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티니

by 은희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죽음을 다룬 책이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삶을 더 단단하게 붙들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촉망받던 신경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가 말기 암 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회고록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를 끝까지 사유한 한 인간의 치열한 기록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의 생과 사를 지켜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환자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는 절망에 머무르기보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습니다.

생의 끝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생명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신뢰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는 삶이 길어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책임지며 살아가는 태도 속에서 의미가 생긴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줍니다.

책에서 죽음을 인식할 때 비로소 삶이 선명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시간, 가족, 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이상하게도 고요하고 따뜻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이 두려움이 아니라, 오늘을 더 충실히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 이처럼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요점은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이다. 가령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가 몇 달 더 연명하는 대가로 말을 못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치명적인 뇌출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낮은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시력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면? 발작을 멈추려고 하다가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얼마만큼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게 될까? 환자와 가족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 그렇다면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불치병은 완벽한 선물이 아닌가? 즉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의사의 일이란 두개의 선로를 잘 연결해서 환자가 순조로운 기차 여행을 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자신의 죽음을 대면하는 일이 이토록 혼란스허울 줄은 미처 몰랐다.

-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

-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폴은 자신의 강인함과 가족 공동체의 응원에 힘입어 암의 여러 단계에 우아한 자세로 맞섰다. 그는 암을 극복하거나 물리치겠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허황된 믿음에 휘둘리지 않고 성실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해둔 미래를 잃고 슬픈 와중에도 새로운 미래를 구축할 수 있었다.

- 폴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거의 매순간 그가 사무치게 그립지만 우리가 여전히 함께 만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딸을 돌보고,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 책을 출판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폴의 무덤을 찾아가고, 폴을 애도하면서도 그에게 경의를 보내고, 꿋꿋이 버텨나가고.... 이렇게 내 사랑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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