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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탄생

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by YONG

미술관에 가면 일단 우리는 그 안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 남는 건 한두 점의 미술품과 그 공간에서의 시간들이다.

유럽 여행을 가서도 수많은 그림과 작품보다는 미술관 안으로 스며드는 자연광이나 방과 방을 연결하는 길목이 더 기억에 오래 남았다. 최근에 다녀와서 포스팅했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도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마침 이번 리뷰서는 요즘 나의 관심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술관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미술관의 탄생'.

유럽 곳곳(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건축에 집중한 주제가 다른 여행서와 다르게 독특했다.

첫 유럽여행을 가기 반 년 전부터 가이드, 여행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행책을 읽었었다. 그러나 정작 떠나기 직전, 그 많은 내용들은 잊어버렸고,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때 여행지의 많은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는 것도 좋지만, 적은 정보가 오히려 더 기억에 남고, 알차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술관에서 어떤 것을 보느냐가 아닌 미술관을 본다는 점에서 일단 정보의 갯수과 확연히 줄었다. 구성은 '그림약도-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설명- 건축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본 곳도 있었고, 언젠가 가 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갔다 왔지만 알지 못해서 별로 인상 깊지 않았던, 미처 여행기에 담지 못했던을 책과 함께 담아보고, 가보고 싶은 곳도 한 번 꼽아보며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려 한다.


가본 곳도 다시 보자
영국의 영국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영국 박물관은 너무 넓고, 많은 것이 있어서 한국전만 잠깐 둘러보고 나왔었다. 이 곳에서 중앙홀이 장 기억에 남았는데 거대한 유리 지붕으로 빛이 들어와 마치 광장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곳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정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 노먼 포스터가 만든 공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사실, 책을 읽고도 이곳은 그닥 정이 가지 않는다.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인 삼각 유리 피라미드는 처음에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건축한 사람이 중국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프랑스 대통령은 그 불만에 대해서 "바로 그것이 문화 대국 프랑스의 표용력"이라고 하며 "피라미드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적 건물과 하이테크 기술로 형상화하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프랑스는 에펠탑도 국민들의 반대 끝에 설립되었다는데, 프랑스의 두 상징이 다 그렇다니 흥미로웠다.


퐁피두 센터는 외관만 보고 와서 아쉬운 곳 중에 하나였다. 내부를 외부로, 외부를 내부로 만들어 외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멍하니 신기하게 보았었던 기억이 난다. 배선, 냉난방, 배관 등의 기능과 설비를 모두 건물 바깥으로 빼내고 철제를 사용한 과감함. 읽으면서 여러모로 프랑스가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 배경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도 건축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건축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동생 덕에 유럽 여행 중에 독특한 건축들을 본 적이 었는데, 이 곳도 그중 하나였다. 관광지 주변이 아닌 약간 외곽에 위치해 있었는데, 건축 당시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여 세운 터라 질이 떨어졌던 공동주택을 만들던 상황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가, 미술가 겸 생태 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에게 이상적인 주택을 지을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건축은 네모'라는 고정관념을 깨 나선형을 도입했다. 완공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52가구 중에는 같은 집이 하나도 없었다. 여태껏 가봤던 것과 다르게, 이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어져서 그런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가 보고 싶은 곳 BEST 3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야경
한 눈에 꽂혔던 곳. 아무 이유 없이 꼭 야경을 보고 싶은 곳이다.
독일의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차갑고 날카로운 선 사이로 자연광이 새어 들어온다. 박물관 내에는 나치의 대학살로 희생된 수백만의 유대인의 비극적 역사를 보여주는 장치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 곳에 가지 않아도 설명만으로, 곳곳의 건축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옆에 있는 사진 속 건축물을 보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를 건축한 사람은 '다니엘 리베스킨트'. 그의 주특기는 건축물을 통해 문화적 기억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 한다. 건축으로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은 그 속에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이 곳은 읽으면서 독특한 컨셉 때문에 기억이 남았다. 전시실에 설명서나 명제표, 안내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외국에 나가면 언어가 안 돼서 있으나 없으나 하지만, 공부가 아닌 슬슬 둘러보게끔 한 운영 철칙이 독특해서 언젠가 가보고 싶게 만든다.


이 외에도 적은 나라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책에서 보고 훌쩍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 장을 열었을 때는 조금 어렵네?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빽빽하지 않은 구성에 금방 책장이 넘겨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데서 쉽게 접하지 못할 건축가들에 대한 정보가 백과사전 식으로 나열된 점이다. 물론 이 점을 보완하면 너무 두꺼워졌겠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독자의 몫이겠지.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들도 시리즈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휴학 후 다시 돌아간 학교에 적응하느라 심신이 지쳤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펼쳐 들고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갔던 곳을 회상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가보고 싶은 곳들을 적어 놓으며 언젠가 또 떠날 상상에 행복했다. 평소에는 길고 지루하기만 한 통학시간이었는데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이 시간을 잠이나 스마트폰이 아닌 이 책과 함께했다는 것. 그만큼 내겐 꽤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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