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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Apr 29. 2023

백수 gonna be

 이제 약 일주일 뒤면 다시 백수가 된다.

스터디 카페로 일한 지 1년 3개월 이제 다음 주면 마지막 근무로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글 작가를 꿈꾸면서 퇴사를 할 때에 당연히 생활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바로 '독서실' 총무였고 운이 좋게도 나는 곧장 집 근처 역사 안에 있는 스터디카페 총무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계획한 바는 명확했다. 한 달 치 용돈 벌이를 하고 일하는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집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일자리를 구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얻어갔다.


 

매주 금토일 17:00~24:00까지

 약 7시간의 근무 그 사이 난 책을 읽었고 또 글을 썼으며 잠을 자기도 했고 멍 때리기도 했다. 간단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큰 성과는 없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했고 적당히 괜찮은 글도 나오고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얻어낸 것이 없었다. 오히려 주말에 출근이라는 스트레스가 적잖이 있었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내 주말 오후 출근으로 인해 부담이 많았다. 

 그래도 출근을 하면 적어도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것뿐인 상황, 결국 끝을 결심하게 되었다.



 며칠 전 SBI 탈락 소식을 접했다. 원래는 이 스터디카페를 그만두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sbi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국비지원을 받기에 아르바이트 등의 수입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따로 불법적인 방향이 아니고서야 알바가 불가능했고 이로 인해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렸었다.

 사장님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잘된 일이니 축하해 주셨고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알려달라 하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다음 후계 근무자를 뽑아야 하는지 내게 물어오셨다.

 그때만 해도 느낌이 괜찮았고 만약 떨어지더라도 차라리 다른 알바를 하자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람을 뽑으시라 말씀드렸고 그렇게 나는 이제 일주일 정도 남은 5월 7일까지만 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나 막상 떨어지고 나니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래도 이만큼 편하고 내 할 거하면서 일하기 좋은 곳은 없을 텐데... 급여는 적어도 내가 공부를 하며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 일자리가 없을 텐데라는 생각 거기에 가장 크게 든 생각이 '올해도 나는 또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구나 이 나이에'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울적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백수의 길로 들어설 예정이다. 한동안이야 돈 문제만 없다면 공모전 등으로 바쁠 예정이라 괜찮지만 글쎄 올해도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게 참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다. 훗날에 성공을 거두었을 때 오늘의 이 과정이 발판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팀인 리버풀의 로버트슨이라는 선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나이에 돈이 없단 건 거지 같다.

 그가 이 말을 한 시점은 20대 극초반 나보다도 10살 정도 어린 시기이다. 그 당시에 어쨌든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그였지만 그런 어린 나이의 그에게도 돈이 없단 현실은 시궁창이었을 것이다. 하물며 나이가 더 든 나에게는 얼마나 시궁창 같겠는가?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충분한 재능을 부여받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어쩌다가 부모님을 잘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다. 평범한 재능에 평범한 집안 그런 것들이 쌓여 탄생한 게 나다. 

 그렇지만 늘 스페셜한 꿈을 꾸어왔다 언젠가는 상위 1%가 되어야지라는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뭐랄까 예전 직장을 그만둘 때에도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하하! 지금은 무언가 시원 섭섭함과 동시에 걱정이 앞서기는 한다.

 그간 일했던 나름의 추억이 깃든 장소 스터디카페, 나 이외에도 꿈을 꾸며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누군가는 그 꿈을 성취했으며 누군가는 아직도 그곳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떠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포기를 한 것은 아니니 뭐 언젠가는 더 좋은 곳에 더 좋은 상황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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