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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Aug 17. 2023

미국에서 혼자 극장 가보기

이런게 Respect인가

 미국에서 거주했던 게 약 8개월가량 원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그 사이 영화를 안 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처음엔 당연히 한글 자막이 없어 쉽지 않았다. 집에서부터 시작된 TV시청으로 어느 정도 귀를 뚫어두고 당시에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DVD 를 집으로 배송 대여 해주는 업체가 한 곳이 있어 그곳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주문해서 보고는 했다.

 당시에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와 다른 영화 한 편 총 3편 정도를 빌려 보았고 찾던 와중에 태극기 휘날리며도 있는 것을 보고는 오호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이제 와서 고백 아닌 고백이지만 정말 귀차니즘+깜빡함으로 인해서 당시 대여했던 내셔널 트레져 2 dvd가 한국에 돌아올 때 함께 돌아왔었다. 사실상 국제적 범죄자... 는 아버지 이름으로 대여를 해서 아버지가 되신 셈이긴 하지만 크흠.


 그렇게  tv로 영화와 애니메이션(원피스, 스폰지밥) 그리고 청소년 시트콤을 보며 어느 정도  귀가 뚫려 아주 기초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들리는 시점에 하루는 아렛에 쇼핑을 갔었다.


 당시엔 쇼핑을 좋아하던 시기가 아닌지라 내가 구경하던 건 기껏해야 나이키, 아디다스에서 축구 유니폼 몇 번 보면 쇼핑이 끝났지만 여자들은 어떤지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게 어머니는 쇼핑에 환장하셨고 간혹 누가 함께 간다면 더더욱이나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당연히 요즘처럼 스마트폰도 없고 한국에서 가져간 책은 이미 다 읽었으며 영어 원서는 솔직히 읽기 힘든 상황에 할게 무엇이 있겠는가?

 때마침 그 아울렛엔 극장이 함께 있었고 트랜스포머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원래부터 독일에 살던 시절에도 트랜스포머에 환장했더라는 썰이 있던 나는(트랜스포머 로봇 사달라고 단식 투쟁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로봇 영화는 매우 흥미를 끌었고 결국 그렇게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야겠다고 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그 순간까지 단 한 번도 홀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적이 없던 내게 처음 하는 혼영화가 미국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봐도 웅장한 그림이다.


 지금은 망작의 시리즈물로 남게 되었지만 적어도 1편만큼은 수작이었던 트랜스포머 이 영화가 내게는 첫 혼영화이자 미국 극장에서 본 첫 영화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림 위주(?)로 보기는 했다. 나는 솔직히 모든 대화를 다 이해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나진 않았고 알아듣는 부분+영상과 정황상의 의미로 파악하며 영화를 시청했었다. 사실 이 방법이 원래는 회화 실력을 늘리는데 좋은 방법이다 뭐다라고 하지만 그걸 노린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를 추구했을 뿐!


 아직도 기억나는 건 주인공과 그 여친이 함께 방에서 물건을 찾는 신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Were you masturbating?"


 이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난다.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던 신이었는데 음 뭐랄까 약간 한국과 다른 분위기의 건전한 느낌의 대화였고 내가 가장 확실하게 이해한 부분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영화는 재밌게 시청을 했고 영화가 끝이 나자 나는 평소와 같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던 찰나 극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 이런 건 영화제에서나 하던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극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약 30초간 치고는 그제야 극장을 떠나기 시작했었다.


 이건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너무 문화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누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한 편의 영화를 잘 보았다는 의미에서 기립 박수를 치고 간다니 신기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존중을 보인다는 점이 되게 멋있게 느껴졌었다.


 이후에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보았었는데 이때도 트랜스포머만큼은 아니지만 한 70~80%의 사람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는 나갔다. 이번엔 나 역시도 같이 일어서서 박수를 치긴 했지만 확실히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니란 걸 깨달았고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더 심슨 무비'였는데 이 영화는 아무도 기립 박수를 쳐주지 않았다. 솔직히 심슨은 오락 영화였을 뿐...

 

 이런 상황을 통해 무조건적인 기립박수가 아니라 본인이 만족한 영화에 한해서만 박수가 터져나온다는걸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영화를 미국 영화관에서 보았다. 극장 내부야 사실 한국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오히려 티켓 판매소나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에서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만족한 영화에 관해서는 기립 박수를 통해 리스펙을 하는 모습은 내게는 충격적이었고 처음 한국에 넘어와선 가끔 홀로 앉아서라도 치고는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감상만 하고 자리를 나오게 된 것 같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그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게 조금 더 나에게는 멋지게 느껴졌다란 것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존중'이다. 그런 존중을 요즘은 본인만 받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진거 같은데 미국의 극장에선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심지어 했는지도 모를 상황에서 기립 박수를 치는 모습이 누군가를 진정으러 존중하는 하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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