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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Sep 22. 2023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Feat. 질풍가도

 2022년은 꽤나 여러 의미가 있던 해였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의 영향으로 소위 'Last Dance'가 꽤나 핫했었다. 이유야 단순 축구 역사상 펠레, 마라도나와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란 이유 때문 이긴 했다. 

 

 라스트 댄스도 좋았다. 메시는 결국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월드컵 우승을 이루어냈고 그 외에도 모드리치나 호날두 등 축구계 노장들이 마지막 월드컵에서 최후의 가무를 즐기고 떠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22년에는 또 다른 한 명의 스포츠 선수가 있었고 그 역시도 라스트 댄스를 추었다.


 DEFT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대부분 FAKER(이상혁)라는 선수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가히 페이커야 말로 롤계의 메시라고 칭할만하다. 


 그런 그와 동년배 그리고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라이벌리 그리고 프렌들리로 지내오던 선수가 바로 DEFT(김혁규) 선수이다. 


 굳이 여기서 이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진 않겠으나 간략히 설명하자면 선수 생명이 짧은 프로게이머 생활에서 가장 노장 선수로 지금까지 활약했고 작년 한 해 가장 큰 이슈를 몰아온 선수였다. 


 물론 굵직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수였지만 소위 축구로 치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인 롤드컵 우승컵이 없었다. 

 

 그랬기에 이미 확정적인 월드컵의 라스트 댄스에 앞서 롤드컵이 주목을 받았고 그중에서도 라스트 댄스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페이커 선수는 이미 롤드컵 우승컵이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덜했다면 우승컵이 없는 데프트 선수에게는 확실히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그리고 2022년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로그전에서 패배 후 그가 한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인터뷰 이후 데프트와 그의 팀은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결국엔 우승컵을 차지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멋진 표현이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이 꺾이고는 한다. 


 이유야 각양각색. 사업을 망해서, 연인과 헤어져서, 가족과 다퉈서 그리고 목표했던 것을 실패해서


 마음이 꺾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멈춰서 있을 것인가?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의 격정적인 움직임과 열정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 반하는 게 아니던가? 


 나 역시도 마음이 꺾이는 순간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너무 잦은 공모전 낙방으로 포기할까를 고민하던 순간이 많았다. 금전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가족들의 등쌀도 따갑고 거기에 이제 나이도 차서 점차 미래에 대한 걱정이 꾸준히 들고 있었기 때문에 잦은 실패가 나의 한계를 정하는가 싶은 순간이 최근에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랜만에 다시 이 중꺾마를 접하게 되었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어린 쟤도 포기 안 하고 잘했는데 나라고 못할 건 뭔가 내가 더 경험이 많은데'


 이후 자세가 바뀌었다. 정말 모든 걸 일단 쏟아내고  그 후에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에서야 코로나 2차 격리 권유 기간이 끝났다. 그 사이 사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제부터 컨디션이 좀 올라와서 제대로 책도 읽고 필사도 다시 시작했다. 

 아직 자신감이 막 올라오거나 하진 않았다. 글 쓰기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넘어가는 거 같은데 사실 지금까지 성과라고는 기껏해야 의뢰받은 대필 작업뿐.


 데프트 선수와 비교하면 출발 선상이 다르긴 하다. 그는 재능이 있었고 이미 프로 무대에 뛰어든 상태였다. 그에 반해 나는 아직 무대에 제대로 뛰어들지도 못하고 그 근처에서만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수준.


 최근 떨어진 공모전 수상자는 보니 문창과 2학년 재학 중인 어린 친구였다 아니지 어린 작가였다. 아마 나와는 10살 이상 차이가 날 텐데 그 사람은 이미 나를 능가한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건 해당 공모전 한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 것은 사실이니.


 그렇다고 좌절해서 바닥을 기며 술이나 마시고 뒹굴거리고 있을 것인가? 재능이 없다면 더욱 발버둥 쳐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인지 아니면 우물 밖 코끼리인지는 평생을 가도 모르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듬과 동시에 이 노래가 생각났다. -질풍가도-


 아마 알 사람은 다 아는 곡일 것이다. 과거에는 한 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곡으로 요즘은 응원곡으로 많이 쓰이는 이 노래 가사는 이렇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ㅡ기를

거친 파도도 굴하지 않게 (굴하지 않게)

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ㅡ망을

안고 달려 거야 너에게ㅡ (너에게 너에게)


 인간은 누구에게나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 아니지 한 번만은 아니다 여러 번 주어지겠지. 그걸 붙잡느냐 못 붙잡느냐가 차이를 만드는 것이고. 


 메시도 데프트도 결국 그 기회를 붙잡았다. 결국 그들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나라고 못할 게 없다.


 어차피 이미 시작한 거 돌아갈 수도 없지 않은가? 이대로 끝까지 가봤자 다시 흙으로 돌아갈 뿐인데



우승컵은 그들만 들어 올릴 수 있는건 아니다. 누구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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