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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링 May 30. 2024

좋은 집? 주의 집! (2)

시선은 하나님께 두세요

조급한 마음보다는 부지런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아직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기도 했고 딱히 마음에 드는 매물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부쩍 늘어난 시간의 말씀과 기도로 마음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였는데, 이사를 갈 집을 찾아야만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 그랬다. 찾고 또 찾고, 보고 또 보고. 어플 세 개를 돌려가며 우리 부부에게 알맞은 집을 아이 쇼핑했다. 이 집 저 집 보는 재미도 나름 있었어서 괜찮았다. 넘치는 시간으로 최선을 다하는 기분.


다양한 마음이 오갔다.


큰돈이 드는 만큼 안전한 매물을 찾아야 했고, 밝고 환한 집을 찾다 보니 대부분 신축 건물에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하는 곳은 많았는데 살펴보면 거리가 멀다던지, 또는 적당한 가격의 모든 조건을 충족해 보이는 집도 어딘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 마음은 남편도 매한가지였다. 큰 것 바라지 않고 다만 해가 잘 들고 깔끔한 곳이면 되었는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물은 여간 등장하지 않았다.


심드렁하게 보고 있던 중 화려한 신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넓지 않은 평수지만 전체적인 구조와 인테리어가 완벽했고 시원하게 뚫린 거실 통창으로 보이는 아파트 뷰가 너무나 멋졌다. 지역을 살펴보니 교회에서 차로 10분 거리였고 바로 앞은 대로변이라 위험하지도 않았으며 교회에 한 번에 가는 버스 정류장이 바로 집 앞이었다. 대출만 잘 나오면 우리가 가진 있는 모든 돈을 부어서 어떻게든 가볼 만한 집이로다!


그전 까지는 이사를 해도 마냥 행복할 것 같지 않았는데, 이 매물에 첫눈에 반해버리니 인생이 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곳이야 말로 내가 원하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집이야. 거실에서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햇빛을 받으며 광합성도 하고 독서를 습관으로 들일 수 있어. 저런 곳에서 아이를 만나서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들뜬 마음은 실망을 불러오는 법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대출이 안되면 절대 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확인해 보니 역시나 대출이 불가한 곳이었다. 1억만 있으면, 하는 마음이 다시 솟구쳤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을 가지니 이제는 멀리 가서라도 멀쩡하고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같은 돈이면 차라리 멀리 가자. 좋은 집을 선물해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다. 출퇴근 운전거리가 늘어나도 집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아내가 예쁜 집에서 행복하다면야 자신은 괜찮다며.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 도로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리 없으니.


큰 실망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가라앉은 기분은 여전했다. 1억 생각만으로 가득했달까.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1억이 둥실둥실. 이런 날은 꼭 예배에 가는 날이더라. 아니나 다를까, 수요 예배에 큰 화면에 뜬 본문 말씀을 보자마자 뜨악했다.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며 온몸이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느뇨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_마태복음 6장 20절-24절 말씀, 아멘


아, 주여.


알지만 외면했던 이야기를 꺼내신다. 하나님은 말도 안 되게 살아계시고 역사하신다. 이럴 때라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꼭 필요할 때면 이리 짠 하고 등장해 내게 꼴밤을 한 대 먹이시는 것만 같다. 부끄럽기도 하고 약간의 자존심도 상하지만 어쩌겠는가. 듣는 마음 주소서,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하나님께선 우리를 세상의 빛으로 불러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눈이 어두워지면 이 빛 또한 어두워진다고 한다. 재물에 마음이 가면 타인에게 인색해지는 결과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고, 그렇게 우리는 어두워진다고. 그러니 하늘에 쌓일 보물을 기대하며 우리의 시선을 하나님께 두며 눈을 밝히자는 메시지였다.


하나님 저는 아니거든요!


집은 필수적인 건데, 응당 당연한 것을 바라는 내가 왜 인색해지냐는 투정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최근 타인에게 인색하다 못해 못되게 굴었던 일이 떠올랐다. 도와주는 것이 못마땅하고 베푸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여긴 순간들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두운 나 자신을 몰라봤다.


하나님 맞네요.


재물에 마음을 두는 순간 우리의 욕망은 만족을 모르게 된다. 더 넓은 집, 더 밝은 집, 더 깔끔한 집, 더 저렴한 집, 더 가까운 집. 일억만 있었어도, 이억만 있었어도. 나의 바람은 끝이 없었음을 자각했다. 더 원함의 문제는 자족을 잊으므로 나는 항상 부족한 상태에 있다고 여기는 데에 있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맞다. 항상 부족한 사람은 인색할 수밖에 없다. 내 배를 채우기에도 부족한데 남을 어찌 인자하게 돕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자족한 자에게는 베풂이 당연하며 충분하다 여기는 자에게는 돕고도 남을만한 여유가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재물에 대해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부분이 아닐까. 재물은 절대 만족을 주지 않는구나. 재물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쫓아야 할 대상이 아니구나. 바른 태도를 위해서는 재물에 시선을 두어서는 안 되는구나.


하루 종일 일억 타령을 한 내가 부끄러웠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다 맞았다. 더군다나 그날 새벽 기도 때는 땅의 것이 아닌 하늘의 것에 마음을 두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날이었다. 순간에는 진심이었으나  때때로 나는 내가 무엇을 구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와 생활이 이렇게 완벽하게 정반대라니! 이러니 하나님께서 즉각 간섭하시고 바로 잡아주시는 은혜가 필요한 것인가 보다.


눈이 조금씩 뜨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에 마음이 끌렸으며 내가 바라는 것의 실상이 무엇인지를 서서히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이었다.

집이 되어주신 예수님을 만난 날은.


숲뷰 타령했더니 다음날 식물을 가져다 두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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