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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Aug 04. 2023

겨울을 지새는 너에게

 낙방은 늘 쓰디쓰다.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기다리다가도 막상 때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는 '혹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혹시나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는 한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이 그렇듯 일이 쉽게 풀릴리가 있겠는가 내 능력의 부족 탓인지 혹은 운이 없는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최근에 너무 잦은 낙방을 맛보다 보니 기가 좀 꺾이는 기분이다.


 굳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언급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상 내 작품이 구려서 까인 것인지 아니면 내 의지가 부족해보여 까인 것인지 혹은 조건이 마음에 안드는 것인지 피드백 조차 받지를 못하니 내게 부족한게 무언가 하고 고민을 하다보면 점차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바깥의 날씨는 햇빛이 쨍쨍하고 무더위인 시기이지만 내 마음만큼은 더운 여름이 아닌 차디찬 겨울이 된 듯한 기분.


 시간에 맞춰 발표가 났음에도 혹시나 하는 미련이 남아 몇 번씩이나 메일함을 들락날락거리는 내 자신을 보고 있으면 나 스스로도 애잔하면서 한심해 보인다. 


 마음을 비워야지 비워야지 하면 할수록 채워지는 이 모순된 감정이 탈락을 알게 되었을 때 더욱 쓰디쓴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제 속도 모르고 벅차하는 가슴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 참 불치병이다 싶다.


 나 말고 누군가는 아마 합격 메일을 받아 들고서는 기쁜 마음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자랑을 늘어 놓고 합격 소식을 전달할 생각을 하니 괜시리 질투가 나고 부러운 마음에 일기장 아닌 일기장인 이곳에 몇 자 끼적여 보았다. 


 뭐 나중에 좀 부끄럽다 싶으면 알아서 지우겠지만... 일단은 지금은 쓴 내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보고자 적어 보았을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위로가 되었던 노래가 바로 '겨울을 지새는 너에게'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음 아마 유투버인지 성우인지 모르는 분이지만 심규혁이란 분이 노래를 부른 것인데 룬의 아이들 - 윈터러의 예프넨이 보리스에게 불러주는 곡이란 컨셉이다. 


 겨울의 검을 지니고 홀로 평생을 겨울속에서 살아가는 보리스에게 겨울은 끝이 나고 봄이 찾아올거라고 위로해주는 노래. 이 노래의 가사가 마치 내게도 그럴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이입해서 듣고 위로를 얻고는 했다. 


 그래서 오늘도 이 노래나 들으며 낮잠이나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다시 작업을 해야겠다. 조금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우울한 기분은 사라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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