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2025년 4월에 출간된 김영하 작가의 신간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소설가로서 오랫동안 독자와 소통해온 김영하가 이번에는 자신의 삶과 기억, 관계, 선택에 대해 더욱 사적인 목소리로 써 내려간 글을 묶은 작품입니다.
책은 ‘인생은 단 한 번만 주어진다’는 명제를 중심으로, 그 말이 갖는 의미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작가는 어머니의 병과 죽음, 가족과의 관계, 성장 과정에서의 흔적들을 솔직하게 회고하면서, 그 경험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형성했는지를 차분히 서술합니다. 이러한 개인적 기록은 단지 한 작가의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 자신의 삶과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책의 구조는 총 열네 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글은 일상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사건들에서 출발해 존재와 관계, 선택과 후회,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사유로 이어집니다. 예컨대 어머니의 비밀 같은 가족사의 경험,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인간 관계, 그리고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은 독자에게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래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거리를 주었던 문장입니다
- 그러나 영어반 시절에서 가징 많이 떠올리는 당면은 역시 유인물을 넘겨주며 내게 상냥하게 말을 건네던, 전교 학생회장의 '부드러운 적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는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된다.
- 예를 들어 내자녀의 교사와 내가 친구라면 내 자녀는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될까? 경찰관을 알고, 법관을 알고, 정치인을 알고, 유명인을 알면 삶이 더 편하고 좋아질까?, 친구가 자기 자식의 글을 읽고 소설가의 자질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달라고 하면 내가 사실대로 말하게 될까?
- 바르트는 텍스트가 저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어떤 의미에서 더이상 저자와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텍스트는 독자에 의해 무한히 재생산, 재창조될 대상이다. 그는 독자를 텍스트로 유희하며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하는, 다시말해 텍스트를 소비하는것이 아니라 완성하는 존재로 보았다.
- 가르쳤던 학생들 중 몇몇은 작가가 되었는데 그 중에 내개 가능성 같은 것을 물으러 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묻지 않고 그냥 썼다. 그들은 자기 미래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쓰는게 좋고 작가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미 계속 썼을테고 쓰다보니 작가도 되었을 것이다
- 다시 말해 인간이 범죄자가 되지 않고 선량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칸트의 '선한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