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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an 08. 2016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담긴 의미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장애인의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10분가량의 결말을 본다면, 단순히 장애인이라서 겪게 되는 특수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3년 개봉한 일본 영화다.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교 4학년 취업 준비생인 츠네오와 다리가 불편한 소녀 조제(쿠미코)의 사랑 이야기다. 잔잔하지만 여운이 남는 일본 영화 특유의 느낌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들의 사랑은 한 편의 여행처럼 그려진다. 조제는 작은 집 안에서도, 작은 장롱 속에서 책을 읽으며 숨죽여 사는 소녀다. 작은 방 곳곳에는 에펠탑을 비롯한 여행 사진들이 붙어 있다. 작은 방에서 그녀의 삶은 아주 조용하고 천천히 흘러간다. 그녀에게 츠네오가 나타나면서 바깥여행이 시작된다. 그들의 관계는 제목 속 상징을 통해 전개된다.



조제, ‘첫 만남’

츠네오는 조제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조제는 쿠미코라는 실제 이름 대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댄다. 

츠네오에게 조제와 만남은 비현실적이고 신기하기만 하다. 비탈길을 타고 내려와 작은 유모차 속에서 튀어나온 모습, 다이빙하듯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서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모습, 책을 통해 배운 온갖 상식들을 알려주는 모습 등이 그렇다. 



호랑이, ‘무서움’ 

그나마 자신을 돌봐주던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조제 혼자 남게 되었다. 옆집 아저씨가 가슴을 만지게 해 주면 쓰레기를 버려주겠다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 조제는 예전보다 시니컬 해졌다. 

츠네오와 관계 이후 우리 속에 갇혀있는 호랑이가 바로 나온다. 조제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며, 츠네오와 함께 호랑이를 보러 간 것이다. 이는 조제 마음 속 무서움과 두려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조제에게 첫 여행이자, 둘의 첫 여행 목적지는 츠네오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는 곧 결혼이라는 정착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둘 다 여행으로 머무를 뿐이다. 깊고 깊은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처럼, 조제의 방 안에서는 함께 헤엄칠 수 있었지만,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이 여행을 끝마친 뒤 담담한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그들 사이에서 조제의 장애는 다른 멜로 영화의 사랑의 장애물로 바꿔도 무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는 애쓰기 시작하면 균열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제의 장애 때문에 서로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애쓰지 않는다. 다만 영화의 제목처럼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로 상징된 순간에 충실할 뿐이었다. 



본 글은 인터넷 신문 <에이블뉴스>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코너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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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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