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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ul 14. 2015

예술가의 사랑, 퐁네프의 연인들

비온 뒤, 밤을 거닐다. <예술의 다리>, <퐁네프 다리>

이야기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여덟 번째

_아름다움과 추함의 경 .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여행을 준비하면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영화와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았다. 대부분의 컨텐츠들이 만들어 낸 파리의 모습은, 낭만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도시의 사람이 내는 왠지 모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그런지 파리를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불호가 분명하다.  실제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다른 것이다.

PARIS,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이 공존하는 곳

밤이면 환하게 켜진 에펠탑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와인 한 잔과 맛있는 프랑스 음식들이 넘쳐나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들. 파리를 사랑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문 흔적들.


불친절할 정도로 남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파리의 사람들. 아름다운 세느강가에서 나는 하수구 냄새, 관광 도시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퀴퀴하고 노후한 지하철역. 생각보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도시.


파리를 바라보는 이방인은 전자에 해당한다.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나 기타가와 에리코의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 등의 이방인이 그려낸 파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 유명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그 어떤 유럽의 국가들 중에 가장 이야기 컨텐츠가 많은 도시 파리는 이방인에게 참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그 도시를 살았던,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없을까. 프랑스인은 파리의 어떤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레오까락스 감독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 이방인인 감독들이 만든 영화와 색이 다르다.  이 영화 여행을 마치고서야 보았다. 만약 파리 여행을 떠나기 전 보았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를만큼 파리의 어둡고, 더러운 부분을 미화하지 않는 영화다.


2014. 9. 파리를 여행하면서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파리 곳곳을 걷다보면, 멋쟁이들을 많이 만난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내추럴함은 남녀노소를 막론한다. 그러나 그런 지상으로의 여행이 끝나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오면 어디 있었는지 후줄근한 차림새의 덩치 큰 흑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위축된다. 왜 이 아름다운 관광지를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는걸.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다. 마치 밀당하듯  아름다움과  을 번갈아 보여주어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폐쇄된 퐁네프 다리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 남자는 예의 다리에서 불쇼를 하는 가난한 예술가이다. 그 앞에 나타난 여자. 그 여자는 사랑도, 자신의 시력도 잃은채 거리 생활을 시작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옷을 갈아입기는 커녕 몇 일 째 씻지 않은, 서로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면서 사랑에 빠진다.     . 서로 안에 있는 상처를 그들만의 사랑방식, 예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 순간 그 연인의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 절정에 해당하는 명장면이 하나 있다. 감독이 영화 제작사를 휘청이게 할만한 거금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들었다는 불꽃놀이 장면이다.    작년 겨울 재개봉으로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비온 뒤의 밤, 예술의 다리에서 만난 빅밴드
예술의 다리에서의 공연

2014. 09. 20

여행하는 동안 비가 오는 것을 참 좋아한다. 수시로 비가 내린다는 런던에서도 잠깐의 소나기만 맞아볼 정도였다. 그리고 파리 여행 사흘째, 날씨가 너무 좋다. 파리 여행 중에 한번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베르사유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우박과 함께 소나기가 내렸다. 우리는 일찍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밤 산책을 나갔다. 마침 비도 그쳐서, 기도 좋았다. 짐도 최소화 해서 들고 파리의 밤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그동안 벅찬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유가 부족했는데, 선선한 바람과 비 냄새를 맡으며 걷는  참 좋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빅밴드의 연주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낮에는 세느강을 잇는  뭐가 무슨 다리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다리가 알고보니 예술가의 다리였던 이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발길 닿는데로 걸었는데, 이런 멋진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니. 유럽여행 중에 보았던 거리 공연 중 가장 큰 공연이었다.         ,  는 우리에게    . 역시 파리는 밀당의 고수다.


글. Storytraveller

사진. 동생님


본 글은 <이야기 여행자의 안내서 유럽편> https://brunch.co.kr/magazine/storytraveller에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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