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

박민규, <굿바이 제플린>,『더블』A

by YONG

‘꿈’이라는 단어는 흔히 두 가지의 뜻으로 사용된다.


① 잠자는 동안 여러 가지를 보고 듣는 정신현상

②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둘 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어디쯤을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현실과 현실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은 ‘현실=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공간’, ‘비현실(꿈)=닿을 수 없는 하늘’이라는 이분법적 구성으로 이 ‘닿을 수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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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는 가면라이더의 ‘가면’을 쓰고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와 제이슨이 등장한다. ‘나’는 미국에서 오퍼상을 했다는 자신의 동료를 현실을 모르는 한심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결국 제이슨과 ‘나’는 별 다른 게 없는 사람이다.


소설 초반부는 ‘나’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려진다. ‘드림마트’라는 마트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 마트에서 일하는 나, 제이슨, 미려, 정혜는 꿈이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늘 ‘허벅지가 가렵다.’ 이 표현은 남한테 표현할 수 없는 결핍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나’의 꿈이다. 마음속에서는 그 꿈이 꽤 구체적이지만 어디에 말할 수는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꿈은 변리사 시험에 합격해 미래와 평범한 미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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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색다른 부분은 처음에 ‘갑’의 이미지로 상상했던 ‘드림마트’가 알고 보니 대기업의 대형마트에 위협받는 중소 마트로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마트의 천사장의 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의 꿈은 회장님을 정계에 진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들은 주인공 ‘나’는 눈물을 참고 이 꿈을 ‘딸기우유처럼 달콤한 꿈’이라고 비유한다. 그 표현이 굉장히 슬프게 다가왔다.


‘드림마트’의 천사장은 대기업 입점의 위협에 시민들의 뇌리에 남기 위한 이벤트로 ‘비행선’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이 시도는 사실 검증되지 않는 무모한 시도에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그 비행선에 탑승하는 사람은 제플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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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왜 소설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 이름도 동민, 미려, 정혜 등 한국 이름이고 제이슨과 제플린만이 외국이름인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 역시 본문 초반부에 말했던 비현실과 현실을 극단으로 나누는데 필요했던 설정인 것 같았다. 제이슨은 현실에서 한발 붕 뜬 삶을 살고 있고, 제플린은 비행선을 타고 비현실적인 공간 하늘을 날기 때문이다.


처음 비행선이 날아오를 때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미 수많은 말풍선이 늦여름의 창공을 둥실 떠다니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곳곳에 이처럼 ‘말풍선’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역시 꿈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소설 속 인간 군상들의 마음에 담은 꿈을 의미한다. 이 뒤부터 소설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제플린을 쫓는 ‘나’와 제이슨의 모습을 담는다. 그러나 소설 속 천사장, 나, 제이슨의 꿈이었던 제플린은 양로원의 마당에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양로원의 모습과 ‘나’의 차에 타던 할머니가 사라지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크고 텅 빈 말풍선 하나가 둥실 떠 있다.’


결국 끝까지 꿈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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