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새 Aug 04. 2020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라더니

김씨네 편의점 사랑받을 만 하다.

마음이 불편한 컨텐츠를 오래 보지 못하는 병이 있다.

왜일까 마음이 불편한 장면이 있다면 재미가 없고 짜증만 솟구친다.

그래서인지 지독한 범죄를 다룬다거나 개인적으로 연민이 생기는 영화나 드라마는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까다롭게 컨텐츠를 고르는 편 이라서 남들은 다 봤다는 시리즈를 안본 것 들이 아직도 많다.

보지도 않고 판단하기란 참 어렵다. 또 영상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의라 하나의 뭔가를 선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을 들이는 노력은 날 배신하진 않는다. 대부분 성공적이며 재미있었고 딱히 불쾌하진 않았다.

오히려 요즘엔 '넌씨눈(눈치없는사람을칭하는줄임말)' 보단 '사이다(시원하게 할말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나를 즐겁게 해줬다.


자극적인 음식도 매일 먹다보면 질리는 것 처럼, 늘 매운맛,단맛을 주던 드라마들이 다 뻔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넷플릭스를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 할일없는 백수 주제에 넷플릭스라도 봐야 하루가 흘러가기 때문이다. 외국은 나가고 싶은데 하늘길은 막혔고, 그렇다고 외국인이 줄줄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지루함이 느껴졌다. 이미 스페인 드라마까지 섭렵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내 눈엔 "김씨네편의점"이 들어왔다.



처음 이 드라마를 소개받기론 "캐나다를 강타한 시트콤" 정도였다. 배경,주인공이 한국사람인걸 전혀 몰랐었다. 언제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캐나다로 이민간 한국가족이 주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고 드디어 마주하게 될 수 있게됐다.




사실 처음엔 불편함이 느껴졌다.

시도때도 없이 아들 회사에 찾아오는 엄마와 가족들, 무례한 아빠, 아무말이나 막 뱉는 딸, 가끔은 눈치 없는 아들. 그리고 주변 친구들.

물론 눈치가 없다거나 말실수를 하는 것은 재미의 장치일 수 있다. 하지만 무례한 행동과 사생활의 경계선이 없이 자식에게 애착을 보이는 엄마아빠의 행동은 충분히 한국 문화를 모르고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오버스러운 부분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가족의 사랑과 배려가 가득해서이다.

엄마와 아빠는 다투는 장면이 매 씬에 등장하지만 서로 화해하고 키스하는 장면도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늘 서로를 보듬어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본 한국 드라마에선 20년 이상을 함께한 부부들에게서 이런 사랑스러운 멘트와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 특별한 캐나다 드라마는 서로를 이해하고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어떤 실수도 사랑으로 감싸준다. 자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고지식한 아빠의 성격과 방황하는 2세인 아들은 그 긴 세월 만나지 않고 지냈어도 한시도 잊고살지 않았다.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을 '사이다' 처럼 해결하진 않았어도 우리에게 잔잔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더불어 딸의 예술을 늘 돈이 안된다고 무시하는듯 하지만 그 누구보다 딸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 버릇없이 보일 수 있는 딸이지만 부모님의 일에 언제나 발벗고 나서며 그들 옆에서 일을 돕는 착한 딸이다.

나도 언젠가 가족이 생기고 부모가 됐을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들이 틀릴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안다. 나이가 들어버린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엔 힘들기도 서글프기도 하겠지. 그럼 난 아마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 또는 '아빠' 처럼 억지를 부린다거나 소리를 홱 쳐버리는 부모가 될 수 도 있다. 그렇다면 엄청 행운이지 않을까? 잠깐동안 상황을 나쁘게 몰아갔어도 결국엔 반성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또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다는게 말이다!


두번째, 다양한 인종들이 나온다. 그만큼 다양한 생각도 존재한다.

다인종이 모여사는 나라인만큼 다양한 문화들이 나온다. 그렇기에 생기는 문화적 문제점들 또한 잘 잡고있는 드라마이다. 인종차별을 하는 인물에겐 어떻게든 한방 먹이는 모습으로 연출해서 속이 시원하게 해준다. 또 잘생기고 예쁜 배우가 출연해서 남들 다 하는 사랑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평범한 인물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안에 숨겨진 문화들을 재미있게 또 공감력있게 표현한 것이 사랑스럽다. 높고 낮음이 아니라 사람대 사람으로 소통할 수 있게 중립을 지켜주는 목사님, 잘생긴 정을 질투하지만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 김치,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학생의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예체능 교수님까지 말이다. 다양하게 침투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실수를 만들고 해결해 나아가면서 더욱 끈끈해지고 깊은 애정을 느낀다. 나에게도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고,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게되는 긍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김씨네 편의점'은 오직 재미만으로도 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비주류인 아시안인이 주인공인점, 종종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들,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 사랑과 우정 등등 뭐하나 빼놓은 메세지가 없다. 가장 특별한 점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 각자 다른 문화에서 그리고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사랑을 받았다. 색깔은 다를 수 있어도 인간은 같은 감정을 느끼며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반증이지 않을까. 이렇게 나와 공감대가 있는 친구들이 세상 곳곳에 있다는 것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사람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라 이 드라마에 똑같이 울고 웃었겠지 싶다.

사람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나도 나대로 살아볼란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캐나다로 이민가서 가족을 꾸려 잘 살아낸 김씨 부부처럼. 나도 내 인생답게 삶을 그려가다 보면 특별하지만 일상적이고 슬프지만 유쾌한 즐거운 인생이 되어있겠지 김씨네 가족들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