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묻는다 - 김태완-
책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책문이란 무엇인가?
책문은 시대의 물음이다 시대가 출제한 시험이다 곧 당대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빗대어 문제를 내고 그 문제에 대해 응시자가 자기의 역사의식, 정치철학, 인문교양을 총망라하여 해법을 제출한다 그리하여 책문이란 권력을 갖고 권력을 행사할 사람의 권력에 대한 이념과 철학, 권력 운용의 역량과 비젼을 묻는 시험이다
책에서 다루는 책문이 제출된 시대는 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대입니다 각 시대의 시급한 현안을 책문으로 내고 신하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세종은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등의 문제를, 중종은 연산군의 폭정으로 인한 민생의 파단, 권력의 부패, 사회 기강의 붕괴등을 해결하기위한 문제를,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문제 등
작가는 '공자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스승 노릇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조선시대의 옛것인 책문을 어떻게 오늘날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읽어낼 수 있을까? 조선시대의 책문을 읽어보면 책제나 대책이나 어쩌면 그렇게 오늘날의 현안과 문제의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는지 실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책이 꽤 두꺼워서 읽는 속도는 더뎠지만 작가의 말처럼 각 시대의 책문과 신하의 대책을 읽고 현재 상황과 비교하고 생각하다보면 작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종 책문]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성삼문 대책] 법을 고치기전에 전하의 마음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모든것은 임금님의 마음이 주관해야 할 일입니다
[신숙주 대책] 인재를 얻어서 일을 맡기는 데 달려 있습니다 적합한 인재가 있는데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그 말을 따르지 않거나 그 말을 따르더라도 그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비록 법을 하루에 백 번 바꾼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석형 대책] 세상의 일은 폐단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구제할 방도가 없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견이 채택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하께서는 언로를 널리 열어서 직언을 받아들인 뒤 대신들과 함께 폐단을 구제할 방도를 강구하여서 행하십시오
[세종 책문] 인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강희맹 대책을 작가 해석한 내용] 좋은 인재가 주위에 많기를 바란다면 인재가 저절로 찾아들도록 먼저 자기 몸을 닦아야 한다 군주가 덕을 숭상하면서 바른 몸가짐과 생각을 갖고 올바르게 판단하면 군자가 모여들어서 나라가 발전한다 하지만 사치와 향락을 즐기고 아첨과 참소만 받아들이고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인이 모여 들어서 나라가 망한다
[중종 책문]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권벌 대책] 쉬울때 어려움을 생각하며, 작은 일에서 시작하여 큰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마칠 때를 생각하고 시작을 잘했으면 끝마무리도 잘해야 합니다 이 마음을 처음이나 끝까지 한결같이 유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신하와 백성이 행복해질것이고 오래도록 나라가 잘 다스려져 편안해질 것입니다
[중종 책문] 오늘과 같은 시대에 옛날의 이상 정치를 이루려면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
[조광조 대책] 사람들은 흔히 남이 보는데서는 조심하지만 남이 보지 않는데서는 함부로 합니다 그래서 옛날 제왕은 혼자 있을 때 경계하고 두려워했으며 늘 도를 밝혀서 어둡지 않게 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데 전하께서는 '도를 밝히는 것'과 '혼자 있을 때 조심 하는 것'을 마음 다스리는 요체로 삼고 그 도를 조정에도 세우셔야 합니다
[명종 책문]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김효원 대책 역주에서 발췌] 육부란 오늘날의 각 행정부를 구성하는 각 부처를 말한다 [명심보감]에 보면 '관직에 있을 때 사사로움을 따르거나 왜곡된 일을 하면 관직을 잃을 때 뉘우친다 부유할 때 검소하게 쓰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뉘우친다 어려서 기예를 익히지 않으면 때가 지나갔을 때 뉘우친다 일을 보고서 배우지 않으면 사용할 때 뉘우친다 술이 취하여 헛소리를 하면 술이 깼을 때 뉘우친다 편안할 때 쉬지 않으면 병이 들었을 때 뉘우친다'
[광해군 책문]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
[조위한 책문] 제 생각에는 아마도 전하의 근심거리는 남북의 국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궐의 담장 안에 있는 듯 합니다 말이 과격하지 않으면 마음을 움직일 수 없고 말투가 절실하지 않으면 마음을 감동 시킬 수 없습니다 성실로서 중흥을 이루고 성실로서 복수를 하며 성실로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고 성실로서 장수를 임용하셔야 합니다 자기를 수양하며 병사를 훈련시키고 백성을 사랑하는데 이르기까지 모두 성실로서 해야 합니다
[광해군 책문]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임숙영 대책] 백성은 나라를 의지하려고 하지만 백성의 실정이 위로 통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백성을 보호한다지만 정치 혜택이 아래에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더구나 관직을 맡은 사람들은 작은 성과에 만족하여 먼 장래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또 일을 맡은 사람들은 한 때의 이익에 연연하여 장기 계획을 소홀히 합니다 위에서 직무를 게을리 하면 아래에서는 생업을 잃고 위에서 혜택을 베풀지 못하면 아래에서는 분노가 쌓입니다 이 때문에 전하의 나라는 난리가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마치 나무가 안에서 썩고 집이 안에서 무너지듯이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기울고 무너질것 같습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임금의 정치를 보좌하는 일은 재상에게 맡기고 적을 물리치고 난리를 평정하는 일은 장수에게 맡기고 학문과 정책을 토론하고 올바른 도리로 정성껏 군주를 인도하는 일은 가까운 신하에게 맡기도 행정을 펴서 자애롭게 어루만지는 일은 수령에게 맡기십시오 그리하여 때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고 기미를 살펴서 일을 조치하며 올바른 것을 지성으로 권하고 실정을 분명하게 살피십시오
책을 덮고 나서 내 개인적으로 광해군 책문에 대한 '조위한', '임숙영' 대책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가 광해군이라면 두 신하의 대책을 읽고 화가 났을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아픈법이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두 신하가 죽음을 무릎쓰고 올린 대책을 세심히 살펴 충고를 받아들였을것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시대 상황만 달라졌을 뿐 부딪치는 문제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