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살롱 드 ag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지니어스 덕이 660일간 먹고 그린 음식들

by YONG
여행서와 '벗'이 되다

배낭여행, 자유여을 하기 전까지는 여행서적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러나 여행의 참맛을 알아가자 여행서적을 읽는 것은 나의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처음엔 내가 여행할 곳에 대해 정보를 얻는 가이드북이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언젠가 떠날 곳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는 여행기를 더 좋아한다. 내가 도전할 수 없는 여행 방식과 기록방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잡지 론리플래닛과 책을 출판하는 컬처그라퍼에서 '벗'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었다. 또, '살롱 드 ag'라는 멋진 모임 이름 아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벗'이 될 수 있게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이 서포터즈의 스토리텔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브런치 매거진 이름으로 지은 '살롱 드 ag'로 지었다. 이 매거진에서는 앞으로 컬처그라퍼의 신간 도서에 대한 리뷰와 편집자님, 작가님, 다른 벗님들과의 즐거운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여행서적에 관심 있거나 출판 과정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
이토록 세심한 먹방이라니.

벗님 활동을 하면서 받은 두 번째 리뷰 도서의 이름은 '행복의 맛, 삿포로의 키친'이다. 언젠가 겨울의 삿포로를 꼭 가고 싶었던 터라 일단 여행지의 선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름에는 또 시원하다고 하니, 언제 여행해도 매력 있는 곳인 것 같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시중에 맛집 여행서적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책을 채우고 있는 건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림 옆에 있는 깨알 같은 손글씨와 손그림에서 작가님의 세심하고 섬세한 면이 돋보인다. 초반 원고에는 모든 글씨가 손글씨였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컬러링 북과의 조합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정판으로 Coloring Book이 나왔다. 색이 안 칠해져 있는 부분에 컬러링을 해도 되지만, 책의 두께도 그렇고 새 책에 감히 색을 칠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정판 컬러링북은 얇아서 컬러링이 수월하다. 시중에 나와있는 어려운 컬러링 북이 아니라서,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처음 해본 내게는 꽤 어려웠고, 음식 색감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지 좀처럼 예쁘게 완성되지 않았다. 작가님은 본격적인 컬러링 북 작업을 위해 지금 삿포로에서 작업 중이시라는데, 어떤 컬러링 북이 완성될지 기대가 된다.

살롱 드 ag 모임에서 가졌던 벗님들의 컬러링
작가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맛집 선정

이 책은 굉장히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읽힌다. 다수의 입맛이 아닌 작가님 개인의 음식 취향에 따른 음식점 선정이다. 주된 메뉴가 대부분 수프카레와 케이크 등 디저트류가 많고, 이 음식은 어떤 이유로 별로였고, 어떤 이유로 맛있었는지 평가가 솔직하다. 하지만 다수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선정한 음식들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더 잘 드러난다. 뭐든지 좋아해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것이 또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니까.

지니어스 덕의 삿포로 탐구생활

이 책에는 삿포로에서의 660일 간의 음식뿐 아니라, 지니어스덕으로 표현된 작가님의 유학생활의 단편도 담겨있다. 집 구하기, 삿포로 눈에 대한 이야기부터 유학생활에서 벌어진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만화로 그려진 부분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 여성만 탈 수 있는 셔틀버스라던지 심지어 여성이면 할인해주는 호텔 뷔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삿포로에 유학을 계획 중이거나, 유학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 혹은 그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 정말 좋을 것 같다.

감상 한마디

이 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을 때, 생각보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채색의 음식들이 도대체 어떤 음식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 케이크류는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색이 칠해져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삿포로 맛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상상을 펼치게 된다. 책 속 대부분 맛집이 빌딩이 아닌 아기자기한 전원주택이 많았는데, 마치 동화 속 같은 풍경이었다. 내가 알던 일본의 풍경과 많이 달랐다.

도쿄 여행을 하면서, 일본어를 못하는 여행자로서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음식점에서 주문하기가 쉽지 않은데, 혹시 이 책을 들고 가서 찾아가 보여주면 주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다.


삿포로는 내게 드라마 <달콤한 인생>으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언젠가 삿포로로 이 책을 들고 떠나고 싶어졌다.


살롱 드 ag , 첫 번째 모임


2015. 07. 29

책에 있는 맛집 중 하나인 <몽쉐어>의 도지마롤. 준비되어 있는 도지마롤을 먹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삿포로로 떠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작가님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편집자 님과 이런저런 뒷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언젠가 저자와의 만남이 꼭 성사되길 기대해 본다. 책을 읽어온 벗님들 역시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자리였다. 앞으로도 책에 여행뿐 아니라 그 안에 깊이 있는 문화나 테마가 담겨있는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편집자님의 출판 목표도 인상적이다. 그런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여행 출판, 잡지에 관심이 많은 내게 짧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음 살롱 드 ag에도 꼭 참여할 수 있길 바라며, 새로운 신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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