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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Mar 15. 2023

젊음의 바람

모교 K대에는 곧 벚꽃이 피겠지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이 잡혀 모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시절 녀석과 자주 가던 감자탕집에서 같이 한 잔 걸치자고 연락이 와서 그닥 술이 끌리진 않았지만 뭐랄까 새로운 공기를 맞이하고 싶어 고민 끝에 수락했다. 집에서 대략 1시간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 광역 버스 한 번만 타면 바로 오기는 하지만 어릴 때는 참 편하게 그리고 오히려 놀기 위해서 자주 오던 학교였는데 나이를 점차 먹을수록 집 밖으로 나오는 게 힘들어지더니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자주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학교로 마실을 나오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랜만이라 해 막 몇 년 이럴 거 같지만 실은 몇 달 정도 되었으려나... 그래도 꽤 가끔 오는 편이다 이상하게 약속 장소가 여기로 잡히는 경우가 잦아서... 하하. 학교에 와서 남은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학교 자체가 이쁘진 않다. 날씨가 좀 더 맑았더라면 더 기분이 좋았을 거 같은데 음 날씨가 아쉽기는 하다. 그렇게 약속 시간까지 SBI 이력서도 적을 겸 커피도 마실 겸 해서 바로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보통 작업하려 할 때 짧으면 개인 카페, 길면 스타벅스를 선호하는데 오늘은 갈 식당 바로 옆에 스벅이 있어서 자리했다. 그 사이 지하도를 건너면서 우연히 본 팸플릿들이 내 눈길을 끌었다. 춤 동아리, 기독교 동아리, 그 외 친목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신입생을 유혹하고자 여기저기 홍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내가 신입생일 때에도 이런 동아리 홍보는 많이 있었는데 나는 왜 한 개도 관심이 없이 그냥 지내왔을까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도 여전히 외국인 친구는 만들고 싶은데 대학생 때라면 교환 학생들과 함께 교류하며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좋은 자리도 있었을 텐데 그걸 못한 게 지금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멍청한 녀석


 그렇게 카페에 자리를 앉아 노트북을 펴고 할 일을 한두 개 처리하다 보니 우연히 자리가 창가 쪽이라 걸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많이 보인다. 지금도 마음은 저들과 같은 20대 초중반의 청년인데 어느덧 내 나이가 삼땡이라는 게 참 허허 조금은 슬프지만 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아마 더 어렸을 때의 나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는지... 그건 물론 비밀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나 외에도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벌써 여러 가지 돈 이야기가 오가는 준비가 된 사람도 보이고 단순히 학교 과제를 처리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저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 저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값지고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란다. 나는 딱히 해야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감정적으로(?) 적고 있지만 그래도 평소 집에서나 아니면 동네에서 작업을 할 때의 삭막함이 덜한 무언가 싱그러운 젊음의 기운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곳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서 걸어가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걷고 있을 수도 누구는 길을 잃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모두가 다 같이 옳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물론 저 앞에 금연 구역임에도 흡연을 하며 걸어가는 빨간 머리 아주머니는 빼고 말이다. 내가 비록 나이는 더 많고 이런저런 경험이 더 많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분명 여기에는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 이미 이뤄낸 성과 그리고 더 큰 열정을 지닌 사람과 내 라이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새로이 다지고 젊음이란 새로운 영감을 얻음으로써 오늘의 모교 마실은 성공적이다. 이런 싱그러운 기분을 간직한 채 조금 있다가 친구 녀석과 오랜만에 학교 때를 추억하며 소주를 한 잔이 아닌 그 시절처럼 가게에 엎드려 잠드는 그때까지 한 번 흠뻑 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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