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구약 말씀은 아무리 잘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그저 흘러가듯 말씀을 흘겨보다가 뭐라도 마음에 들어오면 여러 번 읽어볼 뿐. 아직 베이비 같은 신앙이지만, 평생 성경을 읽으며 숨은 의미들을 비밀스레 알아갈 테니 조급하지 않기로 한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늘 내게 한 두 말씀을 보여주신다.
여호와께서 여룹바알과 베단과 입다와 나 사무엘을 보내사 너희를 너희 사방 원수와 손에서 건져 내사 너희에게 안전하게 살게 하셨거늘 너희가 암손 자손의 왕 나하스가 너희를 치러 옴을 보고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는 너희의 왕이 되심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내게 이르기를 아니라 우리를 다스릴 왕이 있어야 하겠다 하였도다_삼상 12:11-12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요구로 사울을 왕 삼으실 때쯤 등장하는 내용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안전하게 살게 하셨다. 여룹바알, 베단, 입다 그리고 사무엘을 들어 사용하시며 그들의 안위를 책임지셨다. 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적군의 위험과, 적이 가지고 있는 왕을 두려워하며 부러워했다. 그들처럼 우리도 왕이 있으면 안전할 것이다, 라는 마음에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달라 요구한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를 것 없어 보였다.
하나님은 나를 항상 지키고 보호하신다. 하나님의 선하심은 나의 주변으로 퍼져가고, 내가 모두 느끼지는 못해도 내 이웃을 통하여 하나님은 나를 살피신다. 오늘만 해도, 하나님은 우리 엄마의 제육볶음으로 나를 맛있게 먹여주셨지 않은가. 집에 고기가 있으니 양념고기를 해서 먹어야겠다 생각만 하기를 며 칠. 입맛이 없어 요리는커녕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나를 못 본 체 않으시고. 여호와 이레, 하나님 어찌하여 이리 나의 상황을 잘 아실꼬.
반면 이 세상은 녹록지 않다. 인터넷을 잠시 살펴보면 화면에는 부동산, 주식, 투자, 부수입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나 같은 월급쟁이는 발 디딜 틈이 없는 세상이다. 이백 얼마의 월급으로 투자도, 효율적인 저축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은 나를 불안하게 하더라.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안정적인 직업도 없는 나의 삶은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 하는 인생인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당장 일어나! 어마어마한 부와 노하우를 축적한 채 나에게 위풍당당 다가오는 세상을 보니 나도 저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처럼 내게도 왕이 있어야 하겠다. 심지어 이 왕은 수시로 바뀐다. 때로는 삐까번쩍한 집으로, 노후를 책임질 만큼의 자산으로, 남 부럽지 않은 자식으로.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쟤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이런 생각이 몰려올 때 나의 반응은 어떻더라.
나는 하나님께 나를 다스릴 왕이 있어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어딘가 떨떠름한 채 분명한 반박 거리 하나 없이 패배자의 태도를 보이진 않았나.
고민하는 내게 시편 27편은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여호와께서 환난 날에 나를 그의 초막 속에 비밀히 지키시고 그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숨기시며
높은 바위 위에 두시리로다_시편 27편 5절
나의 어려운 날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그 품 안에 나를 비밀히 지키시고 은밀한 곳에 나를 숨기시며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바위 위에 두신다고 한다. 나는 하나님이 나를 이만큼이나 세심하게 보호하는 줄 몰랐다. 말씀을 통해 비유된 하나님 아버지의 나를 향한 보호 능력은 참으로 따뜻하고 다정하며 안정적이다. 이러한 하나님이 나를 보호하고 계시니 나는 적군에게 발견될 위험은 없어 보인다.
이제 내 머리가 나를 둘러싼 내 원수 위에 들리리니 내가 그의 장막에서 즐거운 제사를 드리겠고 노래하며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_시편 27편 6절
하나님 품 안에 진정한 승리를 누리는 다윗의 고백이다.
엄마는 내게 누누이 말했다. 살다 보면 돈은 꼭 필요하니 잘 모아 두라고. 목돈이 나갈 일이 참 많으니, 모을 수 있을 때 많이 모아 두라고. 그렇다. 아직까지 목돈이 나갈 일은 없으나 돈이 줄줄 잘 새는 건 잘 알겠다. 그래서 둘이 벌며 모을 수 있는 만큼은 일단 모으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고민되는 것은 이 돈을 모아 무엇을 할 것인가. 철없는 소리라 여길 지 모르겠지만 나는 돈으로 우리 가정의 성벽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상식적이지 않은 믿음의 행동이라고 누군가는 혀를 찰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님이 우리 가정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시기를 간구한다. 나를 재벌로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때마다 주시는 은혜로 역시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로 살아요, 고백할 수 있고
하나님을 가까이 체험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우리 가정은 주식이나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면 하나님의 나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적은 돈이겠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기를 원한다.
세상이 나의 왕이 되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너는 참으로 어리숙하구나 - 귓가에 울리는 말들을 뒤로하고.
나를 안전하게 하는 분은 하나님 한 분임을 더욱 붙잡기로 한다. 역시 내겐 명품빽 보다 하나님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