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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Sep 06. 2020

슬기로운 휴학 생활 13화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뭔데?

오랜만에 쓰는 브런치 글이다.

핑계를 좀 대자면 그동안 자격증 공부토익 학원 다니느라 바빴고, 동시에 새로운 대외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바쁜 취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또, 지금 하고 있는 시나리오 창작자 활동에서 요구하는 글이 있어 글 쓸 시간이 생기면 그것에 몰두해야 했다.


최근 시나리오 창작자 워크숍에 다녀왔다.

우선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은 공공기관의 사업 중 일환으로 지역 특화에 맞는 스토리를 창작하는 것이다.

워크숍에서는 그동안 써온 시나리오의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발표를 통해 질의응답을 갖고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다행히 내 시나리오는 지역 특화에 걸맞다고 칭찬을 받았고, 담당자분께서도 글 재밌던데요 칭찬해주셨다.  시나리오는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만에도 쓸 수 있기에 막힘없이 술술 전개했고, 트리트먼트는 사실 하루 만에 대충 써다. (나는 이게 좀 문제다. 추진력은 빠르나 집중력이 낮아서 내 실력을 다 발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당근만 받을 수는 없는 법.
당근 뒤엔 채찍이 따라오는 게 마련이다.


창작자들의 대부분이 아마추어 작가들임으로 각 팀당 (나 같은 경우는 개인 창작자) 1명의 멘토가 붙는다.

다만 워크숍 때는 내 담당 멘토뿐만 아닌 다른 창작자들의 멘토도 만날 수 있어 다양한 조언들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내 담당 멘토를 포함해서 총 4명의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어째 조언을 받을 때마다 머리 위에는 느낌표 대신 물음표만 늘어갔다. 멘토도 사람인지라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조언을 해주었고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멘토들마다 다 다른 사건을 얘기해줬다. 어떤 멘토는 이랬으면 좋겠다 하고 또 다른 멘토는 아니야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분들은 아직 내 시나리오 전문을 읽은 게 아니므로 단순히 트리트먼트만 보다 보니 세부사항보다는 두루뭉술한 얘기들 뿐이었다. 멘토링을 받을수록 내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뭔데?" 내가 멘토에게 묻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필수사항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뭔데?" 어떤 상황이든 개연성을 위해서는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어쨌든 있어 보이는 시나리오가 되려면 장황한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종종 아무 의미 없이 행동을 하거나 말을 내뱉기도 한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니 오히려 턱 막혔다.

아 이건 또 무슨 의미여야 하는 거야


많이들 들어봤을 데 시나리오에서의 캐릭터는 생명이다.

어쨌든 이야기는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것이 대부분임으로 매력 없는 캐릭터는 매력 없는 대화를 치고 행동할 것이다.

내 캐릭터에도 저마다 다른 성격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막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성격을 과연 하나로 정의할 수 있을까? 꼭 나쁜 캐릭터라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나쁘게 행동할까?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건 잘못된 일인 걸까? 시나리오상에서만 존재하는 완벽한 캐릭터와 (내가 말하는 완벽한 캐릭터는 정형화된 성격의 인물이다.) 딱 딱 맞춰진 상황에 어쩐지 괴리감이 느껴졌다. 


또 다른 생각으론 나에게 조언을 해주신 멘토분들께 정말 감사드리지만 나는 이분들이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 수 없다. 아는 것이라곤 그저 이곳에서 함께 활동하는 멘토분이라는 것뿐. 그래서인지 그 말들이 더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모든 조언을 수용하려다 보면 내가 쓴 글이지만 내 작품이 아니게 될 것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건 나의 자유고 능력이다.


워크숍에 다녀와서 배울 점들도 많았지만 그날 밤은 통 잠들기가 어려웠다. 머릿속이 배배 꼬여 막막했다.

그래서 그냥 회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놀았다. 아직 마감일자는 남았으니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차라리 잊고 마음을 편히 내려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문득문득 떠올랐고 이제 곧 그 지역으로 답사를 갈 건데 답사를 다녀오고 나면 글의 전개가 완성될 것 같다.


회피하고 도망치는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그 끝을 완성하면 되는 거니까.


단순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 만큼 큰 욕심부리지 않고

내 글, 내 작품을 쓰고 싶다.

남이 뭐라 하던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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