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1인용 식탁>
우리는 ‘우리 밥 한번 먹자.’, ‘밥은 먹었어?’라는 말로 인사하고, 친해지려면 자주 같이 밥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기 시절 새학기 첫날, 누구와 밥을 먹을지가 최대 고민이고, 그 날 정해진 밥친구는 평생을 함께할 단짝이 되기도 한다. 가족끼리 하루에 한 끼는 같이 먹어야 원만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도대체 밥이 뭐길래?
더 이상 우리에게 밥은 의식주에서 식(食)을 해결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사람과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먹어야 되기도 하며, 누군가와 함께 먹지 않으면 소외된 것처럼 느낀다. 언젠가부터 ‘먹는 것’보다 ‘대화’가 더욱 중요해진 느낌이다. 이 소설은 ‘우리 밥 한번 먹자.’가 부담스러우면서도 혼자 먹기도 눈치 보였던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밥’을 통해 풀어낸 소설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회사에서 무언가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든 주인공은 혼자 밥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뭐 이런 학원을 다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재수강하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주인공도 처음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학원에서 배우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혼자 밥 먹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각자에 맞는 박자에 맞춰 밥을 먹는 법을 익히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박자 맞춰 밥 먹는 것을 배우게 만들었다. 동료들과 밥 먹는 중에 동료의 그릇이 빈 것을 눈치채고 말을 꺼내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인용은 무리 속에서 밥을 먹게 된다. 하지만 혼자만의 박자에 맞춰 음식을 먹으면서 동료들의 ‘대화’ 박자에 신경 쓰는 일은 대화에도 음식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인용은 스스로 무리 밖으로 나가는 걸 선택하게 된다.
학원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수강생들은 오히려 배우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 혼자 밥을 먹는 방법을 배우는 곳에서 수강생들은 밥을 함께 먹으며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인용은 최선을 다해 한 단계 한 단계 정복해 나간다.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 단계를 시도하던 중 주인공은 소위 혼자 먹기의 ‘달인’을 마주친다. 그녀를 보며 인용은 용기를 가지고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한다. 혼자 먹는 것도 ‘함께’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여자와 인용은 혼자만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용은 학원의 최종 테스트에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먹던 모든 것을 게워낸다. 그리고 다시 학원을 찾기 10일 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 그 순간 왜 많은 수강생들이 수료증을 한 번에 받지 못하게 되었는지 깨닫는다. 시험 이후에 찾아올 진짜 ‘혼자’만의 현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밥’이 더 이상 음식이 아니고 관계의 요소가 되었을 때 우리는 피곤함을 느낀다. 차라리 혼자 먹고 말지. 하지만 혼자 먹는 다고 해서 정말 나만을 생각한 것일까? 아니다. 같이 먹을 때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에 비춰 각자의 단계에 따라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이면서도 정말 혼자 될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소설은 쉽고 재미있게 잘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