트 원이 아닌 온리 원이 되는, 나에게 특별함을 부여하고 타인 또한 그것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된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내가 가진 커리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고민했었다. 물론 아직도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이 이름에는 내가 해온 것들을 관통하는 무언가, 그러니까 기치관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찬찬히 나의 커리어를 이어가고 나에게 걸맞은 이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의 선한 욕망의 방향, 내가 바라보는 목표점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아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