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후에 내가 찌질하다 느껴지면 좋은 징조입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글이 나온 시절이라 돌이켜보면 죽음을 삼킨듯 이별을 삼켜냈던 그 시절이 아닐까싶다.
지금은 시간이 지난일이라 그날의 아픔들이 고스란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 '감정'으로 다가온 찰나의 순간들은 또렷하고 아름답게 기억이난다.
많이도 붙잡았다.
그토록 붙잡아도 우리가 언제 사랑한적 있었냐는듯 차갑게 돌아섰던 그의 전화가 왔던 순간,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던 노을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 가 없었다. 매일 턱턱 막히던 목구멍이 드디어 뚫리고 시원하게 숨을 쉴 수 있겠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내 삶의 이유였다기보단 그와 이별후 많은것들이 변했고 삶의 이유도 잃어서 그저 동아줄을 잡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린 다시 사랑할 수 없게됐다. 세상에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있겠다 싶었다. 이별한지 일년이 다되어가도 매일 사무치는 그리움속에 사는 내게 이제 그만하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별을 해보면 알겠지만, 그 마음이 사실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는다.
하지만
이별에서 헤어나오면 안다. 그 마음은 사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란 것을.
한시간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숨도못쉬게 울어재낀날이 있다.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적이 있을까. 아마 없거나 너무 어릴때라 기억이 안나거나 둘중 하나가 아닐까. 그냥 보내자 싶었다. 이제는 내가 단념할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수같은 사랑을 그는 그저 편리한 용도 그쯤으로 여겼는데 내게 돌아온 건 "부담스럽다"라는 말이 전부였다.
멋지게 성공해서 후회 비슷한 감정을 주고싶었다. 그렇게 크로스핏에 가서 이악물고 운동했던 기억도난다. 나쁜놈은 끝까지 나쁘다고 서서히 본인을 잊어가고 잘 살아가는 내게 다시 또 연락해왔다. 빛나게 아름다웠던 우리의 추억은 내게 독이라 매몰차게 끊어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남이었다가 친구였다가 하는 시간을 반복했다.
본인의 연애가 잘 안풀릴때면 친구로서 잘 지내보고싶다는 말로 나를 기만했다.
다 알면서 속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늘 그를 만날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릿했지만 더이상 사랑은 없었다. 매번 지긋지긋한 나의 '미저리' 마인드로 이상한 관계를 이어갔으나 더이상이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우습게 보이고싶지도 않았고, 그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게됐다.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게 됐다.
"여자 없을때만 나 찾지마, 친구로 지내자는 너한테 이정도 아량베풀었으면 나는 할도리 다한것같은데?"
살면서 가장 속시원한 순간이었다. 진작 하고싶었던 말이지만 꾸역꾸역 참던 말이었다.
그가 느낀 감정들은 '쪽팔림' 이었겠으나
내가 그동안 느낀 감정은 '실망감'이었다.
그를 사랑하는동안 그에게 느낀 실망감은 나를 아프게했지만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이젠 우습기까지했다. 내가 사랑스럽게 보이더니 그가 더이상 사랑스럽지 않았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고등학교 사회선생님의 말씀이 생각이나던 순간이었다.
우리는 진작부터 아름답지 않았지만 나 혼자서 아름답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던 순간에 난 많은 것 들을 배울 수 있게됐고 연애와 사랑에 목매지 않을 수 있게됐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나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