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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마르지 않는 샘물의 힘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

자연을 사랑한 가우디처럼 너에게 자연을 선물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에 사랑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우리는 무언가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연인, 남편, 부모를 떠올린다.


나도 아이를 낳고 보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 퍼주게 되는 마음이다.


 너무 이르지만 나는 가끔 내가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유치원 특수교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꼭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하게 된다.


학부모: "선생님.. 이 아이가 독립할 수 있을까요?"


교사: "어머니, oo 이는 아직 너무 어려요."


학부모: "제 아이를 보면 너무 걱정이 돼서요..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고.. 많이 좋아지겠죠?"


교사: "그럼요. 아직 아이는 가능성이 많아요.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자랄 거예요"


학부모: "저는 제가 없는 세상에 이 아이가 혼자 남겨지는 게 가장 두려워요.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교사: "어머니, 그전에 어머니 건강하셔야 하고 아이는 이 세상에서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어머니가 그 많은 짐들을 혼자 안 짊어지셔도 되세요."


학부모: "치료를 더 많이 하면 많이 좋아지겠죠?"


교사: "아이와 함께 치료실을 많이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일단 다양한 상황, 사람, 환경을 접하게 해 주세요.

아이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아이를 낳기 전 난 부모님께 ‘치료실보다 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배워야 해요’라는 말을 강조하는 선생님이었다.


또한 장애가 있는 동생의 가족으로 살아봤기에 장애가 있어도 아이는 이 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던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낳고, 내 아이가 발달이 느리다고 생각하니 나도 내가 떠난 후 우리 아이의 모습이 두려워졌다.


아이가 첫 돌이 지나고 큰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유난히도 비틀거리는 움직임때문에 소아재활의학과에 갔다가 큰 대학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의사 눈에도 걸음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 자세한 검진을 위해 2주 정도 입원해 보자고 했다. 그때 난 피가 마른다는 느낌을 뼈저리게 느꼈다.  입원한 시간들 동안 난 아이와 함께 대학병원 잔디밭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참 황당하고도 어이가 없었다.


 입원한 당시 아이는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했다.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해보자고 했지만 막상 두려웠다.


정말 치료가 필요한 아이인지 좀 더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6개월 뒤 재검진을 받기로 했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재검진을 하기 전

집과 가까운 재활의학과에서 2~3개월 정도 감각통합치료를 받았다.


우연히 유리로 된 창문을 통해 치료실 안에서 내 아이를 봤다.


왠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무 미끄럼틀을 올라가고 짐볼을 굴렸다. 여러 가지 형태의 매트와 교구를 사용해 장애물을 건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치료실보다 더 자연스러운 환경'이라는 말했던 내 모습이 어디 갔나 하며 헛웃음이 나왔다.


그날 난 치료실을 중단했다.  나무미끄럼틀 대신 경사로가 있고, 짐볼 대신 큰 짱돌이 있는 숲에 가서 아이들과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아특수교육 교사로서  내가 만난 아이들은 놀이하는 방법 또한 가르쳐 주어야 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교실보다는 숲이나 자연물이 있는 곳으로 가면 아이들은 스스로 잘 놀았다.


평평하고 네모난 교실바닥보다는 울퉁불퉁한 흙밭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대근육 조절능력을 배우고, 장난감 블록 대신 돌탑을 쌓으며 손을 움직였다.


 나뭇잎가지를 부러뜨리며 놀아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물건을 던지면 안 된다는 규칙이 많은 교실보다는 마음껏 자연물을 만지며 놀이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행복했다.


나는 왜 그 모습을 잊었을까, 아이를 낳고 나는 자연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 기억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감각통합치료비 40분당 5만 원씩 지불하며 다녔지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길고  아이와 내가 상호작용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0~2세 아이는 신체와 주변을 탐색하는 감각운동기인데 나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치료를 끊고 다음날부터 내가 학부모님들께 했던 말을 떠올리며 집 앞 개울가와 자연물을 찾으러 산책했다.

물을 보고, 물소리를 듣고, 돌다리를 건넜다. 풀을 뜯어보고 당겨보며 ‘풀을 뜯네’, ‘풀이 질기네’, ‘풀이 힘이 세네’라고 말해주었다.


 사람의 눈보다 바닥을 더 잘 보고, 사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하늘의 구름을 보여주고 싶었고 내 눈과 아이의 눈 사이에 있는 생동감 있는 풀의 색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운드북의 음악소리보다 찌릉 찌대는 풀벌레 소리를 함께 들었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함께 관찰하며 ‘꽃이 지면 열매가 맺혀. 엄마의 소중한 열매는 우리 정훈이야’라며 자연과 사람의 관계도 말해주었다. 



자연은 모든 오감 기관을 사용하게 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했다. 아이는 말하지 못할 때부터 흙과 나뭇잎, 풀잎, 꽃등을 보며  자연물을 놀잇감으로 생각했다.


가을이 되면 열매가 맺히는 계절에는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다. 스티로폼에서 기른 방울토마토와 가지도 봤다.


말을 할 때쯤에는 ‘따 먹어도 돼?’라는 물음에 ‘다른 사람이 정성 들여 심어 놓은 거야. 함부로 만지면 안 돼’하고 말해주면서 참을성도 배우고 규칙도 습득했다.  


내가 자연물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때였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를 빼놓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의 유명한 건축가이다. 무려 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가우디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다.


출처-나무위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류머티즘을 앓아 학교에 가는 것도 어려웠다. 자연을 관찰하며 홀로 시간을 보낸 가우디에게 자연은 친구였으며 건축에 대한 영감을 주는 스승이었다.  


그가 자연을 사랑하는 태도는 네이버 지식백과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초등인문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성당과 사람이 사는 집은 달라야 해요. 저는 자연에서 온 곡선과 포물선, 둥근 아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아름다운 자연을 건축에 담을 수 있어요. (중략)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건축물 안에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 요소가 표현되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지요. (중략) 그리고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전 모든 건물에 사람들의 철학과 삶의 가치를 녹여내고 싶어요. 구엘은 가우디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어. -네이버 지식백과:질문으로 시작하는 초등 인문학-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신비함과 압도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 스테인글라스를 이용한 채광의 아름다움은 ‘아름답다’라는 그 이상의 표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했다.  

출처-머니투데이, 사진제공-삼성전자


가우디는 진심으로 자연을 사랑했다. 자연을 사랑했고, 신을 사랑했기에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작품에 자연이 깃들기를 원했고 하느님의 생애를 건축물에 표현하고자 했다.


가우디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길 원해서 아이와 함께 자연을 함께하는 건 아니다.


나도 내 아들과 함께 자연적인 공간으로 자꾸만 가게 되는 건 첫 번째로 내가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얻는 마음의 쉼이나 위로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한정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없을 그날, 아이가 혼자 남겨질 때 자연을 느낄 때면 내가 함께였고 그 순간들이 사랑이라는 공기로 따뜻하게 메워지면 좋겠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정으로 내어준다.  새의 소리, 하늘의 구름, 나뭇잎의 색, 차갑거나 따뜻한 공기의 온도감 등 아직 어린 아기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유아특수교사지만 나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거의 사주지 않았다. 자연에서도 얻을 수 있는 장난감(솔방울, 동네 텃밭, 길가의 돌, 나뭇가지 등)이 망가져도 아깝지 않은 창의적 놀잇감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우리 아들과 자주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며 놀 것이다.  


아직도 균형감이 낮아  자주 넘어지고 다치지만 자주 넘어지고 다칠수록 넘어지는 방법 또한 배우고 있다.


아이가 넘어질 때마다 나는 ‘괜찮아?’하고 묻고는 ‘괜찮아, 넘어질 수도 있지’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리고  함께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고 경사로를 오르며 나무뿌리를 덮은 흙을 밟는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맨발로 밟으며 바닥의 온 기운을 느낄 때는 더없이 좋은 감각치료이며 내 마음을 치유하는 안정제였다.


지금 우리 아이는 예전보다 훨씬 균형 있는 걷기를 하고 있다.


치료를 중단해서 때로는 불안하지만 나는 내가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성장해 온 모습을 지켜봤고 내 아이의 성장을 통해 자연이 주는 힘을 믿는다.



내가 아이와 함께하며 놀이하는 이 시간을 우리 아들도 선물이라고 느낄까?


발달이 느린,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는 모든 부모에게 말해주고 싶다.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유산은 꼭 돈이 아니어도 된다고.


지금처럼 사랑해 주는 그 마음을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면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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