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전이 한국에서 나온다?

2015 게임 사전 포럼

by YONG


20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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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게임은...

나의 가장 최근 게임 이력은 프렌즈팝과 모두의 마블이다. 여러 종류의 게이머가 있지만 나는 아마 그중 제일 아랫칸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무식자일 것이다. 남동생이 LOL 방송을 보면서 무기?! 인지 뭔지를 분석할 때, 캐릭터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데 어떻게 다 보지 했더랬다. 누나. 저기 밑에 장착하는 거로 보는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괜히 창피했던 기억이다. 아이템을 그때 그때 활용하는 것.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게임 스토리? 역시나 귀찮아서 읽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를 모르면 할 수 없는 게임은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스토리 없고, 아이템을 장착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최대한 단순한 게임을 즐긴다.


학교에서 게임을 스토리텔링의 관점으로 배우는 것은 흥미롭지만, 위와 같은 나의 게임 활용 특성상 도무지 이론과 현실이 융합되지 않았다. 그런데 '게임 사전 포럼'이라니.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 걱정 끝에 다녀왔지만 결론적으로는 꽤 흥미로운 자리였다.


2015 게임 사전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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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간이 가상현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이어령 교수 기조강연

이화여대 ECC홀에서 열린 '2015 게임 사전 포럼'은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시작 전부터 꽤 열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포럼의 첫 시작은 이어령 교수가 열었다. '게임'이라는 가장 신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포럼에서 문학을 하는 노교수의 기조강연은 의외였다. 그는 그 세대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게임의 부정적인 관점을 부정하면서 게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게임은 21세기의 학문만은 아니다. 18세기에는 사람과 기계의 게임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이라면 당당한 시민권을 가진 '인간' 대 '인간'이 '가상현실' 속에서 매칭 하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계몽기라는 것이다. 게임은 우리의 일상적인 부분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은 아직 '어둠' 상태에 있다. 게임 사전을 만드는 것은 게임에 대해 보다 문화론적인 관점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게임사전이 한국에서 나온다?
한국 게임 산업의 현 단계와 게임 사전
- 이재홍 (숭실대 교수, 한국 게임학회 회장)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과 부모님의 최대 대립 과제는 '게임'일 것이다. 폭력성이나 중독성이 특히 큰 문제로 지적되는데 이는 '게임' 자체의 문제보다는 인식이나 교육 등 '복지' 차원의 문제라 말한다. 이러한 게임의 부정적 측면이 커지면서 게임산업은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게임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사업이 되었고, 게임 광고가 tv 광고로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게임산업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게임 사전의 의의와 배경
-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

세상에 축구와 야구 사전은 있다. 그렇다면 게임 사전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누구나 게임을 하거나 보는 시대가 되었다. 대중성과 예술성, 상업적 가치와 학문적 가치를 아우르는 게임에 대해 게임 사전이 필요하게 되었다. 대중들에게는 게임의 이해도를 높이고, 학자들에게는 융합 연구를 기여하며, 게임 팬들에게 좋은 컬렉션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을 기대했다.


게임 사전 제작과정 보고
-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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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 우리나라에서 게임 사전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느냐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높고, 우리나라의 게이머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쓰는 게임용어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함께 쓰는 경우도 종종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 차원이든 연구자 차원이든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이 갔다.


출현 빈도에 따라 비슷한 뜻의 연관 어를 통합하고, 일반 언어와 게임 문화의 특수한 언어가 중복될 경우 특수성을 살린다. 이 과정에서 '표제어 자유공모'를 통해 실제 게이머들의 참여도 시도했다고 한다.


질의응답

질의응답에서 기존 단어들이 의미는 똑같지만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경우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종이책 출간 이후 앱북으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답했다. 사전의 목적은 소장용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편화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그러나 게임이 다양한 직군과 결부되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국회의원의 책상에 놓여있기를 바란다는 농담조 안에는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는 듯 보였다.

게임 사전, 과연 읽을까


포럼이 끝나고, 처음과 같은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모든 분야의 사전들이 읽히지 않는 상황에서, 게임 사전 역시, 연구자 내에서만 읽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게임에 대한 논문을 읽을 때마다 헷갈리는 점이 많았었는데, 사전이 있으면 조금 더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예시를 보았을 때 보편화하거나 대중화시키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나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아 게임을 좋아하는 남동생한테 물어봤다. 게임 사전 비슷한 게 앱으로는 이미 있다는 것이다. 공부와 책에는 죽어도 관심 없는 애가 게임 사전에 최소한 관심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얘는 어렸을 때, 게임 관련 만화책이나 설명 책이 나오면 샀던 애였다. 한 명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예상 외로 게임 사전이 청소년에게도 통용될 수 있을까 싶었다.


온라인 게임이 또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학문적 접근은 필요해 보인다. 게임 사전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여서 포럼 자체의 구성이 아쉬웠다. 게임 사전에 대해 그 자리에 있던 전문가들과 기자들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언가를 배웠다기 보다는 오히려 궁금증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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