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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30. 2020
브런치 계정 2개를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
EBS '나도 작가다' 1차 공모전 참가 후기
사실 운영 중인 브런치 계정이 2개가 있다.
하나는 이름을 밝히고 있는 공식용, 그리고 또 하나는 익명의 힘을 빌려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비공식용.
이 브런치는 전자 쪽이다. MBC 대외활동용으로도 이용했고, 내 지인 몇 명도 알고 있는 공식용 계정.
게다가 전 회사 동료들에게도 이 브런치 주소를 알린 적이 있다. 감사하게도 한동안 내 게시물에 '좋아요 하트'를 눌러주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올릴 수 없다. 그들에게 괜한 TMI가 될 까봐 조금 부끄럽다. 아니, 솔직히 말해 많이 부끄럽다.
그래서 브런치 계정 2개를 사용한다. 정보성 글이나 리뷰글은 여기 브런치에. 익명의 뒤에 숨어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이야기는 그쪽 브런치에. 그동안 2개를 동시에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딱히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근데 그 불편함이 이번에 도래하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EBS와 브런치의 새로운 공모전이 개최된 순간부터.
https://brunch.co.kr/@brunch/235
'나의 시작과 나의 도전'이 주제라니! 재밌어 보이는 에세이 공모전이었다. 보자마자 참가해야겠다고 빠르게 결심했다. 하지만 어디 브런치에다가 올려야 할지는 한참을 고민했다.
평소였다면, 에세이는 그쪽 브런치에다가 망설임 없이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공모전이다. 만일 수상하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게 본명을 공개해야 한다. 출간할 때, 이름 석 자가 들어갈 게 뻔하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익명성의 위대함에 기대지 못하게 된다. 그 비공식용 브런치에서 계속 솔직하게 일상을 토로하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저렇게까지 말해도 되려나 싶을 정도로!
수상할 때 생길 일들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거진 김칫국 한사발을 꿀꺽 드링킹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찜찜함은 좀체 가시지 않았다.
'수상 안 될 텐데. 아니, 그래도 혹시 모르는데...'
그렇게 글에 관한 내용 고민보다는 어느 쪽 브런치에 글을 올릴지에 대한 바보 같은 고민부터 빠졌다.
결국, 나는 김칫국을 마시기로 했다. 공모전 글을 이 브런치에다가 냉큼 올려버린 것이다. (https://brunch.co.kr/@dnd/49)
글 내용은 나답지 않게 솔직했고, 글솜씨는 초보답게 서툴렀다. 업로드 이후에는, 몇 구독자분들이 구독 취소를 누르기도 했다. 사실 그럴 만 했다. 리뷰글로 가득한 이곳에서 갑작스러운 에세이의 등장이었으니까.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이불을 발로 뻥뻥 차댔다. 대학생 때 이래로 오랜만에 해보는 이불킥이었다. 브런치 앱 알람도 살포시 꺼두었다. 혹여 지인들이 댓글을 달까 봐.
쫄보도 이런 쫄보가 없을 것이다. 새삼 익명성의 힘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발표가 났다. 김칫국 마신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믿기지도 않게 당선됐다.
EBS 메일 캡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