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aneur Feb 25. 2023

3. 왜 작가가 되고 싶었더라?(Feat. 만화가)

BAKUMAN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정말 좋아했었다. 책이라면 성인 잡지만 아니라면 오케이인 부모님 덕에 만화책이라도 언제든 책이라면 응당 사주셨기에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포켓몬스터 만화책을 꾸준히 봐왔었다. 아마 기억할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우리가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아닌 실제 게임 원작의 만화로 주인공이 레드인 만화,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치고받고 어두운 느낌을 물씬 풍기던 만화로 내가 처음 입문했었던 일본 만화였다. 그 이후로는 어린 나이답게 짱구(당시엔 크레용 신짱도 있었던 거 같다), 도라에몽 등 보기 시작하던 게 점차 드래곤볼, 원피스, 코난 등으로 늘어나면서 일본 만화라는 바다에 적극적으로 입수를 시도했었다. 내가 읽던 만화는 전부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으며 정말로 '꿈'이라는 걸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던 한편으로는 소설보다도 더 신나고 흥미로웠던 즐거움 중 하나였기에 나 역시도 혹시 만화가 하면 되게 재밌지 않을까?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바쿠만 첫 권의 표지

 그렇게 이 만화 저 만화를 즐겨보다가 고등학교 때였을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중학교 시절 즐겨보았던 '데스노트' 작가들의 신작 '바쿠만'이라는 만화가 새로 나왔단 걸 알게 되어서 곧장 책방으로 달려가 만화책을 빌려 보기 시작했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두 소년이 합심하여 최상위 만화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위 점프의 3대 요소인 우정, 노력, 승리를 전부 포함한 소년 열정 만화라고 봐도 무방하나!! 여기에 아주 혈당치를 높여주는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는 정말 재밌는 만화였다. 처음 보기 시작한 나에게는 그저 이 로맨스가 너무 달달했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주인공인 마시로 모리타카와 그의 미래 와이프(스포일러인가?) 아즈키 미호와의 달달함은 가히 어린 나이에도 당뇨에 걸리기 충분한 달달함을 제공해 주었었다. 서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사귀지 않으나 거의 사귀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들... 아직 모태 솔로였던 당시의 나에게는 참으로 애틋하고 러블리했던 달콤함을 바쿠만은 내게 주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이 만화는 완결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연히 성인이 되어서도 연재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내 성격의 특성상 주간 점프를 사서 보지는 않았기에 만화책이 나오는 경우에만 보고는 했었는데 이게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점차 책 읽는 시간도 줄어듦과 동시에 만화책을 대여해서 볼 수 있는 책방이 사라지면서 나도 모르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을까 우연히 p2p 사이트를 뒤져보다가 도서 파트에서 '바쿠만'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나도 무심결에 다운로드를 누르고 말았다. 그래 솔직히 말해 불법 다운로드이지만... 그 당시에는 돈도 없고 사실 이렇게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던 건 사실이니... 부정하지는 않겠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받은 만화책은 이미 완결이 나버린 상태였다. 처음부터 정주행 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여전히 소년 만화의 모든 클리셰를 보여줌과 동시에 달달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내 속에 있던 열정 하나를 낚아채고 말았다. 

 성인이 되고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다시 본 바쿠만 완결은 뭐랄까 만화가 아니지 어쨌든 스토리를 쓰는 사람에 대한 내 꿈을 키우게 해 주었었다. 당시에 미래에 어떤 일을 한다고 상상을 해도 솔직히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꿈꿨던 대학 교수나 연구원 혹은 어떤 전문직이라도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즐거운 일이 생길지는 몰라도 그 일을 한다 하여 즐거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었는데 문득 내가 어떤 스토리를 짜낸다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그렇게 나는 꼭 언젠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적어도 취미로라도 말이다.


 이제는 읽은 지 시간이 좀 흘러서 내용이 정확하게 다 기억이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두 소년의 감정과 노력 그리고 성공을 한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한 곡의 노래처럼 흘러가는 이미지처럼 남아 있을 뿐 상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기억에 남는 노래의 가사를 일일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게 어떤 내용이며 어떤 느낌인지는 다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마치 그것과 같은 느낌으로 나 역시도 이 만화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 추억을 어쩌다보니 오늘 다시금 접하게 된 것이다.

 이 만화에서도 당연히 만화가의 길을 걷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도 나오고 반대로 응원해 주는 부모도 있으며 직접 사회에 뛰어들어 적나라하게 해당 업계의 어두운 면까지 보여주는 게 정말로 현실적이었고 이렇기에 오히려 나 역시도 도전을 하고 싶게 만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어 이 만화의 완결을 본 날 이렇게 생각했었다.

 나도 이렇게 콤비로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


 이제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나이도 좀 먹어서일까 더 이상 만화가란 꿈보다는 뭔가 글이 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어서 소설가를 꿈꾸고 있다(솔직히 그림 실력이 형편없어서인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한 번쯤 만화의 스토리 담당 작가가 돼보고 싶다는 미련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사실 그림 실력이 형편없고 뭐랄까 그림의 구도 같은 것도 잘 모르기 때문에 글을 적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소설은 또 만화와 다르게 독자가 글을 읽음으로써 스스로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재미도 있지 않던가?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만화는 반대로 작가가 창조적으로 만듦과 동시에 그림으로 보충 설명을 할 수 있으니 독자들에게 더 이해시키기가 쉬운 재미가 있는 거 같다. 또 원래의 나는 좀 더 상상하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소설을 택했지만 한편으로는 만화스러운 생각도 갖고 있기에 언젠가 공부는 해야 하겠지만 한 번은 그림 작가와 함께 나만의 만화 작품을 그려보고 싶단 소망이 있다. 물론 그전에 우선 소설가로서 대표작을 하나 뽑아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노력

 글 텀이 짧은데 그냥 문득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바쿠만 관련 내용을 보다 보니 스스로 또 불타올라 적어 보았다. 최근 너무 할 것이 많아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다시금 이 만화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나는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구나 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오늘 하루도 약 2시간가량 남았는데 이 글을 발행함과 동시에 그냥 핸드폰이나 보다가 끝내려던 하루를 다시 책상에 앉아 아까 하던 공부를 마저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쓰러지지 않게 해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