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감시와 안전 사이, 통제 사회의 그림자

by 동쟌


[ 소중한 시간을 아껴친절한 요약 ]

기술은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감시로 작동하며, 시민의 정보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감시는 점점 일상화되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누가 통제하고 감시하느냐이며, 우리는 지금 감시사회와 민주주의 경계에 있다.




[ 본문 ]


편의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시는 시작된다. 계산대 위 카메라는 얼굴을 인식하고, 출입 시 스마트폰은 위치 정보를 자동 전송하며, 이 모든 데이터는 기업의 서버에 기록된다. 지하철역은 탑승 시간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집 앞 도로의 고해상도 CCTV는 일상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저장한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보안’이나 ‘편의’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 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기술은 점점 더 조용하고, 정밀하게 인간을 해석한다. 얼굴 하나, 결제 한 번, SNS에 남긴 짧은 문장 하나가 개인의 정체성, 감정, 소비 습관,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신호로 작동한다. 일부 기업은 사람의 표정과 시선을 분석해 광고를 실시간 조정하고, 일부 국가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민을 평가하거나 제한한다. 데이터는 더 이상 중립적 자원이 아니다. 개인을 판단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소속 정보분석가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자국 시민과 전 세계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불법 감청을 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은 이미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는 곧 권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의 생체 정보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권력 구조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즉,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더 정교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통치력이 바뀐다는 의미다. 이 구조에서는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잃는 방식도 조용하고 정교하다. 어떤 제약도 느끼지 못한 채, 우리는 시스템이 설계한 경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감시와 통제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감시 기술은 더 이상 공포를 동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바로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그 규칙은 시민이 아닌 다른 주체가 만든 것이다. 이 글은 그런 일상화된 감시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것은 보호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지배의 장치가 될 수도 있다.




(12.1) CCTV·안면인식·생체인증의 세계


사람들이 도시에 깔린 CCTV와 안면인식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는 주로 “범죄 예방”과 “도시 안전”이라는 긍정적 이유를 떠올렸다. 예컨대 도로나 상점 주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덕분에 경찰이 빠르게 범인을 추적하거나, 실종자를 찾기 수월해졌고, 절도나 폭력 사건 발생 시 화면 기록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일상적 감시 체계로 발전하면서, 개인 자유와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CCTV의 확산과 24시간 추적

카메라 화질은 이제 4K를 넘어, 야간·악천후 촬영도 문제없을 정도로 고도화되었다. 여기에 실시간 스트리밍과 클라우드 기반 저장 기술이 결합되면서, 경찰·지자체·기관은 원하는 구간을 24시간 실시간으로 관찰하거나, 과거 장면을 수년 전까지 역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범죄가 없더라도 영상은 자동으로 저장되고, AI 기반의 검색 기능을 통해 특정 인물의 동선이나 행동을 손쉽게 되짚을 수 있다.

도심에서는 사람이 걷는 모든 거리, 신호등, 주차장, 건물 출입구에 CCTV가 존재하며, 이러한 밀집도는 '감시의 사각지대'라는 개념을 점차 사라지게 만든다. 시민들은 길을 걷는 순간조차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무의식적 감시 의식을 갖게 되며, 이는 행동을 위축시키거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안면인식과 AI 분석

단순히 영상을 기록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 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AI가 자동으로 판별하고, 위치·시간·빈도 등과 함께 프로파일링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얼굴 인식 정확도는 극적으로 향상되어, 마스크 착용이나 안경, 헤어스타일 변화에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하철역, 상업시설, 공공기관, 심지어 일부 학교와 병원에서도 얼굴 인식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은 출입 통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동선을 자동 기록한다. 해당 데이터는 테러리스트나 수배자 탐지에 유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반 시민이 자신도 모르게 수시로 스캔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부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디에 저장되며, 누가 접근하는지를 시민이 직접 알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생체인증의 편리함과 함정

생체인증 기술은 지문, 홍채, 얼굴, 정맥 패턴, 음성까지 확장되었고,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들었다.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금융 결제, 건물 출입, 사내 근태관리, 의료 기록 열람 등에서 사용되며, 암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대신, 훨씬 민감한 정보를 전제로 작동한다.

그러나 생체 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계정을 새로 만들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본인의 생물학적 특성 자체가 타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위협 수준이 다르다. 특히 기업이 수집한 생체 데이터에 다른 온라인 행동 정보가 결합되면, 사용자의 소비 성향, 감정 패턴, 건강 상태까지 정교하게 추정할 수 있어, 이는 마케팅뿐 아니라 보험·채용·금융 평가 등 민감한 분야로 악용될 수 있다.


효율성과 개인권의 상충

CCTV, 안면인식, 생체인증은 범죄와 테러를 예방하고, 도시 행정과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그 효율성은 개인의 권리와 맞바꾼 결과일 수도 있다. 특정 국가가 이 기술을 전면 도입해 전 국민의 이동 경로와 신체 정보를 일상적으로 수집·기록한다면, 범죄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시민들은 사실상 감시망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은 고객의 얼굴, 체형, 걸음걸이, 시선 처리 등을 분석해 광고를 맞춤형으로 타깃팅하고, 매장 내 행동 패턴까지 모니터링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고르는 순간조차 분석의 대상이 되고, 사적인 공간이라 여겼던 쇼핑 환경조차 감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향후 쟁점과 과제

결국 문제는 감시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그 사용 방식과 통제 가능성이다. 정부와 기업이 안전과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기술을 확산시키는 동안, 시민은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점점 더 추적당하는 구조에 놓인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사용을 금지하거나, 생체정보 수집 시 엄격한 동의 절차를 요구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보안 위협이 커질수록, 시민 스스로가 감시 기술을 환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편의와 안전을 위해 감시는 필요하다"는 정서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순히 기술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디까지 감시를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시민은 어떤 권한을 갖고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투명한 운영 기준, 데이터의 주체적 통제권, 감시 기술의 목적 외 사용 금지 등의 원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 기술은 언제든 통제 사회로의 문을 열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감시 기술은 이미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민·정부·기술 기업이 감시의 효율과 자유의 보장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개인의 삶과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남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12.2) 빅데이터 치안, 효율성 논란


예측 경찰과 빅데이터 치안의 도입

범죄 예측 프로그램이나 페이셜 프로파일링은 치안을 개선한다는 명목 아래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 사례다. 경찰은 방대한 과거 사건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대를 식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이른바 ‘예측 경찰(Predictive Policing)’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핫스팟”을 미리 지정하고 해당 구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함으로써 범죄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예측 경찰의 작동 원리는 과거 발생한 사건들의 위치·시간·유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위험 구간을 추산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일종의 ‘지리적 알고리즘’을 통해 도심 내 특정 블록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경찰관의 순찰을 해당 지점에 집중시키도록 설계된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의 조기 대응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행정 기획자와 치안 당국은 기술적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효율성 중심의 기대 효과

이러한 방식은 범죄 예방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 예컨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런던 등의 일부 도시에서는 예측 모델을 도입한 초기 단계에서 절도, 주거침입, 차량 관련 범죄의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경찰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데이터 기반 전략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범죄 발생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거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함으로써 순찰 인력의 배치를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기술은 ‘과잉 순찰’이나 ‘치안 공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며,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자원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있다.


알고리즘 편향의 구조적 문제

그러나 기술의 활용이 곧바로 정의와 공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 예측 알고리즘은 과거에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하는데, 이 데이터가 이미 인종, 계층, 지역에 대한 구조적 편견을 반영하고 있을 경우, 알고리즘은 그 편향을 그대로 학습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체포 기록이 많았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이 ‘고위험 지대’로 간주되고 경찰력이 집중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데이터 편향을 ‘기술의 객관성’으로 포장하게 만들 수 있으며, 실제로는 불균형한 감시를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생성 자체가 차별적인 제도나 정책의 결과일 경우, 알고리즘은 과거의 차별을 더욱 정교하게 재생산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학습하는 사회 구조이며, 데이터 기반이라는 명분이 편견을 합리화하는 장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페이셜 프로파일링과 차별 위험

페이셜 프로파일링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AI가 사람의 얼굴 특징과 표정,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을 추정하거나, 특정 상황에서 위험 인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기술의 수준은 성별, 인종, 나이, 장애 여부 등 생물학적 외형에 따라 오탐지율이 현저히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색 인종이나 여성, 노인에 대한 오류 발생률이 높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지만, 그 작동 방식은 통계적으로 ‘평균값’에 수렴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평균에서 벗어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이상치’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특정 집단을 지속적으로 감시·경계하게 만들고, 사회적 차별을 제도화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특히 사전 동의 없이 얼굴이 수집·분석되는 경우, 기본적인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감시 대상화와 시민의 불안

더 큰 문제는, 시민의 일상 자체가 빅데이터 모델 안에서 ‘위험 예측의 단서’로 변질된다는 점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단지 특정 동네에 살거나, 지인 네트워크가 문제 지역과 겹치거나, 특정 시간대에 외출하는 습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민은 자신의 존재나 생활 패턴이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정 지역이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면, 거주민 전체가 낙인효과를 겪거나 불필요한 경찰 검문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감시는 법적으로는 합법일 수 있으나, 시민 입장에서는 상시적 심리적 압박과 불신으로 작용한다. 또한 감시 대상이 되는 기준이나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가 대부분 비공개라는 점에서, 시민은 자신의 위치를 방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예측 오류와 잠재적 피해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졌다고 하더라도, 예측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확률적 모델에 기반하므로 오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이 오류가 단순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현실에 구체적 피해를 남긴다는 점이다. 예컨대 ‘잠재적 위험 인물’로 분류된 사람은 특별한 범죄 이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시 검문이나 구금, 사회적 낙인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잘못된 분류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기계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이유로, 시민의 자유와 명예가 침해되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기술은 명확하지만, 판단은 추론이고, 피해는 실질적인 구조 안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예측 시스템이 가진 위험성은 단순한 효율 논리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자유와 효율 사이의 균형 과제

결국 빅데이터 치안은 “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의 자유와 존엄성을 일정 부분 침해할 수 있다. 효율성과 안전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명분 아래 특정 지역과 계층이 지속적으로 감시되고, 사회적 낙인이 반복 생산되는 구조는 민주사회가 감당해야 할 대가로 보기 어렵다. 알고리즘이 편향된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의 불공정을 정당화하지 않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가 필수적이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항상 어떤 사회적 기준과 권력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AI 치안 기술이 진정으로 정의롭기 위해선, 그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데이터의 구조부터, 적용 대상의 선정 방식, 이의 제기 절차, 책임 주체까지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의 투명한 감시 없이는,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형태의 감시사회가 정착할 수 있다.




(12.3)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대규모 감시·평가 제도의 탄생

중국이 추진한 ‘사회 신용 시스템(Social Credit System)’은 중앙정부 주도와 지방정부 시범사업이 병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민 전체의 행동을 디지털 기반으로 평가·기록하는 체계를 지향한다. 기본 구조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 점수를 산출해,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혜택을, 낮은 사람에게는 제약을 부여한다”는 방식이다.

예컨대 공공 교통에서 무임승차를 하거나 소란을 피운 경우 감점 대상이 되며, 이 점수는 대출 한도 축소, 승진 제한, 해외여행 제한, 심지어는 자녀 교육 기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자원봉사 활동이나 세금 성실 납부, 법규 준수 등은 점수를 올리는 요소로 작동하며, 신용 등급이 높은 사람은 빠른 금융 승인, 공공서비스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감시·평가 범위와 수집 데이터

이 시스템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점수 산출 자체가 아니라, 그 범위와 정교함 때문이다. CCTV, 안면인식, 온라인 결제, 통신 기록, SNS 활동 등 모든 디지털 흔적이 점수 산정 자료로 활용된다. 심지어 타인의 평판, 지인 관계망, 온라인 댓글이나 구매 이력까지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될 수 있어, ‘디지털 일상’ 전체가 사실상 감시와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적으로는 효율적이고 방대한 통제 수단이지만, 시민 입장에선 자신의 생활 전반이 언제든 기록되고 판단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극심해진다. 항공권이나 고속철도 티켓 구매가 제한되거나, 특정 등급 이하의 시민은 고급 호텔·레스토랑 출입이 제한되는 사례도 일부 지역에서 보고된 바 있다.


효과와 통제 논란

중국 정부는 이 시스템을 ‘국민 신뢰도 제고’, ‘사회 질서 강화’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한다. 불법 행위나 규범 위반을 줄이고, 성실하고 정직한 시민에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좋은 행동’을 장려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 부실율이 낮아졌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고, 지하철 무임승차나 불법 쓰레기 투기도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자동화·비가시화될수록, 시민이 자신의 점수가 왜 깎였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지고, 항의할 창구도 부족해진다. 점수 산정 방식은 대개 공개되지 않으며, 안면인식 AI와 결합될 경우 얼굴만으로 시민을 분류하거나 감점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오류나 차별이 발생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인지하거나 정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인권·자유 침해 지적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 시스템이 “디지털 전체주의의 전형”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문제는 단지 점수를 매긴다는 데 있지 않고, 그 점수가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사소한 교통위반이나 온라인상 발언이 누적되어 신용 등급이 낮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취업, 주거, 금융 접근성이 제한되는 방식은 시민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또한 정치적 성향, 언론 비판, 종교 활동 등의 민감한 정보가 점수에 직접 반영되지 않더라도, 관련 행위가 ‘사회적 신뢰 저하 행위’로 간주되어 간접적으로 감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행정적 오류, 데이터 오류, 신원 오인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시정할 명확한 절차나 독립적인 구제기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큰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기술·정치 결합의 전형

사회 신용 시스템은 기술이 통치에 어떤 방식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안면인식 AI, 고정형 및 이동형 CCTV, 클라우드 기반 대규모 저장 시스템, 온라인 행동 분석 도구 등 첨단 기술들이 하나의 통합적 통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범죄 예방을 넘어서, 일상생활과 시민 의식을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시스템을 국가 차원의 ‘도덕적 인프라’로 간주하며, 국가 경쟁력과 사회 안정을 위한 기반 시설로 적극적으로 육성 중이다. 감시와 통제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될수록, 시민 개개인은 자율적 판단보다는 ‘점수 관리’라는 기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가 자발적 통제 상태로 이행하는 효과를 낳는다.


세계적 파장과 윤리 논의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은 다른 나라들에도 강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일부 정부는 이 모델을 직접 도입하지 않더라도, 세금 회피 감시, 복지 남용 방지, 범죄 위험도 평가 등에서 부분적으로 유사한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금융기관이나 플랫폼 기업이 고객의 신용도를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사적 신용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효율성과 통제력이 강화된다는 이유로 유사한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신용 시스템은 단지 중국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기술이 시민의 삶 전체를 정량화하고 상벌 체계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그 사회는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자율과 창의, 다양성이 억제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윤리적 고민이 제기된다.

결국 이 시스템은 국가가 ‘신뢰’와 ‘윤리’를 정량화하고, 기술을 통해 이를 사회 전체에 강제하는 새로운 통치 형태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점수가 곧 인격이 되고, 평판이 행동을 지배하게 되는 사회에서, 시민은 스스로를 감시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주체로 변한다. 이는 공동체적 신뢰를 강화한다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의심과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12.4) 서구 사회의 기조 vs. 빅테크 기업 입장


GDPR식 개인정보 보호와 시민 권리 강화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하게 내세우며,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도입해 데이터 수집·활용의 투명성과 시민 권리 보장을 명문화했다. 이 규정은 기업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처리할 때 사전 동의를 명확히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GDPR은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라, “데이터는 개인의 소유”라는 철학적 관점을 법제화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구글·메타·아마존·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유럽 내에서 활동할 경우, 사용자에게 데이터 처리 목적과 방식, 보관 기간을 상세히 고지하고 ‘잊힐 권리’나 ‘정보 열람권’에 응해야 한다. 이는 감시 사회로 가는 흐름을 견제하려는 서구적 민주주의 원칙의 연장선에 있다.


AI 활용 극대화 요구와 기업 논리

반면 미국은 혁신 중심의 기업 문화를 중시하며, AI 개발과 데이터 활용에 있어 유럽보다 훨씬 유연한 규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반의 빅테크 기업들은 “양질의 대규모 데이터가 없다면, 첨단 AI 모델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며, GDPR과 같은 강도 높은 규제는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논리는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분석해야 맞춤형 서비스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지나친 프라이버시 보호가 소비자 편의와 기술 진보 모두에 역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유럽은 보호 중심의 신중 전략을, 미국은 혁신 중심의 속도 전략을 대표하는 상징적 구도로 자리잡았다.


각국의 절충과 협상

다만 유럽 내부에서도 견해차는 존재한다. 일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GDPR 준수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대기업보다 작은 기업에 더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AI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기술 실험의 자유가 제약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정부들은 시민 권리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EU AI 법안(EU AI Act) 제정도 추진되었으며, 이는 얼굴 인식 기술이나 감정 추적 AI 등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콜로라도·버지니아 등 여러 주가 자체 프라이버시법을 도입하고 있으며, 연방 의회도 기업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려는 입법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AI 시대 정보 규범의 갈림길

이처럼 서구 사회의 공공 규제와 민간 기업의 이해는 단순히 ‘통제냐 자유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라는 복합적인 질문으로 수렴된다. 지나친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규제를 완화하면 감시 기술의 무분별한 확산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커진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데이터는 연료이자 무기가 된다.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어떤 목적에 사용되는지를 둘러싼 사회적 규범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정치·경제적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은 ‘기술 주권’과 ‘정보 통제권’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두고, 법제화와 국제 협상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 발전과 프라이버시의 협상 지점

결론적으로, 서구 사회의 개인정보 보호 기조와 빅테크 기업의 AI 활용 극대화 요구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으며, 이 대립은 이제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 국제 질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은 국경을 넘지만, 데이터 규범은 국가마다 다르며, 이 간극이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새로운 협상 지대를 요구하고 있다.

AI 시대에 데이터 통제는 단지 사생활 보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정체성, 정치적 권리, 경제적 역량에 대한 포괄적 권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어느 수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어디까지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과 기술 진보의 정당성을 함께 결정하게 될 것이다.




(12.5) 사이버 보안과 사이버 스파이


국가 차원의 해킹과 정보전쟁

디지털 시대의 ‘사이버 스파이’는 전통적인 첩보 활동보다 훨씬 넓은 범위와 정밀도로 작동한다. 국가는 정규군 소속 해킹 부대나 민간 용역조직을 통해 다른 국가의 행정부, 군사기관, 전략기업, 언론 등을 해킹하고, 민감한 정보를 탈취하거나 사회 기능을 교란시킨다. 전력망, 수도 시스템, 교통 관제, 금융 결제 인프라 등 핵심 설비가 타격을 입을 경우, 물리적 무력 충돌 없이도 도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최근에는 군사 충돌 이전 단계에서 사이버 공격이 선제적으로 투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대 국가의 방어 능력을 측정하거나, 외교·군사 전략을 교란하기 위해 정보를 유출·변조하는 ‘디지털 탐색전’이 실전에 준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전(Cyberwar)은 이제 단순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이 되었다.


유명 사례와 양상

2010년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한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는 국가 주도의 사이버전 실재 가능성을 처음으로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해당 바이러스는 핵 원심분리기의 제어 시스템을 물리적 폭발 없이 교란해 이란의 핵개발을 지연시켰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작전으로 추정되었다. 공식 인정은 없었지만, 이후 국가 간 해킹전이 현실이라는 인식이 국제 안보 질서를 뒤흔들었다.

그 뒤를 이어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2017년 북한 해커 조직이 배후로 지목된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력망 해킹 등은 사이버 공격이 현실 세계의 전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백도어 심기’, ‘시스템 내부 장기 잠복’, ‘선거 정보 교란’ 등 공격 양상이 정교하고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중·기업 대상 스파이 행위

사이버전은 국가 기관뿐 아니라 기업과 일반 대중도 주요 타깃이 된다. 대기업의 연구 자료, 핵심 설계도, 미래 사업 전략 등이 해킹을 통해 경쟁국으로 유출되거나, 랜섬웨어 공격을 통해 시스템이 인질로 잡히는 사건이 반복된다. 표적 맞춤형 악성코드를 수개월에서 수년간 잠복시켜 내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탈취하는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도 대표적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사이버 심리전도 강화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짜 음성·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SNS를 통해 유포시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거나 사회 불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선거 개입, 폭동 조장, 반정부 선동 등이 이 디지털 심리전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공격자는 드러나지 않고도 대중 정서를 흔드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정보는 무기가 되고, 불신은 전략이 된다.


국가 vs. 국가 / 국가 vs. 기업

사이버 보안은 이제 국가 간 무력 충돌과 병렬로 작동하며, 때론 그보다 은밀하고 효과적인 전술로 간주된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 사이의 대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 역시 거대한 데이터 보유처이자, 사이버 공격의 문이 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텐센트 같은 초대형 IT 기업은 보유한 클라우드 인프라나 개인정보 규모로 인해 국가 수준의 보안 타깃이 된다.

반대로 일부 국가는 자국 기업과 협력해 감시 및 검열 기능을 강화하거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나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데 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정 기업이 정부 시스템에 침투해 경제 정책이나 입법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음모론도 적지 않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누가 누구를 감시하는가’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국가와 기업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AI와 사이버 공격의 결합

인공지능은 사이버전의 공격과 방어 양쪽 면에서 핵심 도구로 쓰인다. 공격 측은 AI를 활용해 방화벽의 취약점을 빠르게 탐지하고, 대량의 피싱 메시지를 자동으로 생성·전송하거나, 실시간으로 딥페이크 콘텐츠를 제작해 사람들을 속이는 정교한 심리전을 펼친다. 자연어처리 모델은 인간처럼 설득력 있는 이메일을 쓰고, 감정 인식 모델은 여론 확산 타이밍을 자동 조절할 수 있다.

방어 측도 AI를 도입해 실시간 트래픽 분석, 이상 패턴 감지, 자동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공격자의 전술이 진화할수록 방어는 후행 대응이 되기 쉽다. 보안 전문가들은 “완전한 방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이버전은 결국 ‘공격과 방어의 무한 경쟁’이며, AI는 이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결국 개인정보·인프라의 안전이 위태

사이버 공격이 성공하면 도시 기능은 단 몇 초 만에 무너진다. 전력망이 정지하고, 병원이 마비되며, 금융기관의 결제 시스템이 멈추면, 사회는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진다. 실제로 에너지 기업, 수도 인프라, 항공 관제 시스템을 겨냥한 공격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군사 충돌 없이도 한 국가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비선형 공격’의 전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이다. 바이오 정보, 위치 이력, 금융 패턴, 의료 기록 등이 해킹당할 경우, 시민은 단지 프라이버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분과 신뢰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다. 기업은 사이버 보안 비용을 급격히 증대시키는 한편, 국가는 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감시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해킹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오히려 감시사회로 이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망과 과제

사이버전은 앞으로 더욱 첨예한 권력 투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비용·고효율의 특성상, 물리적 전쟁보다 리스크가 적고, 전면전 없이 상대국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안보를 둘러싼 국제 협약 논의는 지속되고 있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과 주권 침해 우려로 인해 실질적인 합의는 매우 어렵다.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사이버군을 공식 육성하며, 공격 능력까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결국 사이버 보안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하며, 시민의 보안 감수성도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다수는 여전히 기술 의존은 높지만 보안에 대한 경계심은 낮은 상태다. AI 시대에는 공격이 더 교묘해지고, 방어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감시와 자유, 효율과 권리의 균형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가, 다음 시대 민주주의와 정보 질서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12.6) 국민 안전 vs. 자유 침해 딜레마


안전 우선 논리와 시민의 수용

경찰력 강화나 개인정보 수집 확대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오랜 시간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범죄 발생률이 높아지거나 테러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정부는 ‘국민 보호’를 이유로 감시와 통제를 정당화해 왔다. 고해상도 CCTV를 거리와 지하철에 설치하고, 대규모 행사장에 생체인식 출입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그 전형적 예다.

스마트시티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도시 인프라의 실시간 통제 가능성은 크게 확대됐다. 교통사고나 화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혼잡 구간을 조절하는 데 공공 데이터가 활용되면서, 많은 시민은 ‘감시가 효율을 높이고 안전을 확보한다’는 프레임에 익숙해지고 있다. 자연재해나 팬데믹 이후에는 위치 추적 앱, 확진자 동선 공개 시스템 등이 일시적으로 시민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감시 권한의 누적과 악용 가능성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점차 상시 감시 체계로 굳어진다는 점이다. “혹시 모를 테러·범죄 예방”이라는 이유로 정부나 기업은 감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기존 권한을 철회하지 않는다. CCTV는 더 고화질로, 위치 추적은 더 정밀하게, 데이터 수집은 더 방대하게 이루어지는 흐름이 지속된다.

범죄율이 낮아지지 않더라도, “감시가 부족해서”라는 설명이 반복되며 더 많은 정보 수집이 정당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감시와 통제는 일시적 조치가 아닌, 점차 표준 운영 체계가 되고, 시민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정보가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주도권을 잃는다.


자유의 양보, 어디까지인가

이 딜레마의 본질은 단순히 ‘감시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유를 얼마만큼 양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면 테러나 범죄 발생 시 대처가 늦어지고, 반대로 모든 위험을 사전에 통제하려면 일상적 감시와 정보 수집을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그 감시가 어느 순간 ‘위험 관리’를 넘어서, 사회적 행동 규율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 없는 감시는 통제의 사각지대

미국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자법(Patriot Act)은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시민의 통신 기록, 금융 정보, 인터넷 검색 이력 등을 수사기관이 광범위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여러 차례 문제점이 제기되었지만, 제도가 완전히 철회되지 않은 채 부분적 조정만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감시 권한을 한 번 획득하면, 그 반환이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특정 기술이 공공의 안전을 위해 도입되었더라도, 이 기술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사용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없이 운영된다면, 시민의 권리는 언제든 침해될 수 있다. 감시의 목적이 변화해도, 시스템은 유지되며, 시민은 그 흐름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감시를 감시할 수 있는 권력의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누가 감시할 것인가, 누가 통제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감시가 정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시민에게 주어지는가가 문제다. 법적 제도뿐 아니라, 정보에 대한 투명한 접근, 이의 제기 절차, 감시 기술의 사후 검증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안전’이라는 명분은 언제든 권력의 자기증식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12.7) 민주주의의 미래 : AI 통제 강화?


'AI 독재' 가능성

행정 시스템에 인공지능이 깊이 결합되면, 정책 설계와 여론 분석, 정서 탐지까지 거의 모든 행정 영역에서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정부는 국민 감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사회 흐름을 자동 추적하며,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이 기술이 단순한 행정 효율을 넘어, 통치 수단으로 전환될 때다. 예컨대, 특정 인물의 인터넷 활동이 반체제 성향으로 해석되면, AI는 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해당 인물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차단하거나 회유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작동 방식은, 시민이 위협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분석되고 대응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반발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AI 독재’란, 통제가 더는 물리적인 억압으로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의 계산과 예측을 통해 이뤄진다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 독재보다 훨씬 정교하고 무자각적으로 작동하는 이 체계에서는, 감시가 곧 예방이고, 통제가 곧 효율이 된다. 시민은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믿지만, 이미 시스템이 허용한 경로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시민의 순응 또는 저항

동시에, AI 통제를 불편함보다 편의로 받아들이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시민 입장에서 정부가 AI를 통해 행정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생활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면, 일부 자유의 제한은 ‘불가피한 대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예컨대 교통 흐름, 재난 대응, 복지 분배, 공공 질서가 모두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감시’는 오히려 ‘보장된 질서’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AI 통제 체계가 안정성과 일관성을 제공할 경우, 시민들은 점차 저항보다 수용에 익숙해지고, 사회 전반에 ‘편안한 통제’에 대한 관성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기술이 특정 계층의 권력 강화나 소수 의견의 억제로 작동할 경우, 기술적 감시에 대한 반발 운동이 촉발될 수 있으며, 플랫폼 기업과 국가 권력에 대한 시민 견제가 새로운 정치 동력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확장 가능성

낙관론자들은 AI를 통해 민주주의가 더 투명하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본다. 거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시민 여론을 정밀하게 반영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책 피드백을 수렴하고, 전자투표 시스템을 안정화한다면,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공약 이행 여부는 데이터로 실시간 검증되고, 정책 설계 과정에 시민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정책 크라우드소싱’이 제도화된다면, 시민은 피통치자의 위치에서 실질적 협력자로 변화할 수 있다. 단, 이 같은 민주주의 확장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작동하는 사회적 규칙과 투명성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와 AI의 재구성 과제

AI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인지, 아니면 진화시킬 것인지는 결국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통제권, 시민의 정보 주권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기술 사용의 한계가 명확히 설정된다면, AI는 독재가 아닌 참여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효율성과 경쟁력만을 앞세운 채, 통치자와 빅테크 기업 간 밀착이 강화된다면, 기술은 권력 집중의 도구로 작동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 여부가 아니라, '누가 기술을 통제하며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시민이 수동적 감시 대상이 아닌, AI를 감시하고 활용하는 능동적 주체가 될 때, 민주주의는 위축이 아니라 재구성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12.8) 통제 사회의 끝에 남는 것


안전 vs. 자유 갈등의 최종 양상

이 장에서 다룬 여러 사례—CCTV, 안면인식, 사회 신용 시스템, 사이버 보안, AI 통제—는 공통적으로 ‘국민 안전’과 ‘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기술적 감시와 통제가 점차 강화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부 시민은 "안전이 최우선이니 괜찮다"며 수용하거나 체념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점차 침식되는 자유와 인권에 불안을 느낀다. 이러한 균열은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도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더욱 전면적인 감시 일상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중이 안전을 갈망할수록, 권력은 감시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초감시 체계의 도래

CCTV 영상, 안면인식, DNA 정보, 위치 추적, SNS 분석이 실시간으로 통합되는 감시 시스템은 사실상 시민의 일상을 모두 기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초감시 체계로, 범죄율이 줄어드는 대신 인간의 자유는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모든 행동이 관측된다"는 인식은 일부에겐 심리적 안정을 주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자기 검열과 불안, 억압감을 유발할 수 있다.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일부 중동 국가의 생체기반 감시 체계, 서구권의 안보 명분 데이터 수집 정책 등은 이러한 방향으로의 진입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시민이 스스로 감시에 순응하고, 감시 기술이 일상 속 편의로 위장될 경우, 완전한 통제 사회는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다.


통제 사회가 남기는 것

감시와 통제가 극단으로 향할 경우, 범죄나 혼란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창의성·다양성·주체성은 위축된다. 표현의 자유는 제약되고, 개별 행동은 평균화되며, 자발성보다 수동성이 강화된다.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권력이 집중된 ‘온정적 독재’ 또는 ‘기술 권위주의’로의 이행이 일어날 수 있다. 기술로 포장된 억압은 종종 가장 설득력 있는 형태의 통제로 작동한다.

감시 시스템이 정착되면, 시민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고, 권력은 시민의 저항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인권과 존엄은 점차 사라지고, 사회는 ‘효율’이라는 기준 아래 질서에 순응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감시가 심리적, 문화적 차원까지 파고들면, 자유는 단지 형식적 권리로만 남게 된다.


권력 재편의 갈림길

지금은 선택의 문턱이다. 제도적 대응, 시민적 감시, 국제 윤리 기준 등이 동시에 작동해 ‘감시 기술의 경계’를 설정한다면, 통제 사회의 확산은 일정 부분 억제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은 여전히 기술 발전 속도가 제도와 윤리적 논의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과 규범이 뒤따르지 않으면, 권력은 점차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행사되는 방식과, 그 방식에 대해 누가 판단하고 감시할 수 있는가다. 감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감시가 인간을 위한 것인지, 인간을 수단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끝까지 남아야 한다.

통제 사회의 끝에 무엇이 남는가. ‘안전은 확보되었지만, 인간성은 사라진 세계’가 될 수도 있고, ‘효율성과 자유의 균형을 이룬 민주적 기술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지금 우리가 어떤 제도와 합의를 축적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 참고문헌(이 글의 개념과 논의는 아래 책들을 발췌 또는 요약을 통해 참고하여 재해석해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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