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불편했던 감정은 공포나 슬픔이 아니라, 끝내 외면할 수 없게 되는 자각입니다.
주인공 ‘장’은 은행 여신을 담당하며 대출심사 업무를 하면서 규정을 따르고,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은 숫자와 서류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멈추게 만들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폭력 없이도, 충분히 누군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말뚝’인데 말뚝(죽은 이들이 ‘시랍화’되어 나타난다는 설정)은 이 사회가 감당하지 않고 밀어낸 존재(한국 사회의 사고·재난·노동 현실, 권력과 은폐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물리적인 증거입니다.
말뚝을 본 사람들이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우리가 평소에는 애써 억누르고 살아가는 감정—죄책감, 두려움, 연대의 기억—이 더 이상 눌러지지 않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체없이 흐릅니다. 울음으로써 비로소 감정이 해소되어 오히려 후련해지는 감정.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장과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에 도달합니다.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정말 무관한가?
소설이 끝나도록 말뚝은 사라지지 않고,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저기 서 있는 말뚝을 보며 사람들은 말뚝과 함께 울며 위로도 하고 그동안 모른 척했던것을 모른척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뚝들』은 위로를 주는 소설이 아니지만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소설 같습니다.
타인의 곤란에 인색하기는 장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왜 날이 갈수록 잘못되어가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